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골목길>② 그리움과 추억이 쏟아지는 양림동 펭귄마을
2016-12-08 07:30:03최종 업데이트 : 2016-12-08 07:30:03 작성자 :   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골목의 삶은 공동체의 삶이다. 옆집에 누가 살고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있다. 부부 싸움이 나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내남없이 나서서 도왔다. 해가 지더라도, 외등에 불이 들어오더라도 밥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고함이 열 번은 족히 들릴 때까지 아이들은 골목과 함께했다.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에서는 골목길 정취와 풍경들을 퍼즐 맞추기를 하듯 하나하나 불러 모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펭귄마을'이란 이름은 마을 주민 이춘근 씨의 뒤뚱뒤뚱 걷는 걸음걸이를 빗대서 붙였다. 김동균(63) 펭귄마을 촌장이 5년 전부터 폐품과 골동품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하나둘 텃밭과 담벼락에 걸기 시작하면서 펭귄마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는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20여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는 사람들로 평일에도 제법 붐빈다.
동네 담벼락에는 하루에 두 번만 맞는 고장 난 시계와 낡은 시계, 너덜너덜해진 플라스틱 모기 채, 이가 빠진 사발, 귀퉁이가 찌그러진 양은 밥상, 고무신 등 1970~1980년대에 쓰던 온갖 잡동사니가 걸려 있다. 지게ㆍ홀태ㆍ이바지함ㆍ나무 걸상 등 오래된 생활용품이 골목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녹색 칠이 여기저기 벗겨진 철제 대문과 대문 옆 장독대, 낡은 슬레이트, 절구통이 시간을 멈추게 하고, 지붕이 맞닿을 듯한 좁은 길을 기웃거리며 담벼락에 써놓은 시와 글귀를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대문 안을 살짝 엿보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50년 넘게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일명 '펭귄주막'으로 불리는 친목상회는 마을 노인들의 사랑방이다.'노올자'라고 목청껏 불러 대면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친목상회 앞은 마을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60여 가구 100여 명이 사는 펭귄마을의 주민 대부분은 고령자다. 최근에는 도심 문화의 가능성을 보고 찾아오는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실도 냈다. 펭귄창작소에서는 깡통이나 철사 등을 이용해 정크 아트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김동균 촌장은 "그냥 취미 삼아 한 건데, 쇠락한 거주지였던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고 많은 사람이 옛 골목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좋아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아직 골목길에서 예전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여 사는 훈훈한 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 여행정보 = 광주 양림동 골목 투어
광주 양림동은 광주 남구 양림산과 사직산 아래 있는 작은 마을로 옛날부터 버드나무가 울창해 '양림'(楊林)이라고 불렸다. 100여 년 전 선교사들이 들어와 교회를 짓고 선교 활동을 하던 곳으로 우일선 선교사

<골목길>② 그리움과 추억이 쏟아지는 양림동 펭귄마을_1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