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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 시인의 '지동 사람들'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11-10 15:08:23최종 업데이트 : 2017-11-10 15:12:58 작성자 :   e수원뉴스
박병두 시인의 '지동 사람들'

박병두 시인의 '지동 사람들'


입동 지나도 가을 같던 온난화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따뜻한 겨울이 문제였다. 그런데 올해는 라니냐의 예고처럼 찬바람이 일찍 들이친다. 찬바람은 힘든 쪽에 먼저 닥치며 걱정스러운 모습들을 드러낸다.

그런 느낌의 지동을 그린 박병두(1964~) 시인은 1985년 TV방송드라마 대본을 쓰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월간문학'에 시를, 1997년 '문학세계'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이후 수필과 평론 등 활동을 넓혔다. 시집 '해남 가는 길' 외, 장편소설 '그림자밟기' '인동초' 외, 시나리오 '엄마의 등대' 등 작품집도 왕성하게 내고 있다.

'지동 사람들'에는 고단한 삶의 표정이 여실히 나타난다. 시작부터 '빗물에 젖은 가옥들 같은 표정'으로 묘사되는 지동은 '두레박 없는 우물'처럼 희망의 불이 꺼진 어둑한 곳이다. 수원 사람이면 다 아는 지동의 표정은 '폐품수집 두 발 리어카'에도 씁쓸하게 실려 있다. '콩나물 손님'조차 없는 하루를 할머니가 그래도 앉아 버티는 장면은 되풀이되는 삶의 환기라 더 안쓰럽다.

그래서 시인은 '부활을 기다리는 가옥들에게/돌아오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다' 뇌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오늘을 힘겹게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희망을 말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온 혼잣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석구석 돌아보는 '지동' 행간에는 그곳 삶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모난 창들'에서 우리네 어머니 같은 '호박잎'의 정겨움을 어찌 읽겠는가.

어느 동네보다 낡았지만 시장은 펄펄 살아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동네. 비록 '눈, 비, 바람, 화성성곽 햇빛에/흐리게 꽂혀 있는 지동 사람들'로 비쳐도 한쪽에서는 삶을 억척스레 헤쳐 가며 싱싱한 시장을 잇는 어머니 손들이 있다. 순대가 지동시장 대표상품이 되었듯, 미나리꽝과 못골시장 셋은 수원시장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외지의 관광객에게까지 유명세를 타서 손님 부르는 큰 장이 서는 것이다.

고된 삶이 안 바뀌는 갈수록 힘든 세상. '손사래로 그들을 배웅하'는 시인은 그런 현장을 늘 보고 다녀서 더 밟히는 삶에 대한 마음이겠다. '불빛 젖은 창들 먼 이별 같을 때'라곤 하지만, 그곳에서 낡고 쇠락한 '가옥들'의 '부활'을 여전히 기다릴 것만 같다. 그렇게 삶은 또 계속되는 것이므로.

곧 김장철. 무 배추 산더미로 시장이 한층 바쁠 때다. 뜨거운 땀으로 진열한 먹거리 풍성한 시장 골목마다 발길이 구름처럼 붐비겠다. 그곳에 가면 삶의 맛과 힘을 더 찾으려니, 우정 가서 돌아봐야겠다.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박병두 시인, 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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