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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입춘’, 바이러스 없는 ‘천하태평춘(天下泰平春) 기원
올해 입춘 동장군 맹위…신종 코로나로 찬바람만 쌩쌩
2020-02-04 20:10:18최종 업데이트 : 2020-02-05 15:59:30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지난해 수원박물관에서 열린 입춘을 맞이해 춘축 써주기 행사장

지난해 수원박물관에서 입춘을 맞아 춘축 써주기 행사가 열렸다.

"입춘대길(立春大吉) 하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 하소서."
2월4일은 일 년 24절기 중 첫 절기에 해당하는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말 그대로 봄을 시작하는 날로 입춘을 그 해의 첫날로 치기도 한다. 도시나 시골을 가리지 않고 대문과 기둥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 붙이는데, 이를 '춘축(春祝)'이라 한다. 춘축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손수 써 붙이기도 한다.

옛날 대궐에서는 대전의 기둥이나 난간, 혹은 문 등에 춘축을 붙였다. 정월 초하룻날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 중에서 좋은 글귀를 선정해 붙였는데 이를 '춘첩자(春帖子)'라고 했다. '연상시(延祥詩)'란 명절을 맞이하여 나라와 군주에게 상서로운 일이 있기를 바라는 뜻으로 대신들이 임금에게 지어 바치는 시를 말한다.

<열양세시기>에 보면 '입춘이 되기 며칠 전에 승정원 정삼품 통정대부 이하와 시종을 뽑아 임금께 아뢰고 각 전과 궁의 춘첩자를 지을 사람을 소명하는 패를 보내 부르게 하였다. 대제학은 오언칠구의 사률 등을 절구로 각각 1편씩을 지으라고 운자를 내어준다. 마치 과거를 보는 것과 같이 3등급 이상을 뽑아 합격시키고, 줄 머리에 횡으로 줄을 그어 나누는 표시를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통문화관도 입춘축 써주기 행삭 열렸었다

전통문화관에서 한 작가가 시민에게 입춘축을 써주고 있다.

 
매년 입춘절이 되면 수원에서는 곳곳에서 입춘절 행사가 열렸다. 그중 가장 접하기 쉬운 것은 바로 춘축을 써주는 일이다. 수원박물관과 수원전통문화관 등에서 시민들을 위해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춘축을 써주곤 했다. 사람들은 줄을 지어 입춘이 되면 이곳을 찾아가 춘축을 받아오곤 했다. 입춘은 대개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에 입춘이 든다. 윤달이 끼는 해에는 12월과 정월에 입춘이 함께 들기도 하는데 이를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코로나)로 인해 썰렁한 입춘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찬바람이 일게 만드는 입춘을 맞이하게 된 것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도 한몫했다. 입춘 때가 되면 농사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바빠지는데 올해는 날씨도, 신종 코로나도 더 차가운 입춘을 만든 듯하다.

입춘이 되면 전통시장에는 풍장패가 돌아다니면서 가게마다 들려 축원을 해주고는 했다. 그런 풍장패를 따라가면 먹을 것이 늘 푸짐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입춘은 우리들에게는 의미있는 날이다. 실질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을 입춘으로 치기 때문이다. 찬바람도 가시고 개구리 입이 떨어진다는 입춘이건만 올해 경자년 입춘은 그야말로 날씨도, 지역도 찬바람만 인다.

입춘이 되면 곳곳에서 풍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9한국민속촌 풍장패)

한국민속촌 풍장패. 입춘이 되면 곳곳에서 풍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입춘이 되었는데도 수원 어느 곳에서도 풍장소리를 들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한파 때문이다. 전통시장도 해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고 시장을 찾아오는 고객들도 50% 이하로 급감했다. 혹 시장을 찾아온 고객들도 급격히 걸음을 옮긴다. 사람이 모인 곳을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입춘축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글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부모천년수 자손만세영(父母千年壽 子孫萬歲榮)', '문영춘하추동복 호납동서남북재(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등이다. 한 해의 첫날을 상징하는 입춘축이므로 좋은 글귀를 써 붙여 일 년간 평안을 빌었던 것이다.

올해는 그런 입춘축을 쓰는 모습조차 만날 수 없다.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입춘절 행사와 수원박물관의 입춘축 써주기 행사 등이 모두 신종 코로나로 인해 취소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춘이 되면 새해가 오고 봄이 온다는 기대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입춘절 행사를 열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입춘이 되었다.

2019년 입춘절에 전통문화관을 찾아와 즐기는 시민들

2019년 입춘절에 시민들이 전통문화관을 찾아와 한때를 즐기고 있다.


수원인근 시골에서는 입춘이 되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들불을 놓아 풀숲에 있는 벌레를 잡거나 개토작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지런한 농사꾼들은 소를 몰고나와 밭갈이를 하곤 했다. 모두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위함이다. 그런 입춘절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람들도 종종걸음을 치며 집으로 향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비록 입춘절 행사는 취소되고 입춘축을 받을 수 없는 날이었지만, 우리 마음속에 입춘축 대련을 담아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올해 입춘축은 신종 코로나가 하루 빨리 퇴치되기를 바라는 그런 문구 하나를 가슴에 담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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