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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
2016-06-22 07:00:01최종 업데이트 : 2016-06-22 07:00:01 작성자 :   연합뉴스
미지의 섬 원시림 감상, 섬 트레킹에 두시간…가벼운 힐링코스
또다른 이름 쑥섬…쑥 군락지 넓진 않지만 품질은 최고
나로도항 코앞, 배로 5분거리…우주센터도 보고 짬내 섬도 보고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애도까지 배 타고 얼마나 걸려요" "뭐가 얼마나 걸린 단가. 저기 보이는 저 섬이 쑥섬인디"

고흥반도 최남단 나로도항 선착장 건너 편으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섬이 애도다.

그곳 사람들은 행정명칭인 애도보다는 다들 쑥섬으로 부른다.

애도의 애자는 쑥 애(艾)자에서 따왔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쑥섬으로 불리는 고흥 애도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고흥 나로도항에서 바로 본 애도. 2016.6.22

나로도항 작은 선착장에는 섬으로 가려는 할머니 10여명이 간이 의자에 앉아 배를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착장 바로 옆에는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이 2층 규모 현대식으로 번듯하게 지어져 있다.

하지만 이 터미널은 여수나 거문도로 가는 배에 타려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

애도나 인근 사양도로 가려면 터미널 옆 이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배는 애도, 사양도 등 목적지가 쓰여 있어 금방 눈에 띈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애도를 오가는 배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섬 주민들을 태우고 고흥 나로도항에서 쑥섬과 인근 사양도를 오가는 배. 2016.6.22

표를 팔거나 돈을 받는 사람이 없어 주변을 살폈더니 다들 그냥 배에 올라 얼떨결에 따라 탔다.

차 한 대 정도를 함께 태울 수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배는 뱃고동을 울리며 출발했다.

선착장에 앉아 있던 할머니 중 한 명이 배 안에서 아까의 물음에 답 아닌 답을 줬다.

"요즘 바깥사람들이 쑥섬 많이 들어가든디 자네도 거그 구경간가? 여그서 보믄 쑥섬이 조그맣고 아무것도 아닌디 들어가보믄 겁나 게 이쁜 섬이라데"

5분이나 탔으려나 뭘 좀 더 물어보려는데 내리란다. 어느새 건너편 애도에 닿았다.

혼자 내리려나 싶었지만 서너 명이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뱃머리에서 한 아주머니가 뱃삯을 받았다. 요금은 편도에 1천500원.

잔돈이 없어 만원짜리를 뺏더니 앞서 내리려던 아저씨가 뱃삯을 대신 내줬다.

나로도에 사는 분인데 쑥섬 산책에 나섰다고 한다. 이번이 두 번째 탐방이란다.

"쑥섬 많이 알려주세요. 여기 사람들도 잘 모르는데 정말 사랑스러운 섬입니다"라는 인사도 덤으로 받았다.

애도 선착장에서는 조그만 정자와 쑥섬 탐방길을 그려놓은 안내도가 낯선 방문객을 반겼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애도 탐방도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애도를 좋아하는 탐방객이 직접 제작해 탐방길 입구에 걸어놓았다. 2016.6.22

쑥섬 쑥섬…이름만 봐서는 섬이 온통 쑥으로 덮여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마을 뒤편 산 언덕에 쑥 자생지가 꽤 넓게 있으나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다.

20년전 이곳에 자리를 잡은 김상현씨는 "쑥 품질이 전국 최고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같다"고 알려줬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쑥섬의 쑥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쑥섬에는 쑥이 많지는 않지만 품질은 으뜸이라고 한다. 뒷산 언덕에 자생지가 있다. 2016.6.22

쑥섬은 면적이 0.326㎢, 9만8천평 정도로, 해안선의 총 길이는 3.2㎞에 불과하다.

남북으로 길게, 소가 엎드린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재는 15가구 30여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다.

1970~1980대에는 이 작은 섬에 70여가구 300여명까지 살았다고 한다.

김씨는 "연안어업이 활황기였을 때에는 배들이 건너편 나로도항으로 안 가고 여기에 머물 정도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자를 돌아 마을 안쪽에 들어가면 돌로 쌓은 담들이 그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어른 키만 한 돌담들이 구불구불 작은 골목을 만들면서 집과 집을 나누고 이어줬다.

마을 뒷산을 넘어 내리치는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쌓았는데 지금은 섬 방문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쑥섬의 돌담길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쑥섬 마을에 남아 있는 돌담길. 해풍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2016.6.22

마을 돌담길을 벗어나면 뒷산을 오르는 약 4㎞ 정도의 본격적인 섬 탐방이 시작된다.

짧지만 거의 90도로 봐도 무방한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면 드디어 쑥섬의 속살과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고즈넉한 시골 섬마을 풍경은 머릿속에서 싹 사라진다.

영화에서나 봤던 원시림의 한 장면에 입이 벌어진다.

햇볕도 잘 들지 않아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숲이 기이한 형태를 한 각종 나무들로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태양을 보고 싶은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경쟁적으로 솟아오르면서 숲의 하늘을 모두 가렸다.

대부분 서어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등 숲이 가장 안정화된 곳에서 자란다는 보기 힘든 나무들이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쑥섬의 당산할머니 나무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쑥섬 탐방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나무. 가까이에서 보면 여성의 몸매를 떠올리게 하는 기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2016.6.22

숲 한가운데에는 독특한 형태의 당산할머니 나무가 누운 채 버티고 있다.

