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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의 변신> 폐광에 예술을 입힌 삼탄아트마인
2016-08-16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08-16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정선=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공간은 활용하기에 따라 쓰임새가 확 달라진다. 쇠락한 탄광과 폐석장, 용도 폐기된 공장, 양곡 창고 등 낡은 산업유산이 문화와 예술의 온기가 더해지면서 매력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동남아 등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유명해진 삼탄아트마인은 폐광을 활용해 재창조된 곳으로 광산과 예술품이 한데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지진 발생 후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강모연(송혜교)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장면, 강모연이 무기밀매상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장면, 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우르크 발전소 내부 장면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삼탄아트마인 곳곳에서는 '태양의 후예' 주제가인 '유 아 마이 에브리싱'(You Are My Everything)이 흘러나온다.

<산업유산의 변신> 폐광에 예술을 입힌 삼탄아트마인_1
사진/전수영 기자

이상원 삼탄아트마인 상무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인해 방문객 수가 20% 정도 증가했다"며 "드라마는 끝났지만, 해외 관광객들의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앞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의 필수 방문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의 삼탄아트마인은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하다가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한 문화·예술 공간이다. 삼척탄좌는 한때 3천 명이 넘는 광부들이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하갱도에서 석탄을 캐던 곳으로,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폐광되기 전까지 정선 지역을 먹여 살린 삶의 터전이었다. 정부의 '폐광지역개발지원' 정책에 따라 2007년부터 5년간의 준비를 거쳐 '대한민국 문화예술광산 제1호'를 표방하며 2013년 5월 24일 개장했다.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은 삼척탄좌의 줄임말인 '삼탄'과 '예술'(art)과 '광산'(mine)의 합성어로 '문화·예술을 캐는 곳'이란 뜻이다.

<산업유산의 변신> 폐광에 예술을 입힌 삼탄아트마인_1
사진/전수영 기자

◇ 드라마 '태양의 후예'촬영지

하이원 리조트가 있는 정선군 고한읍을 지나 태백 방면 414번 지방도를 따라 함백산으로 향하면 광부와 석탄을 끌어올리던 거대한 권양기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정암사 못미처 우회전해 다리를 건너 숲 속으로 좀 더 들어가면 삼탄아트마인이다. 주차장 한쪽 갱도 입구의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간판이 '검은 노다지의 꿈'을 품고'막장'으로 걸어 들어가던 광부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삼탄아트마인 관람은 광부가 석탄을 찾아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듯이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옛 삼척탄좌 사무동의 꼭대기 층인 4층에서 3층, 2층, 1층 순으로 내려간다. 4층 로비의 매표소를 지나면 전망라운지와 아트 레지던시다. 커피와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전망라운지에서는 기억의 정원과 권양기 타워, 레스토랑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함백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외 작가들이 상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는 '블랙 초콜릿 룸', '에코 룸', '차이니즈 코드', '사하라' 등 제각기 다른 주제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마리오네트 뮤지엄 룸'은 국내외 송중기 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공간으로 송중기가 촬영 중에 머물다 간 방이다.

<산업유산의 변신> 폐광에 예술을 입힌 삼탄아트마인_1
사진/전수영 기자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막장으로 향하는 광산노동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3층에는 탄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삼탄자료실과 주기별로 기획전이 열리는 현대미술관 CAM(캠·Contemporary Art Museum)이 있다. 삼척탄좌 40년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한 전시공간을 둘러본 뒤 2층으로 내려가면 '태양의 후예'의 강모연이 악당 아구스에게 납치된 장면을 찍은 '마인갤러리4'를 만난다. '아프로디테 거품의 비너스전'이 열리는 전시공간으로, 삼척탄좌 시절 광부 200여 명이 한꺼번에 탄가루를 씻어내던 샤워장이었다. 아프로디테 여신상과 천장의 녹슨 수도관이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대미술관 CAM2에서는 진시황의 삶과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진시황 병마용' 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품 수장고에는 이곳의 운영을 위탁받은 솔로몬의 고(故) 김민석 대표가 4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모은 수집품 10만여 점이 보관돼 있다. 1층에는 광부복과 장비를 직접 착용해볼 수 있는 광부 체험장, 레지던시 작가들이 운영하는 예술 놀이터, 광부들이 갱도에서 나와 일을 끝낸 뒤 작업용 장화를 씻던 세화장을 재생한'마인갤러리1' 등이 있다.

<산업유산의 변신> 폐광에 예술을 입힌 삼탄아트마인_1
사진/전수영 기자

세화장에서 연결 통로를 따라가면 삼척탄좌에서 캐 올린 모든 석탄을 집합시키던 조차장을 그대로 보존한 레일바이뮤지엄이다. 지하 600m 수직 갱도로 들어가는 승강기, 석탄을 실었던 탄차, 인부를 나르던 인차, 업무상황판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심지어 깨진 유리창도 그대로 있다.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검은 선로 위에는 상여를 장식하는 진분홍의 꽃이 붉게 빛나고 있다. 레일바이뮤지엄을 빠져나오면 넓은 마당에 동굴 와이너리, 키즈 카페, 제2 수갱탑이 있다. 해발 832m에서 이름을 딴 '레스토랑832L'은 탄을 캐는 장비를 고치던 정비공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층고가 높고, 정비 기기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원을 산책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주차장과 전망대 라운지다.

'마을 똥개들도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였다는 삼척탄좌와 광부들이 몸담았던 삶의 현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문화·예술이 덧입혀진 공간에는 시간의 흔적과 예술의 희망이 남아 있었다.

<산업유산의 변신> 폐광에 예술을 입힌 삼탄아트마인_1
사진/전수영 기자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16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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