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길 위에 선 세월 30년, 이런 날도 있다오!
지난 30년을 돌아보니, 지금이 행복할 때
2013-02-26 16:35:14최종 업데이트 : 2013-02-26 16:35:14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참 오랜 시간이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단다. 그런데 벌써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을 난 길 위에 서 있었다. 
물론 그 길이라는 것이 먹고살기 위해서 돌아다닌 길이 아니다. 언젠가 우리 문화재에 미치게(남들은 나를 보고 문화재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길 위에 서 있는 남자가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긴 시간이 참으로 험난하고 지루한 날들이었다. 하지만 30년이라는 긴 시간 멈출 수도 없었고 멈추어서도 안 되는 그런 시간이었음을,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때로는 빗길에서, 때로는 눈밭에서, 때로는 깊은 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어둠과 흡사 전쟁이라도 하듯 살아온 시간이었다.

길 위에 선 세월 30년, 이런 날도 있다오!_1
1979년 5월 동아일보에 소개된 국립무용단 공연 기사
 
사람의 운명은 참으로 알 수 없어

한 때는 잘 나가는 젊은 음악도였다. 나이 19세에 처음으로 국립국악원에서 작곡상을 수상하고, 20세 때에는 그 어렵다는 동아음악콩쿨 작곡부분에서 입상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1979년 5월 23일 ~ 5월 27일까지 7회 공연을 한 국립무용단의 제23회 정기공연인 '꿈꿈꿈'(송범 안무, 김지일 극본, 하주성 작곡) 을 시작으로 인천시립무용단 창단무용극인 '굴레야 굴레야'등을 곡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의 팔자라는 것이 참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듯하다. 무용음악을 쓰다가 우연히 빠져들게 된 굿판에서, 십 수 년을 굿판을 쫒아 다니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 때부터 집을 떠나 돌아다니게 된 것이 벌써 30년 세월이 훌쩍 넘었으니, 세월을 참 빠르기도 하단 생각이다.

길 위에 선 세월 30년, 이런 날도 있다오!_2
1982년 인천시립무용단 창단공연 팸플릿 표지. 누군가 낙서를 해놓았다. 인천시립무용단 자료인용
,
길 위에 선 세월 30년, 이런 날도 있다오!_3
국립중앙도서관 목록에서 찾아 낸 저서들
 
우연히 만나게 된 부석사 석등

다시 길 위에 선다
다행이다 햇살들은 천지사방에 흩어져 있다
그리하여 '헛제삿밥'으로 산 자들 제사 지내고
돌아오기 위해 이 길을 간다.

어디더라? 여기가
만난 듯한 구름, 저 산꼭대기의 잘생긴 소나무
바람과 함께 산중에 들어
있는 듯 있는 듯 내 돌아갈 근원을 본다.

가쁜 호흡 뒤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길들이 숨어 있지만
어쩔거나! 이 또렷한 경계(境界)들을
무량수전, 안양루 오르는 계단 가운데 앉아
나 아직 적멸을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오늘은 무애(無碍)
스스로의 빛남
막을 길 없다

김우영 시인(e수원뉴스 편집주간/수원시인협회장)의 '부석사 가는 길'이란 시이다. 
왜 이 시를 꼭 소개를 해야 했을까? 그것은 내 인생의 전환을 가져 온 것이 바로 부석사에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은 10년 주기로 인생이 바뀐다.'고 말이다. 아마도 지금에 와서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그 말이 맹탕 헛말은 아니란 생각이다. 거의 10년 주기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동해안에 굿판을 3일간이나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영주 부석사에 올랐다.

길 위에 선 세월 30년, 이런 날도 있다오!_4
영주 부석사 안양루와 석등. 이 석등 하나가 내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하늘 끝 닿은 곳에 서 있는 안양루. 안양루에서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면 멀리 펼쳐진 소백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양루에서 보는 소백산맥의 산과 들이, 마치 누군가 그림 한 장을 펼쳐놓은 듯하다. 부석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안양루는, 예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루에서 바라보는 소백의 장관을 시문으로 남겼다.

그 안양루 앞에 서 있는 석등 한 기. 그저 평범한 석등이었지만, 난 그 석등에 홀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째 그 석등이 거기 있었을까? 난 왜 그 곳 부석사를 찾아갔을까? 인연이란 것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찾아다닌 절집만 수백 곳은 됨직하다.

이제는 그만 쉬고 싶다

가끔은 '이제는 그만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쉰다는 것이 바람  따라 길을 나서는 것을 그만두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각을 조금 덜 하고, 조금 덜 바쁜걸음을 걷고 싶다는 말이다. 조금은 여유롭게 바람을 따라 길을 나서고 싶다. 그 바람 끝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문화재들과 더 오랜 시간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런저런 일로 많은 것을 받았다. 그것은 사실 나에게는 하나의 채찍에 불과하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리고 싶다. 그 안에 또 다른 이야기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정말 좋은 사람들과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말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