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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2013-02-26 16:44:54최종 업데이트 : 2013-02-26 16:44: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봄방학이다. 새학기를 준비하고, 3월이라는 봄을 맞이하기 위한 시간이다. 봄방학 기간 동안 출근하는 동생을 대신하여 조카까지 돌보느라 남자 아이 둘과 오롯이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7살, 9살 넘쳐나는 남자 아이들의 기운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 위치한 칠보산을 찾았다.

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_2
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_2

겨우내 얼음과 눈 때문에 미끄러질까봐 그리고 매서운 바람 때문에 산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봄햇살이 조금씩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요즘 칠보산을 가보아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산을 올랐다. 금곡동 엘지빌리지 앞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칠보산 등산을 시작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산이 녹기 시작하면서 흙길이 촉촉해지고, 진흙이 부풀어오르는 듯하다. 
몽글몽글한 흙을 밟으며 오르는 기분, 도시의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차원이다. 푹신한 흙속에서 편안해지는 느낌, 진흙길을 언제 걸어봤는지! 

칠보산은 이름 그대로 '일곱 개의 보물을 가진 산'이다. 보물이 어디 묻혀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번 가볼 수록 수원의 보물같은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트막하고 길게 이어진 산자락은 동네 주민들의 생활 체육시설과 같은 곳이며, 아이들에게는 천혜의 자연체험장이 된다. 

집앞에 바로 등산로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또한 칠보산 인근의 동네는 아직까지 수원에서도 개발이 덜 된 곳이어서 공기가 맑다. 
계속 땅을 파헤치고, 대단지의 아파트가 앞으로도 들어올 예정이어서 공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기는하다. 하지만 그나마 수원시 전체로 볼 때는 공기 좋은 곳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자연교육에 관심있는 부모들 혹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제일 먼저 이사를 고려하는 동네가 바로 칠보산 자락 아래있는 금곡동이다. 

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_1
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_1

이번에 아이들과 칠보산을 오르면서 본 것 중 하나는 산을 찾는 '어린 아이들'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50대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봄방학이고 집에 있는 아이들이 많을텐데, 다들 학원을 간 것인지 밖으로 나와 노는 아이들이 없다.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도 조용하다. 들로 산으로 뛰어놀 자유를 빼앗긴 아이들은 점점 더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 시절 서울에서 자랐지만, 당시 최고의 놀이터는 동네에 있는 야산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야트막한 야산에서 동굴놀이도 하고, 아카시아를 따 먹고, 탐험놀이를 하면서 하루종일 산을 누볐다. 
아마 지금같은 시절에 여자 아이들끼리 산을 간다고 하면, 성폭행당할까봐 혹은 유괴당할까봐 걱정되어 누구도 아이들끼리 가는 것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또 젊은 엄마들은 산보다는 건물 안에 있는 카페에 모여 앉아 수다 떠는 것을 더욱 좋아하니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가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_3
봄이오는 소리를 칠보산에서 들어보자 _3

두 시간 가량 칠보산 산행을 마치고 아이들과 집에 오니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밥 한 공기를 다 먹어치운다. 
다리아프고 숨차서 힘들다고는 하지만, 칠보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와보니 알지 못하는 쾌감이 아이들도 있나보다. 
씩씩한 걸음으로 산을 오르면서 등산객들이 '너희들 정말 씩씩하게 산을 잘 오르는구나' 하면서 칭찬도 해주셨다. 으쓱해진 아이들은 힘든 내색 없이 끝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산이 흐물흐물 녹으면서, 온 산에 물기가 가득하다. 산의 흙은 겨울의 물을 머금으면서 또다시 봄의 새싹을 준비하기 위해 힘껏 빨아올리고 있다. 아직 메마른 나무들이지만, 가까이 손을 대어보니 조금씩 나무의 혈관이 움직이는 것 같다. 
얼마 안 있으면, 봄이 온 천지에 넘쳐나는 계절이 오겠지. 봄이 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촉촉한 흙길을 발로 밟으며, 봄의 정기를 느끼기 위해서 이번 주 칠보산을 오르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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