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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
2016-06-21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06-21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문경=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선비와 관리, 보부상 등 길손들의 애환과 사연이 서린 문경새재는 지난 2007년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중 1위로 뽑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길이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_1
사진/전수영 기자

문경새재는 영남대로(嶺南大路)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다. 조선은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며, 전국을 'X' 자 형태로 대로(大路) 6개를 구축했는데, 내륙 천 리 길인 영남대로는 한양과 부산 동래를 잇는 최단코스로 총연장이 380㎞에 달한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길은 세 갈래의 큰 재를 넘었는데 영주에서 죽령을 넘으면 단양이고, 김천에서 추풍령을 넘으면 황간이며, 그 사이로 문경에서 새재를 넘으면 곧 충주 땅이었다. 새재는 높고 험한 고갯길이다. 새조차 힘들게 넘나들 정도로 높고 험하다 해서 '새재'라고 불렸지만 '억새(草)가 우거진 고개', '새(新)로 뚫린 고개', '하늘재와 이화령 사이(間)의 고개'라는 뜻도 담겨 있다.

영남의 선비들은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올라갈 때 으레 새재를 넘었다. 죽령이나 추풍령보다 시간을 하루 이틀 단축하는 이점도 있지만 '죽령을 넘으면 죽죽 미끄러지며,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반면 문경(聞慶)이라는 이름이 '좋은 소식을 듣는다'는 뜻이고, 문경의 옛 이름이었던 문희(聞喜) 역시'기쁜 소식을 듣는다'라는 의미여서 굳이 험하고 험한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로 난 이 길을 선호했다. 사람들만 아니라 영남에서 거두는 30만 석의 세곡 가운데 무려 20만 석이 새재를 넘어 남한강의 가흥창에 쌓였다고 한다,

김영순 문경새재 문화해설사는 "문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인 하늘재(명승 제49호), 태조 왕건과 관련된 전설을 품고 있는 토끼비리(명승 제31호),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인 문경새재(명승 제32호) 등 조선팔도를 잇는 옛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말한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_1
사진/전수영 기자

◇ 청운의 꿈을 품은 옛 선비들이 걷던 길

문경새재의 여정은 길을 주제로 한 옛길박물관에서 시작된다. 문경의 모든 옛길을 오르기 전에 방문해야 할 필수 코스인 옛길박물관에는 문경새재, 하늘재, 토끼비리 등 옛길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특히 1층 전시관 입구에는 '좁쌀책'이라 불린 아주 작은 책과 호패, 휴대용 고지도, 나침반, 엽전 등 먼 길을 떠날 때 들고 다닌 괴나리봇짐 속 물품이 전시돼 있다.

옛길박물관에서 타박타박 10분 정도 걸으면 돌로 쌓아놓은 성채가 앞을 가로막는다. 은은한 곡선미를 보이는 팔작지붕을 머리에 이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영남의 제1관문 주흘관이다. 길이는 동쪽 주흘산 방향이 약 500m, 서쪽 조령산 방향이 약 400m로, 새재 3개 관문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원형도 잘 보존돼 있다.

초곡성으로도 불리는 주흘관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왼편에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 나타난다. 광화문과 궁궐, 저잣거리, 양반촌 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 촬영장은 세트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조선 시대 거리를 걷는 느낌을 준다. '태조 왕건', '대조영', '연개소문', '뿌리 깊은 나무', '대왕세종' 등 인기 사극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촬영장을 나오면 본격적인 산책길에 들어선다. 마사토가 깔린 폭 3~4m 황톳길이 제3관문까지 이어진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진 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문경새재, 맨발로 걸어보세요'라는 팻말에는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을 자극해 쌓인 피로가 쉽게 풀리고, 전신 혈액순환 촉진으로 면역기능 향상과 관절염 예방에 좋다"는 문구도 있다. 두 손에 신발을 들고 맨발로 황톳길을 내디디면 발가락 사이로 땅의 기운이 파고든다. 느낌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그 이상이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_1
사진/전수영 기자

산림욕을 즐기다 보면 옛날 여행객의 편의를 제공하던 조령원 터와 도적 떼와 여행객이 번갈아 쉬어갔다는 마당바위, 국밥 한 그릇과 술 한 잔으로 시장기와 여독을 풀던 주막을 만나게 된다. 김영순 문화해설사는 "새재는 낮에도 혼자서는 넘어가기 힘들었고, 호랑이를 비롯한 맹수들이 많았으며 도둑 피해 역시 빈번했다"고 말한다.

