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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통 사람들, 장롱 속 사진 꺼내들다
신풍동 신근필씨 집에서 옛 사진전
2013-09-15 08:09:24최종 업데이트 : 2013-09-15 08:09:24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생태교통 사람들, 장롱 속 사진 꺼내들다_1
신근필씨가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영옥씨께!
그간 안녕하셨어요.
영옥씨를 만나본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척 오랫동안 뵙지 못한 것 같아요.
영옥씨도 이 편지를 받으시면 일손을 멈추시겠지요.
저도 돌아오는 토요일 영옥씨를 만난다는 생각이 마치 축제를 앞둔 소년의 부푼 가슴처럼
기다리게 되는군요.
하루하루가 좀 더 빨리 좀 갔으면 합니다.(중략)

이골짝 그대는 떠난다지
그리운 눈동자 그모습
지난날 빛나던 그 햇빛도
그대와 함께 간다오.

나는 그대에게 약속했지
그대 그리운말 안기를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리
나를 다시 안아준다면(하략) 

1974년 12월 3일에 영록이라는 사람이 영옥이라는 여인에게 보낸 연서(戀書)이다. 40년 전에 쓴 연서 한 장이 길가에 나와 있다. 지나는 사람마다 액자에 담긴 그 편지를 보면서 한 마디씩 한다. 40년 그 이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생태교통 사람들, 장롱 속 사진 꺼내들다_2
40년 전 연서 한장도 나왔다
 
장롱 속에서 꺼낸 빛바랜 사진들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인 신풍동. 이층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집 앞에는 빛바랜 오래된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나열되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35번지 신근필씨의 집. '장롱 속에서 나온 사진 전'이 열리고 있다. 40~60년 전의 장롱 속에 깊숙이 들어있던 사진들이 길로 나온 것이다.
 
치열한 시대를 녹여주는 우리들의 따듯한 이야기. 사진 속에는 이미 주름이 가득한 사람들의 청춘이 있다. 그리고 동네 꼬마들과 함께 어울려 남의 집 담장을 기웃거리던 마음이 있다. 신근필씨의 설명으로 들어보는 예전 신근필씨의 이야기. 그래서 사람들은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이야기

생태교통 사람들, 장롱 속 사진 꺼내들다_3
어린 시절의 주인공들
 
안녕!
금방이라도 새침떼기 꼬마숙녀가 인사를 건네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통통한 볼, 새초롬한 시선. 그 옆에 선 친구는 한없는 순둥이.
우린 단짝 친구였어.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고
구리에서 아들을 낳고 잘 살아. 되돌아가고 싶네.
옛날 우리 집, 지금도 있을까? (장안동 정정선님)

까르르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단발머리 소녀 수줍은 듯 미소짓고
여러분 행궁장터 아줌마가 아닌
소녀 영희를 찾아보세요(신풍동 정영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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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처녀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친구들
영숙이, 은실이, 선원이, 나, 그리고 숙현이
스물다섯 친구
"선원이는 미스코리아도 나갔어. 내 친구 이쁘지?
지금은 모두 연락이 안돼. 그땐 지금처럼 전화가 없었거든.
이거 하면서 소식도 듣고 만났으면"(신풍동 윤영옥님)

25세의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 아마도 이 사진의 윤영옥씨가 연애편지의 주인공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숱한 세월이 지난 이야기들이 장롱 속에서 나왔다. 긴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아름답던 세월이 생태교통에 있다.

생태교통, 신풍동, 신근필, 사진전, 장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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