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68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10-01-04 14:04:33최종 업데이트 : 2010-01-04 14:04:33 작성자 :   e수원뉴스

문틈 사이로 움막을 향해 다가오는 형체가 보였다

[연재소설 68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현의의 꿈
  흰 눈에 뿌려진 붉은 피의 선명함이 먼저 생각났다.
  보름의 달빛은 둥글고 넓게 온 세상을 비추던 깊은 밤이었다. 아마도 자시(子時:밤 11-새벽 1시)나 인시(寅時:새벽 1시-3시)쯤. 깊이 잠든 와중에 일어난 일이나 현의는 지금도 그때의 시각을 짐작만 한다. 

  이틀째 내리던 눈이 그친 것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좋아라, 눈 위를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발자국도 금새 내리는 함박눈에 지워져 현의는 눈을 치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꼼짝없이 며칠은 산 속에 갇히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잠이 든 날이었다.
  "투두둑."
  처음 혼곤한 잠속을 파고든 소리는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지는 나뭇가지들이 내는 소리였다.
  "스스삭."
  이 소리는 깊은 밤에만 움직이는 산짐승 소리. 현의는 몸을 돌려 누우며 곁에 있는 아이들을 체온으로 느꼈다. 

  "스스.......툭, 사삭."
  현의가 돌려 눕던 몸을 멈춘 것은 이 소리 때문이었다. 현의는 숨을 멈추었다. 살아있는 동물이 내는 소리이되, 힘의 완급이 들어간 소리는 분명 명석한 두뇌를 가진 동물들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더구나 움직임은 분명한 목표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현의의 손에는 이미 곁에 놓인 칼을 집어 들고 있었다. 현의는 소리 없이 몸을 일으키며 귀를 기울였다.
  제법 긴 공명을 일으키는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투둑."  현의는 움직이지 않은 채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때였다. 쌓인 눈이 무게에 짓눌리며 내는, 경쾌하지만 날이 선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현의의 몸이 문 가까이에 붙여졌다.
  "뽀오.....드.......슥. 뽀오.....드.......슥........"
  정학하게 조절된 힘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분명했다. 현의는 본능적으로 그 소리가 호랑이 같은 동물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낸 소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누가, 이 깊은 밤에?' 라는 의문을 가질 사이도 없이 현의의 몸이 문 가까이 밀착됐다. 공격을 막아내는 가장 우선순위는 나를 숨긴 채 상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현의가 문틈 사이에 두 눈을 가져다댔다.
  바람을 막기 위해 붙여놓은 문풍지의 찬바람이 현의의 얼굴에 차갑게 달려들었다. 좁은 문틈 사이로 움막을 향해 다가오는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러나 문틈 사이로 보이는 시야만으로는 상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현의가 고개를 들려 어둠 속에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현의의 몸이 소리 없이 열린 문으로 빠져나갔다. 방 밖으로 나간 현의가 등 뒤로 문을 밀어 닫았다. 그와 동시에 현의의 시선이 움막 주위를 일갈했다. 
 이미 움막 앞에 선 다섯 사내의 존재는 확인이 끝나 있었다. 사내들의 복장은 한밤의 급습답게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