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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어두워진다는 것'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6-30 16:08:57최종 업데이트 : 2017-06-30 16:08:57 작성자 :   e수원뉴스

나희덕 시인의 '어두워진다는 것'
나희덕 시인의 '어두워진다는 것'_2

긴 가뭄에 타던 작물과 산하에 푸른 호흡이 조금씩 살아난다. 비가 시작된 것이다. 유월은 내내 가물다 장마 덮치기 일쑤라 농심(農心)을 늘 태워왔다. 모쪼록 이후에 닥칠 기후 역습을 줄이기만 바랄 뿐.

'수원은사시나무'를 불러낸 나희덕(1966~) 시인은 수원의 교사(창현고)로 지낸 적이 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후, 시적 개진이 돌올한 시인으로 꼽힌다.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그녀에게' 등의 시집과 여러 권의 산문집을 낼 정도로 창작과 저술이 활발하다. 제목만 일별해도 평단의 호평과 독자의 호응이 스칠 정도다.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에 마음이 머문다. 수원사시나무와 미국 은백양을 교잡해서 생산한 이 수종의 정식 명칭은 은수원사시나무 또는 현사시나무. 하지만 수원은사시나무를 흔히 쓰면서 지역 이름을 단 나무가 별로 없어서인지 '수원' 이름에 흐뭇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지금은 수가 현저히 줄었지만 한창때는 입에 자꾸 붙던 예쁜 이름의 나무. 팔랑거리는 이파리 뒷면의 은빛에 더 홀렸던가.

'은사시'에는 묘한 색감과 미감 그리고 뒤따르는 은빛의 울림 같은 게 있다. 그런 '수원은사시나무'라서 시인의 창현고 교사 시절이 녹아든 양 시를 더 오래 봤나 보다. '어두워진다는 것', 저무는 시각의 묘사로 일깨우는 사물의 실체나 이면의 세밀한 구조화에 매료된 까닭도 있겠다. 1분 차이로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들, 시인의 면밀한 관찰과 발견 끝에 거듭나는 존재들의 '어두워지는' 결이 흑백으로 침윤된다.

'어두워진다는 것'은 어쩌면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 수 있겠다. 그쯤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는 것. 그래서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처럼 멈춘 시간 속에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비로소 아프기 시작하'는 저녁의 모습들. 그렇게 '가만, 가만, 가만히' 쓰다듬는 시간의 극대화 속으로 누군가의 손길이 섬세하게 지나가는 듯하다.

아,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에 다시 길게 머문다. 나의 갈비뼈를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실제 금이 가진 않았지만 마치 금이 막 간 듯, 아니 예전에 금간 곳이 다시 금가는 듯 아릿하게 스치다 만져지는 게 있다. 그렇게 금간 곳을 가만히 쓰다듬는 저녁의 시간이 무엇엔가 금이 간 존재들을 더 가만히 위로하는 것 같다.

하지 지나고 해가 조금씩 짧아져 갈 때. 어두워지는 존재의 안팎을 바라보는 저녁도 조금 더 잦아질 것이다. 그런 저녁 옥수수를 뜯다가 불현듯 수원은사시 팔랑거림을 불러내보기도 하리라.

시해설 약력_ 정수자시인
나희덕 시인의 '어두워진다는 것'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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