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체온 느껴지는 시집 '평택항'
김석일 시인 두번째 시집 출간
2014-11-21 09:17:45최종 업데이트 : 2014-11-21 09:17:45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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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진한 살 냄새가 좋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나는 얽히고설키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관계에 주목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여성과 노인의 모습은 깊은 관심의 대상이다' 사람체온 느껴지는 시집 '평택항'_1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목소리까지 꾸밈없이 촬영해 놓은 듯한 다음의 시를 통해 느껴진다. 아름답게 편집하지 않은 그대로의 거친 생활의 잔영들이 더욱 아련한 아름다움을 준다. <바람잡이> 별들도 꾸벅꾸벅 조는 시간 휘청대는 몸을 추스르며 살금살금 골목 안으로 기어들면 우리 어머니 귀신같이 알아채고 대문 앞에서 못난 아들을 마중한다 오늘 한 잔 했습니다 언젠 안 했냐 술 처먹은게 뭔 벼슬한 거라고 죄송합니다 요즘 많이 힘이 드네요 힘든 일은 직원들이 하드만 니가 뭔 힘이 든다고 푸념이야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요즘 경기가 니 나이가 몇인데 경기驚氣야 젖먹이나 하는 건데 온통 부도투성이예요 보신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놈이 감히 어디서 부처님 부도浮屠타령이야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에미 빨리 죽으라는 말 그 따위로 하지 말고 술 처먹었으면 들어가 자빠져 자 이눔아 그리곤, 팔짱끼고 어이없어 하는 아내에게 얘 에미야 오늘은 뒈지게 처먹었나보다 그냥 재워라 하면서 내 등을 방으로 힘껏 밀어 넣었습니다 사오정 같은 우리 어머니가 참, 골 때리는 우리 어머니가 노련한 바람잡이라는 건 공원묘지로 이사 가신 후에야 알았습니다 김석일 시인은 수원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 온 수원 토박이다. 젊은 시절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시인은 늦은 나이에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치열한 문학 수업을 하고 석사 논문 '시의 순기능'으로 졸업했다. '한국작가' 9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늙은 아들'이 있다. 올 겨울 뜨거운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평택항'을 읽노라면 투박하고 정겨운 사람냄새 나던 시절로 뒤돌아간 듯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겨울에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시인의 손을 잡아보기를 권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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