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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
2016-06-18 07:00:01최종 업데이트 : 2016-06-18 07:00:01 작성자 :   연합뉴스
쉴 섬…"일주일쯤 푹 쉬면서 범바위 기(氣) 받으세요"
슬로길 11코스 마을길, 들길, 산길, 해변길 따라 100리
서편제·봄의 왈츠 촬영지, 풀등해변 등 명소 많아

(완도<청산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을 유혹하는 느림의 여유.

청산도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섬이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여객선에서 바라본 전남 완도군 청산도 도청항 전경. 2016.6.16

전남 완도군 청산도는 달팽이 섬이다. 섬이 달팽이를 닮아서가 아니라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가자는 의미다.

청산도에서는 달리고 서두르면 반칙이다.

요즘 청산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느림의 미학을 잃었다는 말도 나오지만, 여전히 이 섬은 여유롭다.

섬 곳곳에 달팽이 표시도 많고 돌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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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느림의 미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돌신. 천천히 가자는 슬로우의 의미를 담고 있다. 2016. 6. 16

돌로 만든 신발을 신었으니 걸음걸이가 느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문화해설사가 귀띔한다.

긴 숨을 내쉬고 천천히 걷다 보면 다도해의 아름다움이 들어오고, 섬마을 주민들의 정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청산도는 그리 먼 섬이 아니다. 완도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50분이면 도착한다.

제법 큰 여객선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매점에서 잠시 군것질을 하고 나니 청산도 도청항이다.

청산농협이 운영하는 여객선에는 평일에도 섬을 찾는 관광객이 제법 많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완도항에서 청산도를 운항하는 퀸청산호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2016. 6. 16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고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지정 등을 계기로 청산도가 많이 알려진 탓이다.

여의도 면적의 10배쯤 되는 섬이지만 곳곳에 볼거리, 체험거리가 넘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곳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모두 11개 코스로 나뉜 슬로길을 다 합치면 42.195km다. 마라톤 풀코스 거리를 딱 맞췄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청산도 슬로길을 알려주는 안내판. 2016. 6.16

지렁이처럼 꼬부라진 이정표를 따라 걷다가 힘이 부치면 쉬어가고 꼬박 2박 3일이 걸린다.

문화해설사로 활동중인 백련암의 도현스님은 "청산도는 눈으로 보는 섬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섬이란다. "청산도의 공기, 풀, 돌, 주민의 삶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보물"이라고 귀띔했다.

한 일주일쯤 푹 머물다 갈 것을 여행객에게 권했다.

도청항에서 곧바로 시작되는 1코스는 너무나 잘 알려진 길이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가 방문객을 맞는다.

청산도 슬로축제가 열리는 4월에는 노란 유채꽃이 환상적이지만 여름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9월 말께는 유채 대신 울긋불긋 코스모스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드라마 세트장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돌담을 길게 쌓아 물고기를 잡는 독살이 눈길을 끌었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서편제 길에서 내려다 본 독살 모습. 독살은 돌을 담을 싸아 썰물때 갇힌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로방식이다. 물이 더 빠지면 독살 왼쪽으로 하트모양이 드러난다. 2016 .6.16

바닷물이 빠진 뒤 드러난 독살은 두 개가 맞물려 영락없는 사랑의 하트(♡) 모양을 연출했다.

파도 물결이 꽃 같다 해서 붙여진 화랑포(花浪浦)로 가는 2코스는 사랑길로 불린다.

바닷가 한 쪽에 있는 널따란 연애바위가 있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단다.

울타리에 매달린 사랑의 자물쇠는 저마다 애틋한 사랑의 고백을 담고 있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사랑길에 울타리에 달려 있는 자물쇠. 사랑의 고백을 담고 있다.2016. 6.16 [향토사진작가 김광섭씨 제공]

슬로길 곳곳에는 눈길을 끄는 문화 유적지도 적지 않다.

일종의 풀무덤인 초분(草墳)은 청산도 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례문화다.

