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
딸아이와 함께 한 부산 보수동 책방거리 탐색
2013-03-01 14:14:07최종 업데이트 : 2013-03-01 14:14:0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부산!'하면 떠오르는 푸른 바다 해운대, 태종대, 영도다리 그리고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 영화의 거리, 범어사 등 그곳은 알려진 관광지만도 수없이 많다. 
모두가 저마다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소다. 생각만 해도 만나고 싶은 길 부산의 거리다. 그리하여 내일 아침까지는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 저녁 야간열차를 잡아타고 떠나게 만드는 곳이 바로 '걷기 천국' 부산이다.

실행에 들어갔다. 그것도 최첨단 수송수단 KTX에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딸과 함께 몸을 싣고 단시간에 공간 이동 성공이다. 이번 부산방문은 그동안 미쳐보지 못했던 길 탐색이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냄새' 그윽한 명소 찾기이기도 하다. 보석 같은 수많은 길 중에서 '시장 길'과 '사찰 길' 그리고 '해안 길'과 '책방 길'로 나눠 탐색에 들어갔다. 

구간마다 색이 다르니 되도록 말을 아끼면서 길속에 숨은 의미와 주변과의 조화미를 생각하면서 걸었다. 2013년도 도시르네상스로 승화하면서 마을만들기 정책에 속도를 가하고 있는 시점의 우리시가 나아갈 바는 무엇인지,화성 둘레길과 골목길에 혈기 왕성한 젊음의 거리로서 늘 사람들로 붐비는 길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등 생각에 골몰하면서.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_1
부산역 광장

그 어느 해보다도 혹독했던 한파의 지난겨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운명이 다했음을 부산역에 발을 딛자마자 알아챘다. 이곳은 어느새 봄이 성큼 와 있었다. 겹겹이 껴입은 레이어드 룩 차림의 내가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질 정도로 산들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내몸을 안았다. 

보수동 책방거리는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_2
보수동 책방거리 입구, 매우 좁지만 잡동사니 책들이 빼곡이 골목길에 채워져 사람들을 맞는다

부산시 중구 보수동엔 헌책방거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보수동 책방거리'가 있다. 큰딸과 함께 이곳을 찾아간 시간은 얼추 오후 1시가 지날 무렵이었다. 
봄빛은 동백꽃과 함께 남쪽지방에서 먼저 알아챈다고 하더니, 완연한 봄 날씨에 알맞은 가벼운 차림새의 관광객이 입구부터 붐비고 있었다. 

"아저씨 000책 있나요..."
"제가 필요한 책이 이 책인데.... 좀 더 깎아주세요."
"저 뒤쪽으로 들어가 보세요. 어! 두 분이 함께 들어가기에는 좁은데요."
좁은 골목길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진흙 속에 보석 찾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찾는 책이 없는지 시야를 돌리던 한 청년은 관심사가 맞는 책을 발견한 듯 나이 지긋한 주인장에게 또다시 흥정에 들어간다. 곧이어 들리는 주인장의 목소리, "이 책은 신간인데 3천원 더 빼주겠다"한다.

이곳 보수동 책방거리는 1950년대 초 당시 미군들이 보던 잡지와 학생들의 참고서 등을 모은 헌책방이 생기면서 그 시초가 되었다. 
이후 한국전쟁 중 각 대학의 분교가 들어서자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번창가도를 달리며 헌책방 거리로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나 한때 잘나가던 이곳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경쟁 등 몇 가지 이유로 침체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이에 책방주인들이 상가번영회를 조직해 책방골목축제와 사진전시회 등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관광명소로서 다시 이름을 되찾으며 전국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되었다. 

서점은 글쟁이들만 찾는 곳일까?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_3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_3
,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_4
부럽다 보수동 책방거리..서점은 살아 남아야_4

이제 이곳은 신간과 함께 학생 참고서, 소설류, 아동서적, 전집류, 전서, 고서, 전문서적, 패션잡지, 외국서적, 오래된 LP판 모음 상점 등 두루 취급하는 골목길 서점가로 형성되었다. 
게다가 운치 있는 계단 골목길과 주변엔 공방이며 예쁜 카페들도 있어 어린이부터 청소년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모두를 끌어들이는 문화 사랑방이다.

옛 추억이 오롯이 배어있는 책들을 싸게 구입하는 사람들의 장소이자 ,책냄새가 그리운, 혹은 삭막한 인정에 메마른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장소로 충분하다. 
이곳은 서점이 글쟁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알려준다.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그 거리를 스쳐가는 찰나만이라도 정신적인 여유로움이 몸으로 퍼져 흐름을 체감한다.

멸종하는 서점 되살려야 

이날 보수동 책방거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혼잡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멸종하는 서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곳의 번성에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그 합당한 이유를 깨닫는다. 그곳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마을 상징성의 중심 '지식창고 서점'이 살아야 하는 이유다.

도심의 서점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나마 살아남은 동네 서점은 반 토막으로 줄여지고 아이들 참고서만이 책방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은 이즈음이다. 
인터넷 서점의 당일배송과 할인에 익숙한 시대, 스마트 북이 판을 지키는 세상이라지만 그럼에도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야하는 이유는 상상의 공간이자 약속의 공간인 우리들의 공동체 공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동 책방거리의 활력이 더 부럽다.

수원의 책방, 그 현실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도 오래된 책방거리로 몇 곳이 있었다. 종로거리와 교동거리가 그곳이다. 내가 처음 수원에 온 80년대 중반 만해도 신·구간으로 나뉜 서점들이 길 양쪽으로 즐비해 늘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더불어 화방의 거리이기도 했는데 교동의 거리는 현재 미술학원거리로 자리 잡았고 종로 거리는 오복서점 헌책방 한 곳만이 남았다. 수원역 프랜차이즈 서점 한곳과 인계동 그리고 대학가 서점 몇 곳만 있고 거의 사라졌다.

온라인서점은 독자의 선택권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오프라인 서점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수동 책방거리처럼 다변화·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시에는 현재 향교거리로 명명된 거리에다 적용해 보면 어떨까. 젊은이들 누구나 누리는 놀이터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간간이 작가 독회와 전시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복합문화관 서점과 함께 이웃 공방 그리고 옷가게 거리로 조성하는 것이다. 
단, 상품은 저렴하게. 그래야 문화 소비의 중심축인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레 상권이 살아난다.(현재 행궁동 공방거리는 대체적으로 상품이 비싸고 다양성과 차별성에 있어서 약간은 미흡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문화의 향기가 발길에 묻어나던 부산의 보수동 책방거리가 전국 관광객들로 붐비기까지 주민들은 물론이요 시의 부단한 노력의 결정체 때문이었으리라. 
우리시도 수원역과 인계동의 활기처럼 침체된 팔달문의 상권을 되살려야 한다. 이미 전통시장 활성화란 이름으로 물꼬는 터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거리가 재개발되고 있는 만큼 고급스런 품격만 따질 것이 아니라 서민들 정서까지도 고려한 훈훈한 거리로 조성됐으면 좋겠다. 

관· 민이 합심해 행궁거리부터 로데오 거리 그리고 교동(향교거리) 거리가 수원역까지 이어지는 관광벨트화 되어 전국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일 년 내내 행복한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보수동 골목길이 부럽지 않는 관광지 수원시가 되기를!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