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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의 변신> 공장서 핀 건축예술의 꽃 김중업 박물관
2016-08-16 07:30:04최종 업데이트 : 2016-08-16 07:30:04 작성자 :   연합뉴스

(안양=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건축이란 희열을, 삶에의 찬가를, 노래와 춤과 시와 로망을 던져주는 것. 작가가 정성껏 꾸민 것을 시간이 인간에게 되돌려 주는 것. 사람이 반기고 아끼고, 그러다가 하루는 신의 소유물이 되는 것. 쓸모가 있고 아름답고 의젓한 것이 다시금 대자연 속에 되돌려지는 것. 그러기에 인간이 남긴 기호들이 상징의 세계 속에 승화되는 것. 얼마나 건축가란 멋있는 삶이냐."

<산업유산의 변신> 공장서 핀 건축예술의 꽃 김중업 박물관_1
사진/전수영 기자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김중업(1922~1988)은 40여 년간의 건축 활동을 통해 200여 개의 프로젝트와 작품을 남겼다.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외에도 삼일빌딩, 서강대 본관, 부산대학교 본관, 서산부인과, 유엔기념공원 정문, 올림픽 상징조형물인 평화의 문 등이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이다.

1950년대 초 근대건축의 기능주의와 표현주의를 결합한 르 코르뷔지에(1887~1965)를 사사한 김중업은 프랑스 건축과 우리 전통의 건축을 토대로 한국 건축의 초석을 놓았다. 그의 건축은 주로 곡선과 원형 등의 기하학적 형태에서 유출해낸 디자인 언어로 낭만적이고 시적인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김중업은 공장 디자인에도 참여했는데 1959년 완공한 제약회사 유유산업 안양공장은 공장 건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유유산업 공장은 공장 건물과 조각 작품을 접목한 김중업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고은미 김중업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중업 박물관은 김중업이 설계한 제약회사 유유산업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라며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김중업의 투철한 작가의식과 예술관에서 비롯된 건축적 사고와 작품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업유산의 변신> 공장서 핀 건축예술의 꽃 김중업 박물관_1
사진/전수영 기자

안양시는 2006년 유유산업 공장이 이전하자 2007년 이를 사들여 인근의 안양예술공원과 연계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세웠다. 이후 안양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된 고려 시대 사찰 안양사(安養寺) 터가 발견돼 발굴작업 등 오랜 산고 끝에 2014년 3월 거장 건축가의 작품 속에 그의 이름을 딴 김중업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옛 유유산업 사무동은 '김중업관', 보일러실은 공연장과 세미나실이 있는 '어울마당', 창고는 이곳 발굴 조사에서 나온 유물을 전시한 '안양사지관', 연구실은 교육과 특별 전시공간인 '문화누리관'으로 꾸며졌다.

안양시 석수동 예술공원로에 위치한 김중업 박물관에 들어서자 마당 왼쪽 한편에 중초사지 당간지주(보물 4호)와 고려 시대 삼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64호)이 나란히 서 있다. 당간지주에는 신라 흥덕왕 원년인 826년 8월 6일에 채석하여 그다음 해인 흥덕왕 2년(827) 2월 30일에 세웠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중초사는 10세기 초 안양사로 바뀌면서 16세기 중반까지 존재했다.

<산업유산의 변신> 공장서 핀 건축예술의 꽃 김중업 박물관_1
사진/전수영 기자

삼층석탑을 지나면 김중업관이다. 이 건물은 기둥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외부로 드러내 내부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어졌고, 벽면을 유리로 처리해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였다. 그의 개성과 초기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1층 전시실에서는 김중업이 세계를 떠돌며 한국어ㆍ영어ㆍ프랑스어ㆍ일본어로 남긴 메모와 스케치가 담긴 건축 수첩,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등이 방문객을 맞는다.

계단을 올라 문틀과 문짝까지 옛날 그대로인 2층 전시실로 들어서면 김중업이 만든 도면과 작품사진, 건축 모형 등을 통해 김중업의 건축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김중업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생명을 상징하는 자궁과 성기의 모양을 본떠서 설계한 서산부인과 나무 모형은 김중업의 큰아들이 기부한 것으로 우리 현대 건축사의 흐름을 짚어낸다. 또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을 계기로 현재 성남시인 광주단지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비판한 탓에 강제추방당해 1971년부터 1979년까지 프랑스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했던 사연도 알 수 있다.

<산업유산의 변신> 공장서 핀 건축예술의 꽃 김중업 박물관_1
사진/전수영 기자

김중업관 옆에는 문화누리관, 그리고 뒤편에는 어울마당이 있다. 문화누리관은 준공 당시 건물 입면에 조각가 박종배의 모자상과 파이어니어상 등을 설치한 김중업 디자인의 백미로 꼽힌다. 마당 중앙에는 공장의 일부였던 돌기둥 24개를 활용한 배영환의 작품 '사라져 가는 문자들의 정원'이 우뚝 서 있다.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16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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