옛사람들의 흔적을 더듬고 난 뒤 발길을 옮기면 길은 다시 호젓해지고 신·구 경상감사의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던 교귀정(交龜亭)에 닿는다. 새재 계곡과 마주 보는 구릉에 세워진 교귀정은 문경새재에서 정취가 가장 아름답다. 정자 옆에 뿌리를 내린 노송 한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교귀정 앞 용추는 퇴계 이황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경승지였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_1
사진/전수영 기자

너럭바위가 인상적인 용추를 지나면 순수 한글 비석인 '산불됴심' 표석(도지정 문화재 226호)이 반긴다. 산과 나무, 개울에 취해 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선조 27년(1594년) 충주의 의병장 신충원이 축성한 제2관문 조곡관에 다다른다. 3개의 성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졌는데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난 다음이다. 임진왜란 때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새재를 넘을 때 팔도대원수 신립 장군은 천혜의 요새인 문경새재를 버리고 충주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고, 조선군은 전멸했다.

주흘관에서 조곡관까지 3㎞ 구간은 완만한 오르막이고 직선로가 많았다면, 조곡관에서부터 새재의 마지막 관문인 제3관문 '조령관'까지 3.5㎞ 구간은 가파르다. 대부분 사람은 조곡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간다. 제2관문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조곡관부터 숲이 더 깊어지고, 제법 길이 가파르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다 보면 문경새재 아리랑비와 마주친다. 노래비 앞 단추를 누르면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큰 애기 손질에 다 놀아난다/ 문경새재 넘어갈 제/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걷다 보면 온몸으로 자연의 속살이 파고든다. 문득 둥그런 돌무더기 위에 돌부처가 서 있는 책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거길 선비들은 이곳을 지나칠 때 장원급제를 빌었지만, 지금은 '수능대박', '로또대박' 등을 기원한다. 이곳을 지나면 마지막 종착지 제3관문 조령관이다. 고개 정상 제3관문은 북쪽인 충북 괴산을 향해 문이 나 있다. 이는 왜군이 아닌 북쪽에서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선조 때 쌓고 숙종 34년(1708년)에 중창한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고, 새재를 넘어 2.4㎞ 내려가면 충북 괴산 고사리마을 버스정류장이다.

그 옛날 선비와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길은 맨발로 걷기에 더없이 좋은 마사토가 고운 흙길이 되었고, 괴나리봇짐 대신 생수 한 병만 갖고 걷는 최고의 도보여행 1번지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_1
사진/전수영 기자

◇ 조령산 자연휴양림

문경새재 조령관 아래에 위치한 조령산 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시원한 계곡 때문에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문경새재는 물론 조령산과 신선봉, 마역봉 등 명산을 다녀오기 좋은 휴양림이다.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숲의 푸른 기운이 눈은 물론 정신까지 맑게 한다. 시원한 물소리와 새소리는 귀에 감기고, 피부를 스쳐 가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이런 자연 속에 통나무로 만든 숲 속의 집, 복합휴양관, 다가구 숲 속의 집, 임간수련장(단체숙소),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매점 등이 점점이 박혀 있다. 복합휴양관 아래에는 계곡 물을 막아 만든 아담한 물놀이장이 있다. 숲 속의 집은 4인용, 6인용, 10인용, 12인용이 있는데, 휴양림 맨 위쪽에 있는 굴참나무·쪽동백·박달나무·오동나무·생강나무 등 5개 동에서 등산로를 따라 5분 올라가면 조령관이다. 복합휴양관의 신선암·깃대봉·마패봉·신선봉은 다락을 갖추고 있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_1
사진/전수영 기자

자연휴양림 내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역사·문화·생태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생태교육장은 역사관, 체험관, 교육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역사관은 백두대간의 개념, 역사, 문화에 대한 전시실로, 백두대간의 올바른 개념과 역사적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관람은 무료이며, 하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21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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