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집에서 만드는 김밥, 이래서 좋다
2014-04-13 22:00:51최종 업데이트 : 2014-04-13 22:00:5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왜이렇게 김밥을 잘 싸세요?" 요즘 일주일에 3번 정도 김밥을 싸서,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더니 하는 말이다. 이상하게도 김밥을 좋아하고, 김밥 싸는 것도 즐긴다. 겨울 내내 쌀이 줄지 않다가 요즘 날이 좋아지면서 김밥을 자주 싸다 보니깐 쌀이 푹푹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김밥 싸서 내가 먹는 것보다 남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훨씬 많다. 아무리 좋아해서 먹는다고 해도 한 번에 10줄 이상을 먹기는 힘들지 않은가. 기껏해야 2줄 정도 먹으려고 재료를 준비하여 번거롭게 김밥을 말지는 않는다. 

집에서 만드는 김밥, 이래서 좋다 _1
김밥을 싸는 것이 즐겁다
 
오늘 아침에도 15줄 정도 김밥을 싸서 사람들과 나누었다. 친구에게도 보내고, 동네 카페 친한 사장님 부부와도 나누어 먹고, 지인에게 회사 사람들과 먹으라고 싸서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나누어 먹기에 좋은 음식이 김밥이 아닐까. 김밥을 싸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재료로 쌀 뿐이다. 단무지, 계란, 시금치, 햄과 맛살이나 오뎅, 당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김밥은 바로 밥의 양념이다. 

밥에 소금간을 하고 들기름으로 고소한 맛을 낸다. 여기다가 견과류를 갈아 넣은 가루를 넣는다. 호두, 땅콩,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곱게 가루 내어서 밥에 섞어 넣는다. 입에 씹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이 들어갔는지 말해주지 않는 이상 모른다. 그냥 고소하고, 맛있다고 할 뿐이다. 

집에서 만드는 김밥, 이래서 좋다 _2
만들어진 김밥은 쌓아놓은 것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사람들이 김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다. 또한 김밥을 싸서 수원시 곳곳을 나들이 간다면 얼마나 즐거운지. 최근에는 광교 호수공원의 원천저수지로, 융건릉으로, 도청벚꽃놀이로 소풍을 갔다. 
간단한 김밥 도시락에 과일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어떤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도 부럽지 않다. 내가 싼 김밥으로 누군가 입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집에서 만드는 김밥, 이래서 좋다 _3
김밥을 싸는 밥에 다양한 견과류를 갈아 넣어서, 더욱 밥이 고소하다. 김밥의 비결 중 하나
 
김밥 싸는데 필요한 재료, 1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오늘도 거의 10명의 사람들이 즐거웠나보다. 맛있다고 말하면서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일상 속에서 나들이를 떠난 듯 정겨움이 느껴져서 좋다. 그래서 자주 먹을 것을 싸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번거롭게 무얼 싸갖고 오느냐고 하면서 타박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든 도시락과 돈을 주고 사 먹는 음식을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는가. 어린 시절 김밥을 싸는 날은 소풍날밖에 없었다. 소풍날 김밥 싸는 고소롬한 냄새가 집안에 풍길 때 그날만큼은 우리집이 부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김밥을 쌀 때의 고소한 그 냄새가 풍요로움의 상징인 것처럼 생각되었나보다. 그래서 지금도 김밥을 싸는 즐거움을 스스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만드는 김밥, 이래서 좋다 _4
지인들과 나눠먹고, 김밥을 싸서 인근 공원으로 소풍도 간다
 
내 나이 9살에 엄마가 돌아가신 후 다음 해에는 김밥 도시락을 소풍에 가져가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날의 쓸쓸함과 설움은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이상 말할 수 없다. 소풍날 김밥 도시락을 가지고 갈 수 없었던 초등학교 꼬마 여자 아이의 부끄러움과 창피함은 아직도 내 속에 남아 있는 걸까? 

지금 10살이 된 아들은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어!' 하면서 수시로 김밥을 싸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왜이렇게 김밥을 싸는 게 좋아?' 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냥, 맛있어서...' 라고만 답한다. 
하지만 소풍날 김밥을 싸가지고 가지 못했던 어린 나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차마 아이에게도 말하지 못할 정도의 감정이다. 

이제는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김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의 김밥을 먹고 즐거워하는 마음으로 김밥을 싼다. 알록달록 색색의 김밥이 가지런히 도시락통에 담겨진 모양은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