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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또 다른 관심사, 친구
2013-03-06 12:32:56최종 업데이트 : 2013-03-06 12:32:5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따르릉, 따르릉
매일 아침 7시가 가까워지면 요란한 전화 벨소리가 조용한 온 집안을 뒤 흔든다. "성규야 학교가자" 라는 작은아이의 친구전화다.

아이들이 개학하면 엄마들의 방학이 시작 된다는 말이 있지만 아이들이 등교하기까지는 집집마다 아침 풍경이란 전쟁터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긴 겨울방학과 봄방학동안 불규칙적인 아침 기상 시간과 식사시간이 예정되었던 개학과 등교시간이 버겁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 우리 집 또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를 깨우고 "서둘러"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아침을 먹여서 등교를 시킨다. 그런데 요즘 아침잠이 확 달아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학창시절의 또 다른 관심사, 친구 _1
학창시절의 또 다른 관심사, 친구 _1

작은 아이의 친구가 아침마다 방문한다. 그 친구는 칠보산 아랫동네에 살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권선동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침 5시쯤 기상해서 6시가 되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는데 호매실동에서 권선동까지 오면 7시 전이다. 학교에 바로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아이와 함께 학교가자고 들른다.

그 시각 작은 아이는 잠옷 바람이거나 아침도 먹지 않은 시간인데
, 그 뿐만 아니라 아침준비와 등교. 출근을 위하여 분주한데 아침부터 남의 식구가 방문한다는 것은 애나 어른을 막론하고 버선발로 나가 반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밖에 두기도 매정하고 문을 열어보면 현관 문 앞이라 속엣 말이라도 했더라면 낭패를 봤을 일이었다

그 친구는 작년에도 작은 아이와 같은 반이었다
. 집으로 가장 먼저 놀로 온 친구도 그 친구였고 또 불신검문처럼 예고 없는 아침 방문을 했던 친구기도 하다. 다시 2학년이 올라간 두 아이들은 같은 반이 되었고 방학동안에도 예비소집이나 학교에 갈 일이 있으면 다녀와서 오후 늦도록 라면도 끓여먹고 텔레비전도 함께 보다가 헤어졌다

사실은 이랬다
. 시민기자는 소년과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소년이나 소녀라는 호칭은 단수로 사용하며 착하고 긍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고 청소년이란 단어는 복수로 사용하며 부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모두 착하고 나무랄 때가 없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여럿 어울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왠지 무섭고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작은아이에게 친구들과 여럿이 어울려 밖으로 돌아다니기 보다는 차라리 집으로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게끔 했다

가끔 주말에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집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 그런 날에는 아이들은 밤새도록 보드게임도 하고 떠들고 놀기 때문에 꼼짝없이 잠을 설쳐야 하지만 차라리 내가 뜬 눈으로 지새우는 것이 마음은 훨씬 편하다. 그 후 방학 동안에는 급식이 맘에 들지 않는 날에는 살짝 나와서 라면을 끓여 먹고 가기도 하고 집에 있는 간식거리를 급습하고 가기도 했다.

"
아침 먹었니?" "네 먹었어요"한다. 그래도 조금만 먹으라는 말에 작은 아이 옆에 앉는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이 위험하지는 않는지, 힘들지는 않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작은 아이와 같은 밥공기가 뚝딱 비워져있다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먹는지 큰아이를 키우면서 먼저 알고 있었지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숭늉까지 마시고 일어서는 아이들에게 다시 "서둘러"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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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까지 등교해야 하지만 매번 5분전에 신발을 끌고 총총 걸음이다. 우리아이 때문에 그 친구는 매일 지각을 턱걸이로 면하고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아침 전화를 한다.
뒤 돌아보면 학창시절 가장 관심의 대상이 친구였던 것 같다.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할 이야기가 끝도 없고 해해거리며 걱정 근심이 없던 시절 가장 좋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아침마다 남의 식구가 방문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불편하게 만들었다
. 그래서 아이 친구도 아들 같이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이어도 어려움 없이 친구를 찾아오는 그 마음이 이해되고 더더욱 스스럼없이 우리 집을 선택해준 것이 예쁘고 고맙다
내일 아침에는 커튼을 열고 내가 먼저 아이의 친구를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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