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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은시인의 '뽕뽕다리 -기찻길'
詩해설 정수자 시인
2016-12-08 16:28:33최종 업데이트 : 2016-12-08 16:28:33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시인의 '뽕뽕다리 -기찻길'_2
윤주은시인의 '뽕뽕다리 -기찻길'_2


수원은 기차가 많이 지나는 도시. 예부터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로 이름난 도읍이었으니 화성의 '팔달문'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 그러고 보면 수원의 중심부에 자리한 남쪽의 문을 팔달문이라 지은 것도 예사롭지 않은 명명이자 전언이라는 생각으로 새삼 뿌듯하다.
 
수원에서 자란 윤주은(1966~) 시인은 2002'창조문학' 등단 후 2003년 첫 시집 '내게 꽃이 되라 하지만'을 냈다. 이후 두 번째 시집 '입 안의 칼'10년 만에 내고, 지역의 시인협회에서 작품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발랄한 어조로 젊은 시인의 감각을 보여주지만 수원의 고단한 사람살이와 그늘을 외면하지 않는다.
 
'뽕뽕다리'도 그런 수원살이 속의 한 재현이자 발견이다. 건축에서 '비계'의 안전 발판으로 쓰는 이 철판은 뽕뽕 뚫린 구멍으로 아래가 보여 더 불안하고 무서운 다리다. 동시 속에 등장하는 이름 같은 말맛이나 재미와 달리 다리의 구멍들이 건설 현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점에서 이름 자체에 역설적인 면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뽕뽕다리가 시인에게는 꽤 깊이 각인된 듯하다. 연작으로 수원에서 새로 시작한 이주의 낯설고 두려운 삶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예쁘고 환상적이기도 한 이름 '뽕뽕'이란 다리가 실은 구멍 투성이므로 안착하기 힘든 사람들 삶의 구멍에 대한 은유가 되는 것이다. 그런 효과는 고루 나타나는데 이 시에서는 가난한 '뒷골목 사내들'의 변두리적 빈둥거림이나 '독을 키우던' 모습으로 재현된다.
 
그런데 '아무도 기차를 타고 떠나지는 못했네'로 보여주듯, 거개가 '낡은 점포 안만 서성'거렸을 뿐이다. 뭔가 비빌 언덕이라도 있어야 고향을 떠나는데 그럴 만한 처지도 못 되었던 때문이리라. 그러니 '이제사 어느 간이역을 지나고 있을까' 돌아보는 시 속에서나 수원 어느 뒷골목의 '영웅담' 후편인 양 쓸쓸히 되새겨질 수밖에.
 
'그때 떠났어야만 했다고 중얼거리던' 사내들의 시간. 어디선가 또 무슨 내기를 하며 늙고 있을까. 지금 여기에는 다만 '녹슨 소리로 끼기긱 셔터만 내'리는 시간이 있을 뿐. 지나간 것은 도리 없이 지나간 것. 아무리 힘든 시절도 시간의 각색을 입으면 옛 사진첩처럼 웃으며 쓸어보기도 하게 마련이니 그 또한 한 가닥 위안이랄까.
 
옛날 영화나 소설에서 본 기찻길의 담력 내기를 톺아본 시 앞에서 수원 기찻길이 문득 훤해진다. 경부선, 수인선, 수여선 등 기차가 많이 지나 기차 추억도 풍성한 수원. 그 중 협궤의 연애와 낭만 어린 추억이 더 많이 서린 수인선은 아련한 눈빛으로 복원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협궤열차 타고 소래포구로 장사 다닌 어머니들 모습도 떠오른다. 비린내 나는 쌈짓돈을 받아 점포 안을 들랑거렸을 사내들은 지금 자신의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줄 게다. 기찻길이 우리네 삶을 실어 날랐듯 사람살이도 그렇게 이어지며 생의 또 다른 뽕뽕다리를 건너고 있으리라.

윤주은시인의 '뽕뽕다리 -기찻길'_3
윤주은시인의 '뽕뽕다리 -기찻길'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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