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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을 지키려던 무승 열다섯이 무참히 죽었사옵니다
[연재소설 87회] 1800년, 華城/월~금 연재
2010-01-29 10:31:53최종 업데이트 : 2010-01-29 10:31:53 작성자 :   e수원뉴스
왕실을 지키려던 무승 열다섯이 무참히 죽었사옵니다_1
그림/김호영

 국상 이레를 맞는 효의왕후는 초췌했다. 마흔 중반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봄에 피는 목련꽃을 닮은 고결한 자태는 극심한 마음의 상흔에 빛을 잃었다. 이레 동안 자지도 먹지도 못한 왕후의 피부는 가을 낙엽빛을 띤 낙화처럼 갈색빛이 완연했다. 
 그럼에도 지금 강희는 묘적사에서 돌아온 날, 효의왕후에게 하지 못한 묘적사의 일들은 말하려 하고 있었다.   

  "마마."
  "말하거라."
  왕후는 목소리마저 빛을 잃었다. 강희는 왕후의 그 목소리에 가슴이 아파 눈을 꼬옥, 감았다가 떴다.
  "소신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하기 힘든 말을 위해 강희는 필요 없는 서두를 꺼내놓았다.
  "말하래두."
  왕후의 목소리는 꺼질 듯 위태롭게 들렸다. 강희는 마음을 다잡았다.
  "소신이 어디에서 온 자인지 아시는지요?"

  돌아가는 길은 수월하지만 더딘 법이다. 황후는 마음이 따뜻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지키는 궁녀에서부터 무사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출신지며 부모형제에 대해 물어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이었다. 

  "지리산 절에서 자라면서 무술을 익혔다 하지 않았더냐. 네 부모는 어릴 때 잃었고."
  여자로서 무술을 하는 강희였으니, 강희에 대한 왕후의 기억은 더욱 특별할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마마. 하오나 마마 소신은 묘적사라는 절에서......."

  강희가 묘적사를 입에 담았다. 강희가 하지 못했던 일들, 정조조차도 비밀로 했던 묘적사에 대해, 그 묘적사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희가 말을 마무리 지으며 마지막으로 말하였다. 그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마마, 조선의 왕실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수련하던 무승들 열 다섯이 무참히 죽었사옵니다."

  말을 마친 강희가 왕후를 올려다보았다. 왕후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시 강희의 마지막 말에도 응대가 없던 왕후가 입을 열었다.
  ".......어지럽구나."

  새로운 소식을 가슴에 담기에 왕후는 지쳤는가. 왕후는 그 말을 한 뒤 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강희의 마음에 간절한 기도가 생겨났다. 무너지지 마세요. 마마. 부디 분기의 불씨를 활활 태워 올리셔야 합니다........

  서른 숨쯤 지났을 때 왕후가 입을 열었다. 
  "너는........그러니까........묘적사에 괴한들을 보낸 자들이.........묘적사의 승들을 불러낸 사람이.......성상도........."
  왕후의 목소리는 끊어질 듯 가는 명주실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웠고, 끝내 파국을 맞은 것처럼 중단됐다. 

  "........그러하옵니다. 마마."
  차마 입에 담지 못한 왕후의 뜻을 받아 강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것이 그가 궁궐로 돌아온 이유였다. 임금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실마리는 어쩌면 묘적사의 숨은 범인을 찾는 와중에 드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왕후의 다음 말은 반대였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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