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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체온 느껴지는 시집 '평택항'
김석일 시인 두번째 시집 출간
2014-11-21 09:17:45최종 업데이트 : 2014-11-21 09:17:45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시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진한 살 냄새가 좋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나는 얽히고설키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관계에 주목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여성과 노인의 모습은 깊은 관심의 대상이다'
시에 연연하는 이유에 대해 김석일 시인은 자서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김 시인의 두번째 시집 '평택항'(bookin출판사,신국판 변형, 124쪽, 8천원)에는 이같은 시인의 가치관을 반영하듯 시집 전편에 걸쳐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생생이 그려져있다.

모두 하나같이 남루한 서민들의 모습이다. 마치 살아 움직일 듯 촘촘한 언어로 그려져 있는 시집에서 질펀하고 투박한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온다.

- 고만해라! 담배도 나가서 피고 알 것냐
- 오빠가 나 담배 사줬냐 괜이 지랄이셔
- 이게 정말 끗발 안 나게! 확 그냥
- 알았네요 호구오빠! 가면 될 거 아냐 씨발
  ('여장부 미스 왕' 일부)

- 기다리는 사람도 반겨줄 사람도 없잖아!
- 자식들이 오라는데 미국으로 가시지 왜 혼자 고생을 하세요!
- 가면 뭘 해 이 나이에......, 자넨 어떡하고?
- 나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 엊그제 연금 들어왔을 거야! 자네 따뜻한 잠 바 하나 사주고 싶어! 고기도 좀 먹고
- 알았어요! 큰놈한테 못 간다고 전화할게요!
  ('두 사람' 일부)

낭랑한 수원댁 목소리가 입국장에 퍼진다
오늘은 집에 간다. 내일이 우리 영감 생일이다
몇 살? 칠학년 이~반 호호호!
 ('수원댁' 일부)

위의 시들은 평택항 사람들 시리즈에 나오는 일명 보따리상인들의 모습이다. 살아 움직이는 대화들은 시인의 꾸밀줄 모르는 소박한 성품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낮은 곳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길을 느끼게 한다. 시집을 통해 평택항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유년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을 아직도 동영상처럼 간직하고 사는 김시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람체온 느껴지는 시집 '평택항'_1
사람체온 느껴지는 시집 '평택항'_1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목소리까지 꾸밈없이 촬영해 놓은 듯한 다음의 시를 통해 느껴진다. 아름답게 편집하지 않은 그대로의 거친 생활의 잔영들이 더욱 아련한 아름다움을 준다.

<바람잡이>

별들도 꾸벅꾸벅 조는 시간
휘청대는 몸을 추스르며
살금살금 골목 안으로 기어들면
우리 어머니 귀신같이 알아채고
대문 앞에서 못난 아들을 마중한다

오늘 한 잔 했습니다
언젠 안 했냐 술 처먹은게 뭔 벼슬한 거라고
죄송합니다 요즘 많이 힘이 드네요
힘든 일은 직원들이 하드만 니가 뭔 힘이 든다고 푸념이야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요즘 경기가
니 나이가 몇인데 경기驚氣야 젖먹이나 하는 건데
온통 부도투성이예요
보신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놈이 감히 어디서 부처님 부도浮屠타령이야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에미 빨리 죽으라는 말 그 따위로 하지 말고 술 처먹었으면 들어가 자빠져 자 이눔아

그리곤, 팔짱끼고 어이없어 하는 아내에게
얘 에미야 오늘은 뒈지게 처먹었나보다 그냥 재워라
하면서 내 등을 방으로 힘껏 밀어 넣었습니다
사오정 같은 우리 어머니가
참, 골 때리는 우리 어머니가
노련한 바람잡이라는 건
공원묘지로 이사 가신 후에야 알았습니다

김석일 시인은 수원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 온 수원 토박이다. 
젊은 시절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시인은 늦은 나이에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치열한 문학 수업을 하고 석사 논문 '시의 순기능'으로 졸업했다. '한국작가' 9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늙은 아들'이 있다.

올 겨울 뜨거운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평택항'을 읽노라면 투박하고 정겨운 사람냄새 나던 시절로 뒤돌아간 듯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겨울에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시인의 손을 잡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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