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산사 봉녕사에도 봄이 왔어요
2014-02-17 19:21:21최종 업데이트 : 2014-02-17 19:21:21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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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계속 내리던 눈이 이제는 그쳤을까 궁금하여 삼척에 계신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전만 하지는 못하지만 오늘 오전 11시를 기하여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지붕 위의 쌓인 눈이 걱정이 되어 노심초사 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였지만, 앞으로 목요일까지 30cm정도 내린다는 예보는 그리 걱정할 만큼은 아니라고 "2m도 넘게 내렸는데 그까짓 30cm정도야 눈도 아니다" 한다. 도시의 산사 봉녕사에도 봄이 왔어요_1 도시의 산사 봉녕사에도 봄이 왔어요_2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른 잎사귀가 부서지는 부스럭거림이 조심스럽다. 도시의 한가운데라고 의식하지 못할 만큼 산사는 고요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햇빛 좋은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다문 채 그저 하늘만 쳐다본다. 친구가 좋은 것은 그저 함께 있는 것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굳이 말을 통하여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생각으로 가족, 건강, 염원 등의 구원의 메시지를 돌이켜 보지는 않았을까 여기지만 그것 또한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는다. 정수리가 뜨겁게 느껴진다. 강열한 태양과 훈풍이다. 쪼르르륵 경쾌하게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생명수를 한 모금 들이킨다. '아직은 마음이 부족하구나' 가슴까지 차가운 냉기는 느껴지되 물맛은 인공의 맛이 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가을 하늘보다 더 짙다. 파란색 물감에 하얀색 물감을 섞은 가을하늘처럼 맑고 가볍지 않는 짙고 탁한 하늘이다. 도시의 산사 봉녕사에도 봄이 왔어요_3 불심을 모르는 중생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들리는 대로 느낀다. 신자로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했다고 해서 사람으로서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지럽게 울리는 풍경소리가 세속에서 들리는 소음과 같지 않다는 것, 걸음걸음 내 딛을 때마다 순간만이라도 바스락 사그라지는 생명이 없기를 염원한다. 길은 한곳으로 통하지 않는다. 어디로든 통하게 마련이다.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따라 내려갔더니 월드컵경기장 보조 경기장이 나온다. 오늘은 작정하고 걷기를 희망하였으니 봄의 기운을 싫증나도록 만끽해야한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으로 서 있는 양지쪽 목련은 서둘러 봉오리를 만들고 있었다. 벌써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아직 꽃샘추위가 남았는데 이리 서둘러 오다가 큰 시련을 만나게 되지나 않을는지. 도시의 산사 봉녕사에도 봄이 왔어요_4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손톱으로 가릴 수 있는 크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또 어느 곳에서는 겨울의 한가운데 있고 또 어느 곳에서는 다른 계절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작지만은 않은 나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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