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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변화, 평화가 있는 나라 네팔
천천히, 천천히 나의 슬로건이다.
2013-04-23 10:59:59최종 업데이트 : 2013-04-23 10:59:5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이웃집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마을, 이웃집 개 짖는 소리, 이웃집 아이 울음소리, 이웃집 이웃집에 설거지하다 그릇 깨지는 소리, 이웃집 가족들의 웃음소리까지 들려오는 카트만두 풍경은 그대로 평화란 말과 일치한다. 마을단위 행사의 내용이나 질은 한국과 다르지만 그들 삶의 모습은 이방인에게 그저 모든 것을 한가롭게 한다.

한국에서 오신 손님을 안내하느라 일주일 동안 네팔 남부와 포카라 인근의 오래된 마을, 카트만두를 다시 여행했다. 손님이 가신 후 항상 나는 깊이 앓는다. 내가 돌아온 일상의 카트만두의 길거리에서는 연일 흙먼지가 날리고 자동차 매연이 사람들 폐부를 향한다. 그렇게 일상을 한숨 짖듯 돌려보내고 밤이 오면 언제인가 모르게 모든 것이 평화로워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알람소리보다 먼저 새소리가 울린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물론이고 수많은 작은 새들이 네팔 시내의 사람들처럼 뒤섞여 울음소리를 낸다. 아니 아침 새소리는 노랫소리라 해야할 것 같다. 평화롭게 들리는 아침 새소리는 아름다운 음악보다 낫다. 천상과 지상을 잇는 평화의 교향곡이라 믿기로 하자. 그렇게 새들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카트만두 사람들은 신의 부름을 받고 일어난다. 아니 모르겠다. 카트만두 사람들이 신을 불러 모시는 일인지도,

느린 변화, 평화가 있는 나라 네팔_1
거리의 노점, 시계를 파는 노점이다. 손님의 시계줄을 손보는 모습이다. 누가 저 모습을 보고 초라하다고만 할까?

느린 변화, 평화가 있는 나라 네팔_2
이웃집 지붕위에 널린 빨래, 카트만두 시내 한복판에 풍경이다. 장미꽃이 집 담벼락을 타고가 빨래와 어울린다.

골목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이어서 이 곳, 저 곳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힌두교 경전을 독경하는 듯하지만, 나는 알아듣기 힘들다. 그저 저 소리가 사람의 소리라는 것, 신을 부르는 소리라는 것을 알 뿐, 그 순간에 내가 듣는 소리는 사람이 신을 부르는 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정겹다. 어쩌면 자연의 소리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그러하리라. 자연의 소리는 세상 그 어떤 신을 부르는 소리보다 평화롭고 정겹고 유익한 아침 노래가 아닐까?

날이 밝아온다. 이웃집에서는 짓다만 집 지붕 위의 철근뿌리를 서로 묶어서 빨래를 말린다. 집 담벼락을 타고 올라 피어난 붉은 장미꽃이 지붕 위 빨래와 어우러지는 시간에 사람들은 거리에서 일터에서 왁자지껄 일상을 보낸다. 며칠간 비가 내린 카트만두는 비개인 여름날의 모습이다. 아침은 울적한 하늘이지만 새 울음소리가 고요롭고 적막한 시골마을의 느낌을 준다. 

느린 변화, 평화가 있는 나라 네팔_3
과일을 파는 노점이다. 가게 앞에서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무언가를 궁리하고 있고 경찰들이 경계를 하고 있다.

느린 변화, 평화가 있는 나라 네팔_4
카트만두 시내 한 복판이 우리집 창문에서 지는 노을을 보는 날이 많다. 혼자 보기 안타까워 사진을 찍었다.
 
인종도 다르고 먹는 음식문화도 다르다. 더구나 말도 다르고 그들의 종교와 전통도 다르다. 네팔 사람들 이야기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너무나 다른 그들이 어울려 사는 것을 보면 절로 남북 분단의 안타까움에 멍하니 뼈저린 아픔이 밀려온다. 

우리는 그들을 볼 때 가난하고 느려터진데다 예의와 존경심도 없다고 탓한다. 이것은 시민기자도 같은 생각으로 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너무나도 다른 것들을 함께 수용하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훨씬 고차원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아는 일이다. 말로 하는 것, 보는 것은 싶다. 생각하기도 쉽다. 그런데 그들은 생각이나 말, 보는 것보다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 말하고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 그들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다시 천천히, 항상 천천히 그렇게 살아보자. 조금 먹고 마시며 천천히 움직이자. 하루하루 네팔에 사는 날을 더하면서 시민기자의 슬로건이 되어가는 말들이다.

이웃, 네팔 풍경, 카트만두 풍경, 다양한 민족, 다양한 인종,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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