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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15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22 10:36:50최종 업데이트 : 2009-10-22 10:36:50 작성자 :   e수원뉴스
 '임금이 돌아가셨다! 정조 임금이 훙하셨다!'
[연재소설 15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효의왕후(孝懿王后)를 향해 달려오는 궁녀의 발길이 다급하다. 치맛자락이 당혜(唐鞋)에 밟혀 자꾸 급한 발걸음을 잡았다.

  강희는 허둥대는 궁녀를 알아보았다. 궁녀는 효의왕후의 명을 받아 임금의 안위를 살피러 갔던 궁녀였다.


  "무슨 일이냐?"

  "저기, 저기!!!"

  궁녀의 얼굴이 살구가루를 바른 것처럼 새하얗다. 강희는 지체없이 문을 비켜 효의왕후 앞에 궁녀를 들게 했다.

  "무슨 일이냐?"

  강희는 문 앞에서 왕후의 불안하고 다급한 말을 들었다.


  "마마. 왕후마마. 전하께서, 전하께서...."

  궁녀는 차마 임금의 지금 상황을 입에 담지 못했다.

  "말하라, 괜찮으니."

  '마마...대비마마께서 전하의 전각 안에서 통곡하셨사옵니다."


  강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오금에 힘이 빠져 접히는 것을 느꼈다. 임금의 위중함을 알리는 밀지를 이태에게 보낸 지 두 식경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궁녀는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강희는 알았다. 임금의 전각 안에서 대비의 통곡,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임금이 돌아가셨다! 정조 임금이 훙하셨다!'


  효의왕후의 굳고 핏기 없는 말이 들렸다.

  "무슨 말을 하는 게야. 대비마마가 왜 통곡을 하셔........"

  안다. 왕후 또한 그 말의 의미를 충분히 알 것이다. 그러나 왕후의 되물음은 어찌 대비가 임금의 마지막 순간에 임금의 처소 안에 있었으며, 그 안에서 정조의 훙을 세상에 알렸냐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지극히 엄중한 나라의 예법은 분명 대비와 왕비라 할지라도 국왕의 임종을 지킬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리하여 하루 동안 심장이 옭아들고 온몸의 피가 마르는 듯한 다급함과 고통 속에서도 효의왕후는 몇 번 뵙기만 했을 뿐, 임금의 곁을, 제 남편의 곁을 지키지 못하였다. 그런데, 대비가, 그것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대비가, 아니 임금 정조와는 한 평생 정적으로 살아온 대비가 임금의 마지막을 지켰다는 사실에 왕후는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시시각각 들어오는 오늘 하루 대비의 움직임은 심히 수상하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화성의 이태에게 임금의 다급함을 알리는 밀서를 보낸 지 두 식경도 지나지 않았다. 여자의 몸으로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삶과 죽음을 엽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해오며 초연한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정리되지 않는다. 가슴에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강희는 분명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지금은 서로에게 닿을 연락을 기다리면서 상대의 의중을 헤아리며 또 다른 일을 준비해 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라는 것을. 

  효의왕후가 다급히 일어섰다.

  "내, 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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