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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헌신의 모임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
연무동 통장들 12년을 한결같이 홀몸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해
2024-03-27 09:26:53최종 업데이트 : 2024-03-28 10:23:04 작성자 : 시민기자   장설화

연무동 행정 복지센터에 있는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 ' 현판

연무동 행정 복지센터에 있는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 ' 현판


1번 국도 경수대로 초입에 자리한 연무동 행정 복지센터. 잘 조성된 가로화단을 끼고 주차장을 가로지르니 노인정 지붕이 반긴다. 노인정 뒤 뜨락, 해가 잘 드는 주차장 한켠에 빨래 건조대가 보인다. 빨래 건조대 너머 안쪽에서는 여러 명이 큰 빨래와 씨름 중이다.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 통장들이다.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 현판이 붙은 곳으로 들어가니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쉬지 않고 돌고 있다. 분주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는데 빨래방 대표 고윤기 통장협의회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많은 양의 이불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통장님들

많은 양의 이불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통장들 모습


다음은 고윤기 통장협의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은 어떤 곳인가요.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은 연무동에 거주 중인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직접 세탁하기 어려운 이불을 대신 빨래해드리는 곳입니다.

 

Q. 통장님들이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에서 봉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통장의 업무 중 주민의 전·출입을 확인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거주자에게 직접 확인받으려면 집안에 들어가게 돼요. 보통은 괜찮은데 홀몸 어르신들, 연로하신 분들, 장애인 분들의 집안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청소해도 그 냄새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원인이 이불과 몸에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연세도 많다 보니까 씻기도 어렵고 이불을 세탁하는 것도 어려운 거죠. 그래서 이 분들을 위해서 우리가(통장들)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빨래 봉사를 하기로 했어요.


Q.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은 언제 시작했나요.

2012년 8월에 개원했어요. 12년 차 돼가는 거죠. 처음에 '르네상스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시작하며 법인을 만들었어요. 당시 주민센터가 작아서 청사 근처에 컨테이너 2개를 두고 세탁기 4대, 건조기 2대로 시작했어요. 연무동 청사가 개축되면서 현재의 빨래방 공간을 쓰고 있습니다.

 

Q.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현재 8개 조로 편성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해요. 각 조 통장님들이 오전에 빨래를 수거해서 세탁, 건조 후 댁으로 가져다드려요.

 

Q. 빨래 봉사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나요?

처음엔 대상자들이 본인을 돕자고 하는 건데 빨래를 안 내주려고 했어요. 그걸 설득해서 빨래를 받아와야 해서 힘들었죠. 지금은 본인 이불에서 세탁 후 깨끗한 냄새가 나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해요. 깨끗하게 빨래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다음에도 꼭 빨아달라고 부탁해요.

 

Q.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을 운영하며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제일 큰 어려움은 세제 구매, 다음으로는 노후화되는 세탁기와 건조기입니다. 처음엔 '마을 만들기 르네상스 사업'으로 세탁기와 건조기, 세제비를 해결했는데 사업이 끝나면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재원 마련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해 수익 사업을 하거나 빨래방 이용비를 내게 하도록 권유받기도 했지만, 빨래방을 이용하는 분들과 통장들에게 부담을 줄 수가 없어 진행할 수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지역사회협의체' 소속 회원, 시의원, 마을버스 사장, 뜻 있는 지역 주민이 후원해 주어 지금까지 왔어요. 현재는 '연무동 현장 도시재생센터'에서 세제 구매를 후원받고 있습니다.

이불을 털어 널고 있는 통장님들

이불을 털어 널고 있는 통장들 모습

 

고용기 통장협의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불을 건조하기 위해 통장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햇볕이 좋은 날엔 일광 건조를 위해 야외에 이불을 널어둔다고 한다.

이불을 전달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변명숙 통장님과 고윤기 통장협의회장님. 김숙 어르신

이불을 전달받은 김숙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변명숙 통장, 고윤기 통장협의회장

 

마른 이불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한다는 말에 함께 이동했다. 키가 작은 3층 연립은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이 가팔랐다. 변명숙 통장과 고윤기 통장협의회장이 무거운 이불을 안고 몇 번을 쉬며 어르신 댁에 도착했다. 어르신은 너무 반가워하며 환영해 주었다. 
 

이 어르신은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근 12년간 봉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처음 봉사를 받게 되었는지 물었다. 
"다리가 아파서 집에만 있으니 변명숙 통장이 자주 집에 와줘서 평소에도 친하게 지냈어요. 그리고 빨래는 항시 많았어요. 제때제때 빨지 못하니까. 특히 겨울에는 두꺼운 이불이라서 무겁기도 하고, 세탁기에도 안 들어가서 빨지 못하고 계속 묵히게 돼요. 그런데 그걸 해 준다잖아요. 그런 걸 가져다 세탁해다 주니 고마웠어요."
 

마지막으로 두 명의 통장들에게도 앞으로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연무동은 동네 건물들이 오래된 만큼 거주자들도 오랫동안 거주하시던 분들이 많아요. 젊은 사람들은 나가버리고 잘 보이지 않죠. 그래서인지 거주자들의 연령이 높고 자연스럽게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늘어나요. 그런 동네 특성 때문에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이 12년을 이어온 것 같아요. 봉사하며 우여곡절도 많지만, 통장들이 합심해서 잘 헤쳐 나가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죠. 우리 연무동 통장님들은 당연히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을 계속할 거로 생각해요."
첫째주 빨래봉사 중인 통장님들

첫째 주 빨래 봉사 중인 통장들 단체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다. 변명숙 통장과 고윤기 통장협의회 회장이 다음 어르신 댁으로 이동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연무동 실버 빨래방'이 계속되길 바랐다.

장설화님의 네임카드

반딧불이실버빨래방, 통장협의회, 연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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