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인 남편의 삶을 돌아볼 시간
2014-04-03 18:17:32최종 업데이트 : 2014-04-03 18:17:32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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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와서 밥 드세요!"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인 세상의 모든 가장들의 마음을 잊지 말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짜증을 내고 남편도 화가 나서 아이들 앞에서 원치 않는 안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결국 그러고 나면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괜히 더 오버해서 살갑게 굴고 더 놀아주게 되면서도 아이들은 좀 전에 언성을 높이던 부모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좀처럼 편안히 잠에 들지 못하고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을 재우고 거실에 단둘이 앉은 우리. 아까 차렸던 밥상은 화가 나서 치워버리고 남편은 배가 고픈지 볼이 홀쭉하다. 남편은 자기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보면서 나를 외면하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조용한 밤이 되니 곧 이성을 찾은 나는 금세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슬며시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밥 다시 차려줄까?" "됐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 "배고파서 얼굴이 홀쭉하네 뭐……" "그럼 한번 차려보던가……" 그렇게 서로 '피식' 웃으며 상황을 무마했지만 남편의 마음은 이미 상해있었던 모양이었다. "앞으로 늦으면 그냥 밖에서 밥 먹고 올게. 근데 밖에서 먹는 밥 한끼가 얼마나 돈이 아까운 지 알아? 그 돈이면 차라리 집에서 맛있게 먹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나도 배고픈 거 꾹 참았다가 집에 와서 먹는 건데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에휴~ 갑자기 불쌍하게 왜 그래? 알았어, 늦게 와도 차려줄게." 다음날 아침, 전쟁 같은 아이들 등원을 치르고 그저 멍하니 넋을 놓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집에 들어와 영화 한편을 보았다. '즐거운 인생'이라는 2007년에 제작된 한국영화인데 20대 대학생 시절 밴드였던 40대 남자들이 현실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지치고 힘든 삶 속에서 자신들의 20대 꿈과 열정을 다시 돌이켜 밴드로 부활해서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은행에서 일하다가 해직 된 백수, 기러기 아빠로 오랜 세월 살다가 결국 이혼을 당하고 마는 중고차 사장, 낮엔 택배기사이자 밤엔 대리운전기사인 3명의 주인공을 보면서 내 남편의 모습, 지난 세월 동안의 우리 아버지 모습이 그려져서 눈물이 흘렀다. '자기야, 어제는 내가 진짜 미안했어.' 영화를 다보고 눈물을 닦으면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 가장 먼저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빈 속으로 회사를 달려간 남편. 어제 일도 그렇고 매일 그렇게 우리 가족을 위해 자신을 돌볼 틈 없이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안쓰럽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내 가족이 모두 행복해야 나도 행복한 것인데 가끔은 내 몸이 힘들거나 지치면 가장 먼저 상처를 주고 마음 아프게 하는 상대가 바로 내 남편, 아이들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시간 나는 내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내고 아이들과 남편이 나를 원할 때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다. 부부가 서로 스스로의 행복을 찾으면서 가족이 다 함께 행복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삶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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