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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동장대에서 중추(中秋)의 달을 구경하다'의 시운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9-09 16:37:51최종 업데이트 : 2016-09-09 16:37:51 작성자 :   e수원뉴스
정조의 '동장대에서 중추(中秋)의 달을 구경하다'의 시운_2
정조의 '동장대에서 중추(中秋)의 달을 구경하다'의 시운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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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는 달도 최고다. 그런 달구경의 최고 명소는 어디일까. 한가위 달맞이의 격을 높인 시로 달구경을 먼저 나서본다. '좌의정 채제공(蔡濟恭)이 화성에서 지은 시운(詩韻)'의 화답인 이 시는 정조의 풍격을 한껏 드러낸다.
 
가을빛과 겨루는 화성 누각들의 높고 늠름한 맛을 시를 통해 더 높이 즐겨본다. 당시 정조가 동장대에 올라 둘러본 화성의 각루들은 헌걸찬 장수나 진배없는 위용에 운치까지 지녔으리라. 게다가 중추절 달빛 아래서 봤으니 성곽의 유려한 선들이 얼마나 다감하게 안겨왔을 것인가. 지금은 인근의 아파트군단 위세에 성곽이 상대적으로 낮아 뵈지만 당시 가을달빛을 머금은 성곽과 각루들은 한층 높이 든든하게 빛났을 게다.
 
'오만 물상은 다 밝아서 달빛에 떠오르네'라는 구절에서 정조가 스스로 지은 호()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을 떠올려본다. 만천하를 밝게 비추는 '주인옹'이라는 뜻으로 짚으면 이 호는 언제나 높은 데 임해 굽어보는 군주의 자세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달빛과 더불어 길게 즐기려는 느낌으로 보면 그저 달을 사랑하는 풍류객의 호방한 호 같다. 무엇보다 '명월'을 사랑하는 풍류가 먼저 가슴을 치기 때문이겠다.
 
다시 크게 와 닿는 것은 "뜨락의 소나무는 더디 크는 게 무방하"다는 구절이다. 다양한 의미 부여가 가능한 대목이지만, 무엇보다 한()과 무()를 높이 치고 기려온 전통사상 속의 여유가 느긋이 풍겨온다. 상국[채제공, 인용자 주]의 집에 "맑은 달 바퀴를 길이 매어 놓으리"라는 군주의 큰 사랑은 또 어떠한가. 정조의 신하 사랑 중에도 채제공이나 다산 같은 뛰어난 인재에 대한 편애는 유명하다. 그런 심경이 화성을 믿고 맡긴 마음에 더 환히 드러나 덩달아 흐뭇해진다.
 
수원화성은 정조의 한을 먹고 태어났건만 가장 아름다운 꽃성이 되었다. 아버지[사도세자]의 위상 회복을 꾀하며 묘를 화산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축성이며 수원의 유수부 승격과 큰 도회로서의 위상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돌아보면 왕의 슬픔을 밑돌로 삼은 화성 축성이 한 도읍을 바꾸고 훗날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았다는 사실 앞에 새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에서는 화성이라는 아름다운 실현에 대한 자부심도 오롯이 부각된다. 정조가 현륭원을 다녀가며 남긴 시편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등으로 아프기 짝이 없는데, 화성을 둘러보며 쓴 시들은 긍지로 등등한 것이다. 그런 자긍이 우리에게도 전해질 때 아름다운 화성 곁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잠시 더 뿌듯해진다. 그리고 화성 축성을 근대적 도시 기획으로까지 확장했던 성군의 넓은 시야와 전망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도 새겨보게 된다.
 
올 가을도 좋은 한가위 달을 기대한다. '맑은 달 바퀴 길이 매어 놓으리'라는 마음이 어찌 채제공에게만 닿으랴! 우리도 화성에 맑은 달 바퀴 길게 매어놓도록 '밤드리 노닐' 준비라도 해야겠다. 서로 앞서 비출수록 지금 이곳에서의 아름다움도 커지는 것. 함께 즐겨야 화성과 더불어 수원도 오래 빛나려니!

정조의 '동장대에서 중추(中秋)의 달을 구경하다'의 시운_3
정조의 '동장대에서 중추(中秋)의 달을 구경하다'의 시운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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