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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찌 사람이 아닌 것에 존대를 하리!”
[연재소설 99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16 09:53:42최종 업데이트 : 2010-02-16 09:53:42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림/김호영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강희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무지개 빛을 닮은 일곱 색깔 빛이 소용돌이치듯 어지러운 빛 가운데서 정신을 찾으려 애를 썼다. 

전과 후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상과 하도 가늠키 어려웠다. 두통은 불분명한 시야를 뒤섞어 놓으며 괴롭혔다.
"깨어났느냐?"
익은 목소리가 어지러운 강희의 머리를 들쑤시며 들어왔다. 강희는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 한 사내가 눈앞에 있었다. 

"당신은!"
비로소 강희는 혼절하기 전의 상황이 벼락을 맞은 듯 떠올랐다. 그 사내였다. 대감이라 불린 늙은 사내와 있던 나이든 사내, 노살. 강희가 재빨리 시선 속으로 들어온 사내와 자신이 놓인 주변을 훑어보았다. 한 평 정도의 공간은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 곳집 같은 곳이었다. 강희는 제 몸을 내려다 보고, 손을 놀려보았다. 손은 뒤로 묶여있고, 두 발은 밧줄로 단단히 묶인 채 짚더미 위에 놓여있었다. 두려움이 강희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음을 악물었다. 

'이곳이 어디인가?'
그러나 알 수 있는 단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곳은 분명 대궐이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 사내가 관찰하듯 그런 강희를 보았다. 사내의 얼굴에 잔인한 웃음이 떠올랐다. 

"뭐냐?"
강희가 반말로 물으며 재빨리 머릿속을 정리했다. 삼엄한 대궐에서 자신을 이곳까지 데리고 나올 수 있다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대궐을 속속들이 아는 자이면서 대궐의 통로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자, 수구문을 포함해 대궐의 많은 문들을 지키는 군사들을 움직일 수 있는 자. 

"이 년 말 본새 보게나."
"내 어찌 사람이 아닌 것에 존대를 하리."
강희의 말은 당찼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속박에 자유를 잃은 순간이 두렵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강희는 상대에 무너지지 않으리라 이를 악물었다. 순간 노살의 마르고 늙은 손바닥이 강희의 뺨을 후려졌다. 강희는 이를 악물었다. 분명해졌던 머릿속이 윙윙 아우성을 쳤다.  

강희가 아우성 속에서 물었다.  
"영의정이냐?"
심환지, 비록 얼굴은 알지 못하나, 강희는 그가 지금 영의정에 올랐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더불어 그는 어린 순조의 섭정 기간 동안 승정원에 나와 왕을 보좌하고 6조(曹)를 통괄하는 임시 관직인 원상(院相)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정순왕후 아래 최상의 권력을 지닌 자였다. 그런 자라면 대궐에서 호위무사 하나쯤 납치하여 궁을 나서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처럼 간단했을 것이다.  

노살이 물었다.
"알고 있었느냐?"
강희는 소름 돋는 서늘함을 느꼈다. 더는 돌아가지도, 감추지도 않는다는 것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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