민간 신앙과 불교가 결합한 신앙물인 하마비도 슬로길 옆에 자리잡고 있다.

산성 길이가 족히 십여 리는 될 듯한 청진산성 성곽에서 바라보는 청산의 아름다움은 장관 그 자체다.

섬마을의 모습은 어머니의 품 같은 안락함이 묻어난다.

6코스에 자리잡은 구들장 논은 섬 사람들의 지혜와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척박한 섬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농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닥에 돌을 구들장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이 밑으로 물이 흘러내리도록 만든 논이다.

농업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구들장 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느린섬 여행학교가 있다.

청산도 청정재료로 만든 슬로우푸드를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어 하룻밤 묵어가는데도 부족함이 없다.

국립공원 최고의 명품마을이 청산도에 있다. 슬로길 7코스에 자리잡은 상서마을이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청산도 상서마을 돌담길에서 마을 주민 정양덕 할머니가 포즈를 취했다. 2016. 6.16

구불구불 돌담은 적어도 200년은 족히 될 듯하다.

소박하게 지어진 농가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린다. 옛돌담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상하게도 담쟁이가 있는 돌담이 안 쓰러진당께"

정양덕(76) 할머니는 담쟁이가 돌 사이로 들어가 담을 무너뜨리지 않느냐?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보기도 아름답지만, 신기하기까지 했다.

청산도 여행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더더욱 그렇다.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이 기(氣)를 충전해 갈 수 있는 곳이다.

섬 주민이라면 청산도 온 여행객에게 꼭 한마디 건네는 말이 있다.

"범바위에 가서 기 좀 받고 가소"

범바위는 슬로길로 따지면 5코스에 있다.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오르는 길에서 본 청산도 절경은 덤이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범바위 길에서 내려다 본 청산도의 비경. 2016. 6.16

범바위는 이름이 주는 느낌부터 예사롭지 않다.

옛날 청산도에 살던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했는데 이 바위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커 호랑이가 도망을 갔다는 전설이 안내표지판에 적혀있다.

섬 자체도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가 뭉쳐 있어 바람이 불 때면 울림소리가 유난히도 크다.

범 우는 소리와도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나침판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기가 넘치는 범바위의 전경. 2016. 6.16

범바위 앞 권덕리 해상은 예부터 선박사고가 잦아 이른바 한국판 버뮤다 삼각지로 불린다.

바위에 자석철 성분이 많아 강력한 자기장이 선박의 나침판까지 힘을 못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항상 북쪽을 가리켜야 할 나침반 자침이 빙글빙글 도는 신기한 장면에선 그저 자연의 신비에 놀랄 뿐이다.

선박과 항공기 실종 사고로 유명한 중남미 카리브해의 버뮤다 삼각지대와 같은 공간이 청산도에도 있는 셈이다.

해도(海圖)에는 이 지역이 자기장 이상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해경에서도 이 해역을 지날 때 운항주의를 당부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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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이른바 한국판 버뮤다 삼각지대로 불리는 범바위 앞 해상. 2016. 6.16

청산면사무소 김원석 농수산담당은 "선박 운항장비가 많이 좋아졌지만, 요즘도 바다 안개가 끼는 날에는 주민들도 이곳은 피해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봤는데 정말 신기했다"며 "기가 세다는 소문이 나 기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범바위는 이리저리 보는 각도나 햇빛에 따라 다양한 형상이 드러났다.

코를 축 늘어뜨린 코끼리, 원숭이나 사자 얼굴, 용이 비상하는 모습에는 경이로움도 느껴진다.

20여개 다양한 동물 모습을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전국 팔도에 떨어져 산다는 네 자매는 어려운 시간을 내 함께 여행을 왔다고 했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범바위를 찾은 여행객들. 앞서 걷는 네자매는 전국 각지에서 이번 여행을 함께 왔다고 말했다. 2016. 6. 16

이들 네 자매는 동물찾기 내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날씨가 좋을 때면 범바위에서 여수 거문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보인다.

요즘에는 옅은 안개가 자주 끼어 제주도를 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란다.

