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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선 시인의 '뜨거운 날'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7-27 19:00:15최종 업데이트 : 2017-07-27 19:00:15 작성자 :   e수원뉴스

뜨거운 날
정옥선 시인의 '뜨거운 날'_2


참말로 뜨거운 나날이다. 습도 90%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 폭우가 무섭더니만 지상을 다 익힐 듯 끓여대는 가마솥더위도 겁나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친절해진 국가안전문자 아니라도 한낮에는 볕에 나서기가 정말 두렵다. 그래도 찜통 같은 습도 줄어든 게 어디냐고, 불화살 같은 불볕길을 나서본다.  

그 염천에 더 뜨거운 체위를 만난 정옥선(1968~) 시인.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인근지역의 신인인데, 한동안 시를 미지근히 쓰다 시조 등단 후에는 적극 활동 중이다. 수원에서 오래 살아 시내 곳곳을 찾아다닌 기억을 가끔 작품에 겹치곤 하는데, 이 시조는 그 중 '지지대'의 어느 여름 하루가 들어온 경우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날'에 요상한 장면과 맞닥뜨렸으니 보는 눈이 더 화끈했겠다. 남의 '차 유리'에 턱하니 붙은 녀석들 모양새만도 참 희한하다. '기역자 혹은 니은자'로 '붙'어 있는 모양이 아무래도 수상한 체위. 그런데 도무지 떨어질 생각이 없는지 제 소관에만 열중하는 것이다. 순간 쫓아버릴까, 망설이던 차 주인도 색다른 호기심이 동했는지 그들을 다시 눈여겨본다. 

그게 바로 모든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관음증'의 발동인 것이다. 게다가 외면하기에도 순간의 일이었을 터. 안 볼 수도 없는 데다 사실 이미 봤고 관심도 살짝 쏠리는 장면이니 누구라도 제 안의 '관음증'을 발동시킬 밖에 없는 상황이겠다. 영화며 인터넷처럼 우리가 보고 읽는 게 관음증의 한 발현으로 생기는 일이라면 뭐 굳이 '얼레리' 할 사람도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남의 '차 유리에' 붙어서 서로 좋아 몸이 붙어 있는 이중의 '붙음'이 환기하는 녀석들의 정사(情事)는 건강하다. 사람의 일이라면 차마 대낮에 지극히 사적인 남의 차 유리에서 버젓이 사랑을 나누진 못하니 말이다. 더욱이 그게 무슨 잘못도 아니거니와 지상에 살고 있는 크고 작은 생명들이 오래 이어온 생존 방식 아닌가.

제대로 '뜨거운 날' 조금은 낯 뜨거운 '여름 체위'가 오히려 싱그럽다. 그런데 하필 '지지대'라니?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모셔놓고 수원 융릉 다녀갈 때마다 얼른 넘어갈 수가 없어 지지부진 서 있어서 붙인 이름 '지지대(遲遲臺)'. 그 고전적 정서를 일깨우는 고갯마루에서 뭔 곤충인지 모르지만 그들도 쉬 넘을 수 없는 사랑을 좀 더 진하게 했던가 보다.

오늘도 어디선가는 그런 사랑을 나누는 생명들이 여름을 더 뜨겁게 나고 있을 것이다. 방학이면 곤충채집 다니던 추억 속에 그런 모습도 간간이 봤다.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다운 생명의 일이건만, 왜 화끈해져 고개를 돌리곤 했던지…. 

이제 어디서 날것들의 뜨거운 '얼레리' 여름을 만날 거나. 여치의 말간 정강이를 붙잡고 별이라도 만난 양 마냥 신기해할 거나. 

정수자 시인의 약력
정옥선 시인의 '뜨거운 날'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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