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여행지를 구석구석 돌아보고, 그곳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여행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 은 많은데, 몇 군데 정도는 항상 남겨두고 오면서 다음에 또 와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전통과 양반의 도시, 경상북도 안동도 그런 곳 중의 한곳이다.
처음 안동에 찾아 갔을때는 친구와 단둘만의 여행이었는데, 아줌마 둘이 버스를 이용해서 다니다보니 욕심만큼 많은 곳을 볼수 없었다.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이 같은 방향이고, 또 정반대 방향으로 하회마을, 병산서원이 위치해 있어서, 바쁘게 다녔지만 다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다. 정봉근화가의 작품으로 문학관에 전시된 시인의 초상화. 특히 이육사 문학관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컸는데, 도산서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문학관이 있었지만, 걸어가기에는 꽤 먼 거리이고 드문드문 다니는 시골버스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런 아쉬움을 두고 온 탓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곳이 안동이었는데, 이번 여름 드디어 남편과 함께 안동을 다시 찾게 되었다. 저녁시간에 도착한 안동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곳은 월영교다. 안동댐이 조성되면서 만들어진 다리로 폭 3.6m 길이 387m 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로 월령교라는 다리 이름도 주민들의 응모작중 선정된 이름으로, 예로부터 안동댐 유역이 '달골'이라 불리었으며, 강 건너 산중턱에는 옛 선비가 시를 읊었던곳인 '월영대'가 있어 월영교라는 시적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월영교도 지난번 여행때 보지 못했던곳인데 이곳의 야경과 새벽 물안개 덮인 월영교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아예 숙소도 월영교 앞에 있는 곳으로 정하고 먼저 야경을 감상한다. 반짝이는 물결과 함께 다리아래쪽으로 설치된 불빛들이 주인공인 월영교만을 빛내주기 때문에, 밤에 보는 월영교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계속되는 열대야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월영교 다리를 건너면서 시원한 저녁시간을 보낸다. 다음날 새벽 5시, 물안개 덮인 월영교를 보기위해 혼자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너무 이른 시간에 부지런을 떨었나보다. 내가 원하던 모습은 월영교다리 전체가 다 보이면서 주변의 풍경도 함께 보이고, 거기에 물안개가 다리 아래쪽을 감싸고 도는 환상적인 모습을 기대했는데 시간이 이른탓에 물안개로 푹 뒤덮인 다리의 모습을, 그것도 바로 눈앞밖에 볼 수 없었다. 물안개 자욱한 월영교의 신비로운 모습 그래도 물안개 자욱한 월영교의 모습은 신비로움과 신선함으로 다가오면서 내 마음까지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꽤 긴 다리를 건너가면 안동댐을 따라 벚나무길이, 멋진 데크로 조성되어있어 새벽 산책로로는 그만이지만, 겨우 한치 앞 밖에 보이지 않는 안개 때문에 혼자 산책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이곳 역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와야만 했다. 느지막히 일어난 남편과 함께 안동의 명물 간고등어로 아침 식사를 한후 지난번 가보지 못했던 이육사문학관을 향해 나선다. 문학관 가는 길, 약간 지대가 높은곳에 여러채의 고택들이 보인다. 궁금해서 동네로 들어가니 오천 군자리로 광산김씨 집성촌인데, 안동댐으로 수몰되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온곳 이라고 한다. 이중에는 국가지정 문화재와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도 있고 광산김씨 문중에서 남긴 고문서들중 상당한 양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한 가문이 살던 마을이지만, 서울의 궁궐 못지않게 잘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어 안동이 어찌하여 유서깊은 양반의 도시인줄 알게하는 곳이다. 자그마한 동네지만 몇 분의 관리인이 계셔서 깨끗하고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고택 한 채 단위로 민박도 가능하다고 한다. 민박요금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우리도 하루정도는 고택의 대청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광경들을 보면서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평온함을 누려 보자고 남편과 약속을 했다. 드디어 이육사문학관에 도착했다. 육사 문학관에서는 민족시인,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이육사의 출생과 성장기, 퇴계 이황의 직계 자손으로서의 가족사등 인간적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문학관에서 바라다보이는 '절정'과 '광야'의 시상지인 칼선대와 쌍봉 윷판대 그의 시 '절정'과 '광야'의 시상지인 칼선대와 쌍봉 윷판대를 바라보며,, 한발 재겨 디딜 곳 조차도 없다던 암울한시기를 살아야만 했던 시인의 절망을 느끼고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간절한 염원이 오늘의 평화로움을 있게 했나보다 하는 감사함도 느껴본다. 이곳에서 정말 귀한분을 만날 수 있었다.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인 이옥비 여사인데, 문학관 직원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는 영광을 누렸다. 따님은 지금은 청포도 시비가 있는 육사선생의 생가 터 바로 옆 고택에 사시고, 낮에는 문학관으로 옮겨온 육우당(이육사 시인의 생가)에 계시면서 미리 예약한 단체 관람객들에게 직접 안내를 하신다고 한다. 시인의 따님이신 이옥비 여사와 함께 육사선생이 돌아가시기 몇 년전 귀하게 얻은 외동딸로, 체구는 자그마하시지만 온몸에서 아버지의 시적인 느낌이 풍겨나는 단정한 분이셨다. 문학관 마당에 청포도가 달려있어 남편과 딱 한 알 씩만 따먹었는데 청포도 시인의, 청포도 마을에서 따먹는 청포도의 맛은 뭐라 표현할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라고 했던 분이 있었던것처럼 내게도 세상은 넓고 볼 것은 참으로 많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안에서 보고싶은곳을 부지런히 다닐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하고, 그곳에서 누군가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나의 감성에 또한 감사하다. 시인의 향기를 마음껏 맡으며 누리고 온 하루였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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