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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1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09-11-26 09:53:37최종 업데이트 : 2009-11-26 09:53:37 작성자 :   e수원뉴스
마치 발톱을 감춘 뒤 등 뒤로 다가와 갑자기 공격하는 늑대와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연재소설 41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서유린은 길게 침묵을 지켰다. 서유린이 가까운 친지의 혼인 탓에 화성을 비웠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찾지 않고 군사들을 모아 경계부터 내린 파총으로서의 이태의 행동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이태 또한 서유린 곁에서 침묵을 지켰다. 수많은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에서 서로 얽혔다. 묘적사에 간 득중은 그렇다고 해도 한양에 간 천수에게서도 연락은 없었다. 물론 천수가 다행히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 한양에 들어갔다 해도 자신의 임무를 끝내고 한양을 빠져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태는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분명한 것은 스승 현의의 존재와 사랑하는 연인 강희의 밀지, 그리고 자신이 목숨과 마음을 다해 주군(主君)으로 모신 정조가 승하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문제는 정조 죽음의 진실이었다. 정조의 승하가 강희가 짧은 사실 속에 담으려 했던 것처럼 자연스런 것이 아니라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러나 진실은 감추려 하는 음모가 있는 한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어쩌면 승자가 만든 역사의 그늘 속 뒤편에 묻힌 채 영영 드러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설사 눈 밝은 후손들이 있어 남겨진 역사의 행간들을 들여다본다고 해도 논란은 설왕설래 중구난방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감춰지고 왜곡된 진실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보여지는 상황에 대한 믿음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드러내 그 진실이 역사 속에 영원히 감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사로서 못한 꿈이 있으나, 아직 이태는 그 꿈의 완전한 모습을 알지 못했다.
  이태는 스승 현의의 말을 생각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네가 장용영에서 약속한 기한을 마치면 내  그때 알려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태는 알지 못했다. 무사로서 익혀야 할, 그가 배우지 못한 무술의 한 수일 수 있었고, 진정한 무도를 이루기 위한 마음과 관련된 어떤 경지일 수도 있었다. 

  현의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들었다. 간절하게 현의의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주슬해에 대한 생각이 절로 이어졌다.
  파발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나, 이태는 주슬해에게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무래도 주슬해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마치 발톱을 감춘 뒤 등 뒤로 다가와 갑자기 공격하는 늑대와 같은 느낌을 이태는 떨칠 수가 없다. 자신의 행동을 보고 있었던 것처럼 알고 있는 것도 그러하였고, 대궐의 상황을 미리 아는 것 같았던 그의 언행도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 것은 이후 그가 보인 행동이었다.
  "저......"
  이태가 조심스레 입을 여는데, 어둠 속에서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말 발굽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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