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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노윤애씨가 '대통령에게 전하지 못한 정책 제안'
"취임 100일 보고대회서 문 대통령 대면 못해 아쉬워…일자리 차별 없어졌으면"
2017-08-22 15:54:30최종 업데이트 : 2017-08-22 15:54:30 작성자 :   연합뉴스
국민마이크 참여한 농아인 노윤애씨

국민마이크 참여한 농아인 노윤애씨

농아인 노윤애씨가 '대통령에게 전하지 못한 정책 제안'
"취임 100일 보고대회서 문 대통령 대면 못해 아쉬워…일자리 차별 없어졌으면"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문재인 대통령님이 청와대에서 브리핑하실 때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수화통역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농인(농아인)들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농인단체의 의견이 묵살당해 낙심과 실망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농인들의 의견에도 귀 귀울여 주세요"

경기 수원에 사는 농인 노윤애(60·여) 씨가 지난 6월 21일 '국민마이크 인 수원'에 참여해 문재인 새 정부에 제안한 내용 중 하나다.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해 평생 농인으로 살아온 노씨는 마이크 앞에 서서 농인들의 삶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는 뜻을 목소리가 아닌 수어(수화)로 전달했다.
그가 수어로 정책을 제안하는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줬다. 이 영상은 일주일 후인 6월 28일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페이스북에 게시되면서 '마이크 없는 마이크'로 불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상을 계기로 노씨는 농인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되기도 했다.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 있는 경기도농아인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경기도농아인협회 이정숙 사무처장에게 질문하면 그가 노씨에게 수어로 통역하는 방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다음은 노씨와의 일문일답.
-- 청와대에 초청됐는데 문 대통령을 만났나.
▲ 초청된 사람이 워낙 많았고 제 자리가 대통령님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만나지는 못했다. 대통령님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못해서 속상하다.
-- '국민마이크 인 수원'에서 대통령 브리핑 때 수화통역사 배치를 제안했는데.
▲ 브리핑을 생중계하더라도 우리 같은 농인들은 나중에 뉴스에서 나오는 수화통역을 보고 알게 된다. 수화통역사가 브리핑때 동시에 수어로 알려주면 우리도 정상인과 동등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대통령 옆에서 수화통역사가 수어를 하면 농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 대통령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나.
▲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전하지 못한 제안이 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전해드리고 싶다.
먼저 농인들의 일자리 문제다. 농인이라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비장애인과 차별을 받는다. 우리도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데, 농인이어서 직업을 구하기가 힘들다.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
둘째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수화통역사가 배치됐으면 좋겠다. 동 주민센터나 병원에 갈 때 종이에 써서 의사소통하는데 제대로 의사가 전달되지 않아 힘들다. 농아인센터에 요청하면 수화통역사 서비스를 해 주지만, 수요에 비해 수화통역사 인력이 부족해 이용이 힘들다.
세 번째로, 외국에서는 국제회의나 국가 브리핑 때 늘 수화통역사가 옆에서 수어로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는 것을 못 봤다. 청와대 브리핑 때 수화통역사가 대통령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농인들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교과과정에도 포함돼 어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것처럼 농인과 수어에 대해 교육한다면 농인들도 사회에서 더욱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은 정책 중 일자리를 제일 먼저 제안한 이유는.
▲ 농인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렵다. 취업문도 많지 않고, 설사 일자리를 구해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회사에서 차별을 두는 것 같다. 충분히 설명하고 가르쳐주면 좋겠는데, 잘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일도 많다.
-- 농인으로 살아오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 태어날 때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아 평생을 농인으로 살고 있다. 25살에 같은 농인을 만나 결혼해 옷감 다림질일과 식당일도 하면서 딸 2명을 키웠다. 딸들은 비장애인이다. 경기도농아인협회에서 수어강사로도 일했다. 지금은 주부이지만, 앞으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다.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 농인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국민마이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농인들의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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