길을 가로막고 낯선 외지인이 마음을 정갈하게 하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을 태세다.

숲 중턱에는 오래됐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당집도 있다.

풍어와 안전, 뭍으로 나간 자식들의 건강을 바라는 옛 섬사람들의 마음이 깃든 곳이다.

공개 여부를 놓고 마을 주민들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숲길을 따라 즐비한 나무들에 경탄하며 가다 보면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면서 산의 정상에 다다른다.

눈앞에는 다도해 바다가 펼쳐지고 여기서부터 능선을 따라 꾸민 듯 꾸미지 않은 평탄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나무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바다를 옆에 두고 햇살을 받으며 산책길을 걷다 보면 난데없는 풍광에 또 놀란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쑥섬 별정원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쑥섬 뒷산 정상에 만들어진 꽃정원. 이곳에 거주하는 김상현씨 부부가 수년간 공을 들였다. 아직도 조성중. 2016.6.22

수국과 에키네시아 등 100여가지 종류의 꽃들이 활짝 핀 산 정상의 하늘정원이다.

산봉우리 1천600㎡ 정도의 평평한 대지를 아기자기하게 꾸며 만들었다.

김상현·고채훈씨 부부가 애도마을 사람들과 함께 십수년간 공을 들이며 지금도 만들고 있는 별정원이다.

정원의 모습을 별의 모양에서 땄다고 한다.

쑥섬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김씨 부부의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쑥섬에 핀 꽃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쑥섬 정상에 만들어진 정원에 핀 꽃. 멀리보이는 왼쪽이 사양도. 오른쪽이 나로도. 2016.6.22

하늘, 바다, 섬, 꽃밭을 한눈에 담으며 감탄하고 있을 때 쑥섬은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몰을 맞으러 섬 뒷쪽 봉화 등대로 가면 쑥섬이 감춰놨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깎아지른 듯 돌 절벽이 섬 뒤쪽 전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대감바위가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이고 재미난 전설과 얘기를 간직한 신선대와 중 빠진 바닷굴도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사자바위 두꺼비바위도 배를 타고 섬 뒤쪽을 돌아보며 만났다.

<가고 싶은 섬> 원시림 다도해를 한번에 고흥 애도_1
섬 뒷편 절벽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고흥 쑥섬의 뒷편 절벽. 쑥섬은 육지쪽은 섬마을이 자리잡고 뒷편 바다쪽은 절벽이 위치해 있다 . 2016.6.22

한 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던 섬 탐방은 여기저기 곳곳에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보느라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산책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면 마을 어귀 갈까가 반긴다.

나로도 선착장에서도 보이는 갈까는 갈매기카페의 줄임말.

지붕이 갈매기 모양을 했다. 그 옆에는 게 모양의 민박 숙소도 있다.

김씨 부부가 섬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곳이다.

간단한 음료를 마시고 숙소에서 잘 수도 있지만 부부 모두 직장이 있어 아직 365일 문을 열진 못한다.

김씨는 "쑥섬은 배 타고 5분도 안된 거리에 있어 부담이 없다"며 "인근에 있는 나로도 우주센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 번쯤은 둘러 보며 알려지지 않은 섬의 속살과 재미를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걱정거리도 하나 털어놨다.

쑥섬 옆 사양도가 2년 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면 나로도항과 쑥섬-사양도를 왕래하는 지금의 배는 사라질 수 있단다.

김씨 부부와 섬마을 주민들은 쑥섬이 널리 알려져 관광이 활성화되면 이같은 걱정거리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교통편·요금

광주에서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까지 승용차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버스도 있지만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승용차가 아직 편하다.

쑥섬으로 가는 배는 여객선 터미널 옆 선착장에서 타야한다.

여객터미널 왼쪽으로 가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배편 시간은 계절에 따라 유동적이다. 미리 확인하고 가는게 좋다. (사무장 ☎ 010 3190 1036)

나로도항 출발시간은 하루 다섯차례(07:40, 10:50, 13:00, 16:00 18:30)

쑥섬 출발시간은 (07:35, 08:55, 11:10, 15:05, 18:05)이다.

요금은 편도 1천500원, 소요시간은 5분 정도 걸린다.

표는 여객터미널에서 사지 않고 배 안에서 현금으로 지불한다.

매월 20일은 여객선 정기휴일이다.

낚싯배 등 사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1만5천원에서 2만원선.(대한낚시☎061-833-6447)

▲ 맛집

아쉽게도 쑥섬 안에는 식당이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직 없다.

민박을 하면서 해 먹을 수 있지만 건너편 나로도항에서 먹는 것이 가장 편하고 맛있다.

회는 도톰하고 감칠맛 나며 매운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다도해식당(☎061-834-5111), 순천식당(☎061-833-6441), 서울식당(☎061-835-5111)

▲ 숙박

쑥섬 안에는 숙박시설이 돌게민박(☎010 8672 9222) 한 곳이다.

인원이 많으면 마을회관을 빌릴 수는 있지만 편의시설이 충분치 않아 불편할 수 있다.

건너편 나로도항에는 깨끗한 숙박업소들이 많은 편이다.

bett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22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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