전망대에서 해물파전을 안주삼아 마시는 막걸리 한잔도 여행의 맛을 더한다.

전망대에는 낚시하러 왔다가 청산도가 좋아 10년 전에 눌러앉았다는 지역 향토 사진작가 김광섭 씨의 청산 8경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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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청산도 향토사진작가로 활동중인 김광섭씨가 수년에 걸쳐 찍은 청산 8경의 모습 2016. 6.16 [김광섭씨 제공]

완도군의 한 관계자는 청산도 대부분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데크 하나 설치하는 데도 규제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약 때문에 자연과 환경이 잘 보전된 것 아니냐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청산도에서 바다, 해변을 빼놓고는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청산도항 반대편에 위치한 신흥리 풀등해변은 썰물 때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가고 싶은 섬> 느림과 여유의 섬 완도 청산도_1
(완도=연합뉴스) 송형일기자 = 모래사장이 드러난 풀등해변 전경. 2016 . 6.16

하얀 모래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만도 무려 2km에 달한다.

수심도 완만해 가족단위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진산리 갯돌해변은 말 그대로 작고 동글동글한 갯돌로 이뤄진 곳이다.

갯돌을 쓸고 내려가는 파도소리는 음악이 따로 없다. 이들 해변에서 보는 해돋이는 또 다른 장관이다.

지리해수욕장은 200년 이상된 소나무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준다.

바다와 하늘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지리 해수욕장 노을은 빼놓아서는 안 될 비경이다.

슬로시티 청산도에서도 바쁜 이는 항상 있게 마련.

이들은 위한 단축 코스도 있다.

1코스 서편제·봄의 왈츠 촬영지를 거쳐 범바위 느린섬 여행학교, 구들장 논을 둘러보거나 11코스인 파시문화거리와 상서돌담마을, 신흥리 풀등해변을 돌아 느린섬 여행학교를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정장선 청산면장은 "여행도 빨리빨리가 통용되는 시대지만 청산도에서 만큼은 느림의 여유를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교통편·요금

완도연안여객터미널에서 평일에는 8회 운항한다. 4월 슬로시티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주말에는 15회 가량 늘려 운항한다.

지난달부터 청산농협이 새로 건조한 퀸청산호가 투입돼 운항중이다.

매표하거나 배를 탈 때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차량을 갖고 갈 경우 대기 순서대로 도선이 이뤄지는 만큼 좀 더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일반 기준 요금은 7천원이다.

완도여객터미널(☎061-552-0116) 청산농협(☎061-552-9388)

여객선 도착 시간에 맞춰 슬로시티 순환버스가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5천원, 어린이 3천원이다. 슬로시티 투어버스도 있다. 1일 3차례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7천원, 어린이 5천원이다.

▲ 식당

부두식당(☎061-552-8547) 보적산장음식점(☎061-555-5210), 늘푸른식당 (☎ 061-553-2585)대봉식당(☎ 061-552-8684)바다식당 (☎ 061-552-1502)보적산장 (☎ 061-555-5211)해녀식당 (☎ 061-552-8547)섬마을식당 (☎ 061-552-8672)자연식당 (☎ 061-552-8863)진미원 (☎ 061-552-8633)청산도식당 (☎ 061-552-8600)토방식당 (☎ 061-552-0031)

▲ 숙박

최근 3-4년 새 펜션과 민박업소가 수십 곳이 생겼다. 성수기만 아니면 묵을 곳을 이유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울림펜션 (☎ 010-4521-8148), 빌리지펜션 (☎ 010-8853-8664)힐링하우스 (☎ 010-4780-9510)흙사랑펜션 (☎ 010-6246-6737)청산한옥민박 (☎ 010-2590-3130)행복해한옥 (☎ 010-6630-6834)해랑달민박 (☎ 010-4936-6018) 섬이랑나랑 (☎ 061-555-3344)올레펜션 (☎ 010-6688-7454)광주민박 (☎ 061-552-8846)

nic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1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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