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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결 시인의 '국수부자 국수집'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6-23 16:39:58최종 업데이트 : 2017-06-23 16:39:58 작성자 :   e수원뉴스
은결 시인의 '국수부자 국수집'
은결 시인의 '국수부자 국수집'_2

이른 폭염에 마음을 다시 단단히 다잡는다. 여름 잘 나는 비결이야 피서가 제일이지만, 쉬 떠날 수 없는 게 우리네 현실. 간간이 보양식이라도 챙겨먹으며 길어지는 여름 더위를 이겨가야 한다.

그럴 때 은결(1953~) 시인도 시원한 국수집에 갔던 게다. 1988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과작의 시작(詩作) 활동을 조용히 하는 시인. 이미 시에는 깊이 들어와 있었으니, 1974년 성균백일장(성균관대)부터 마로니에백일장 등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 하지만 아직 시집을 한 권도 내지 않아 시집 많이 낸 시인들을 살짝 돌아보게 한다. 시집 넘치는 세상에 뭘 또 보태느냐, 혹은 시집으로 펴낼 만한 시가 없다는 변(辯)을 내놓는 까닭이다.

그런 중에도 수원의 국수집 이야기가 있어 반갑게 읽는다. 조원동의 작은 가게지만 사람이 늘 버글거리는 국수집 앞을 '오며가며 벼르다가' 들어선 시인 가족. '백수를 바라보는 노모를 모시고' 모처럼 '아우'와 하는 조촐한 외식이다. 그렇게 '노모를 모시고' 간 때는 바로 '봉선화물 곱게 드는 여름 한낮', 게다가 모두 여성이었으니 '봉선화 물'이 더 곱게 번질 법하다.

시인은 노모를 오래 모시고 살았다. '백수를 바라보는' 연세까지 함께 사는 모습에 놀라워한 주변 문인도 많았다. 그런 노모와 동네 국수가게 가는 외식이라니, 소박하니 더 오붓하다. '어머니와 아우는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를/나는 매콤 달콤한 홍어비빔국수를' 즐기는 여름 한낮의 국수집 모습은 흐뭇하기 짝이 없다. 물론 더위도 물렀거라, 그렇고말고!

어른을 특별히 챙겨드리는 듯 주인장 마음도 구수하다. 그러니 '무더운 여름 한낮이' 더 '매콤 달콤' 고소할 밖에! 가벼운 국수집이라도 어른 모시고 별미 즐기는 장면은 누가 봐도 정겨운 풍경이다. 국수집 나들이에 세 여성의 볼마다 봉선화 꽃물이 들 때 곁에서 본 사람들도 덩달아 꽃물이 들었으리라.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한번 모시고 나와야겠다며.

'헛헛한 어머니의 행로'에 고명을 얹은 '국수부자 국수집'. 시인이 '상호처럼 부자'라고 뿌듯했던 여름날은 시 속에 남아 있는 풍경이다. 그 집 앞을 지나며 시인은 돌아가신 노모를 잠시 더 그리워하겠다. 그렇게 생은 흘러가는 것이고, 우리는 또 그 집에 가서 맛난 국수를 먹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국수로 해야겠다. 그것도 얼음 둥둥 띄운 '시원한 콩국수'로!

정수자시인
은결 시인의 '국수부자 국수집'_3

은결, 은결시인, 국수부자 국수집,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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