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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해수욕장 피서객이 1억명이라니…해도해도 너무한 부풀리기
2016-08-20 06:00:00최종 업데이트 : 2016-08-20 06:00:00 작성자 :   연합뉴스
올 여름 부산 4천만명·강원 2천400만명·충남 2천만명 발표
대부분 눈대중으로 계산…"엉터리 집계는 관광정책 수립에 걸림돌"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올해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리 해수욕장 등 부산지역 7곳의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4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부산시)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이 1억명이라니…해도해도 너무한 부풀리기_1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연합뉴스 자료사진]

"7월 말 기준 983만명이 대천해수욕장 등 충남지역 33개 해수욕장에서 더위를 날려 보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여름에만 2천만명이 도내 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충남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발표하는 해수욕장 입장객 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들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해수욕장마다 역대 최대 인파가 찾았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관광 전문가와 시민들은 피서객 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이런 부풀리기 통계는 지자체의 올바른 관광정책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올해 여름 전 국민이 두 번꼴로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여름 해운대해수욕장 등 지역 7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4천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여름 3천900만명보다 늘어난 것이다.

해수욕장별로는 해운대가 1천20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안리 980만명, 송도 800만명, 다대포 541만명 순이었다.

강원도가 발표한 올해 여름 도내 동해안 49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2천400만명이다. 지난해(2천500만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충남도는 최근 대천해수욕장 등 도내 해수욕장을 찾는 인파가 2천만명을 넘어 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까지 도내 3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983만명으로 집계됐고, 이런 추세라면 대천해수욕장 이용객 1천만명을 비롯해 도내 전체 해수욕장 이용객이 2천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밖에 경북 포항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410만명, 제주지역 해수욕장 피서객은 350만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해수욕장이 있는 지자체가 발표한 피서객 수를 모두 합하면 올해 전국 해수욕장 입장객 수는 1억명을 웃돈다.

올해 여름에만 전 국민이 두 번꼴로 해수욕장을 찾아 피서를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이 1억명이라니…해도해도 너무한 부풀리기_1
강릉 경포해수욕장[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자치단체가 발표한 수치를 대입해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5만8천400㎡)에 하루 100만명이 몰렸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백사장 1㎡당 1명씩 배치할 경우 피서객 100만명은 백사장을 17.1번 덮을 수 있는 인원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피서객 1명이 백사장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시간 24분에 불과하다.

한밤중과 새벽 시간대를 가릴 것 없이 해수욕장을 24시간 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면 피서객 100만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인원이다.

대천해수욕장에서 10년 이상 파라솔 임대업을 하는 김모(43)씨는 "관광객이 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르겠지만, 지역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반대"라며 "파라솔 임대 현황뿐 아니라 횟집이나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관광객이 많이 증가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관광객 부풀리기 잘못된 관광정책으로 연계

지자체는 2014년 제정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해수욕장 피서객 수를 파악해 보고한다.

지자체는 해수욕장 피서객 수를 어떻게 계산할까?

대부분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해수욕장 특정지역(가로 30m×세로 20m) 내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 수를 계산해 전체 면적만큼 곱하는 것이다.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사실상 눈대중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최근 이런 피서객 부풀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이 1억명이라니…해도해도 너무한 부풀리기_1
보령 대천해수욕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3일 부산시가 발표한 해운대해수욕장 피서객 수는 40만명이었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 승용차를 이용해 해수욕장을 찾은 인원과 숙박업소 투숙객 등을 모두 합해도 8만5천여명에 불과했다.

부산시 발표 내영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실제 해수욕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되는 피서객 수는 부산시 집계 인원의 20%를 조금 넘었다.

피서객 부풀리기의 원인으로는 지자체 간 경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른 해수욕장보다 피서객이 적으면 눈치가 보인다"며 "지자체 해수욕장 담당자끼리 상대 해수욕장의 피서객 수를 묻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피서객 수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피서객 수를 일일이 셀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지역 홍보도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피서객 부풀리기가 관광정책 수립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일부 해수욕장에 대해서라도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용주 선문대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피서객 부풀리기를 통해 각종 기반시설 확충 계기를 마련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확한 관광정책 수립을 위해 전국 해수욕장 가운데 3∼4곳에 대해서라도 피서객 전수조사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지철 임상현 김재홍 전승현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20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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