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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정조의 고향과 같은 곳
[연재소설 92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05 14:01:29최종 업데이트 : 2010-02-05 14:01:29 작성자 :   e수원뉴스
수원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정조의 고향과 같은 곳_1
그림/김호영


이만수는 마치 미리 가본 것처럼 그곳이 '용혈(龍穴)에 사수(砂水)이어서 더할 수 없이 좋고 아름다워 실로 회상의 대길지(大吉地)라고 했다'는 말로 그곳이 명당임을 설명했다. 

서유린이 흉지임을 들어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다수와 소수의 불가능한 게임과 같았다. 다수의 의견 앞에서 서유린 혼자의 의견은 보기 좋게 묵살 당했다. 서유린의 주장은 근거 없는 미신으로 치부되었다.

그나마 다른 곳이 아닌 수원을 장지로 거론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지 서유린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수원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정조의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 급서(急逝)에 유지를 남기지 못한 정조였다고 해도 품은 마음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유린은 지관 서너 명만 반대를 해준다면 강무지가 선택될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서유린의 허망한 꿈일 가능성이 높았다. 저들의 행태로 볼 때, 이미 그들은 장지에 대한 사전 간심(看審:조사)을 마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지관들에 대한 포섭 또한 끝냈을 것이다. 

서유린은 생전, 노론들에 둘러싸여 외롭게 고군분투했던 임금의 처절함이 새삼 느껴져 가슴 아팠다. 그 임금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에 쓰라린 고통을 느꼈다.  

 '어찌해야 하는가.'
 그러나 서유린은 고립무원의 절박함만을 느낄 뿐,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할 누군가를 알지 못했다.
 강희가 물었다. 
 "하오시면?"

 서유린은 묻는 강희에게서 자신과 다르지 않은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꼈다. 한 발 내딛을 곳이 없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는 듯한 절박함도. 

 "그래. 내 파총관을 만날 것이니라. 혹여 할 말이 있느냐?"
 강희가 그를 보았다. 자신이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었다. 
 "제가 무슨 말을 전해야 하는지요?"
그 말을 이태에게 전해달라는 것인지, 자신이 할 말을 알려달라는 것인지, 서유린은 알아듣지 못했다. 
  
"허어."
서유린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태양 빛이 부챗살처럼 퍼져 그의 시선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서유린은 화성을 떠나오면서 이태에게 했던 자신의 말을 생각했다. 

 "지금, 정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통곡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진실을 안 뒤에 흘려도 늦지 않다!"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동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명한다! 내 명이 있을 때까지 경계를 더욱 강화한다. 알겠는가?"

지금 화성의 장용영 군사들은, 그 군사들을 이끄는 파총관 이태는, 서유린의 명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서유린은 강희를 보았다. 그는 그녀 또한 화성의 이태처럼, 화성의 장용영 군사들처럼 자신의 명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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