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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국토’를 만나러 다닙니다
2013-02-17 14:20:09최종 업데이트 : 2013-02-17 14:20:0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후두둑! 뚜뚝! 후뚝!
맞배지붕 처마 끝에서 연신 떨어지는 낙수(落水)소리다. 겨우내 얼어있던 고드름과 눈이 녹아내리며 중생들을 깨우는 봄의 소리이기도 하다. 
이곳은 자연 속 산사(山寺)의 풍경,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열(喜悅)중 하나이다.

조상의 혜안이 담긴 곳 사찰, 공부 어려워

요즈음 난 산사의 풍경에 빠져있다. 조상의 슬기와 얼이 담긴 곳, 우리전통사찰을 탐방하며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혹자들은 전통사찰을 불교라는 이념으로 한정시키며 종교화하지만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의 대부분이 전통사찰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 터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사람이라면 종교라는 이념을 떠나 사찰의 각종 조형물에 내재되어 있는 유구한 역사를 음미하며 살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생각보다 전통사찰을 공부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첫째, 사찰용어들이 참으로 어렵다. 안내판이나 안내책자들을 살펴보면 문화재적 가치며 미술사적 가치 등 전문적인 용어들 때문에 읽어도 무슨 말인지 감을 잡기도 힘들다. 
둘째, 하루 이틀만으로 공부하기엔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래서 나만의 공부법, 전체의 숲을 본 연후에 한 그루 한 그루 제각각 다른 나무들을 찬찬히 눈으로 익히며 풀어가기로 작정했다.

혹시 아는가? 이렇듯 반복적으로 사찰을 찾아 만나는 크고 작은 당우들과의 조우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게 될지! 
그리하여 '나는 쉬고 싶다'고 외치는 현대사회 익명의 사람들에게 자비의 씨앗을 나누는 포교사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들의 외침소리는 마침내 불가에서 말하는 '찰나'가 되고 곧 충만한 기쁨으로 귀착될 것이라 꿈꾸며 오늘도 불교에 입문한다. 

미륵세상을 꿈꾸는 신앙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에는 전북 최대 가람이자 대한불교 조계종 제 17교구 본사인 '금산사'가 있다. 
백제 법왕(599)때 창건되어 고려시대를 거치며 미륵신앙의 근본도량이자 법상종 종찰로 크게 변모하였다. 
그러나 양란으로 크고 작은 암자(약 40개)들이 모두 전소되었다. 이후 선조 31년 복원불사를 시작으로 증· 신축을 거듭했지만 선조이전의 가람크기에는 못 미친다. 

요즘 '불국토'를 만나러 다닙니다_1
금산사 '미륵전'과 윗쪽으로 보이는 '방등계단', 두곳 모두 특이한 구조와 공간으로서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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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국토'를 만나러 다닙니다_2
금산사 '석련대'와 '육각다층석탑', 모두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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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국토'를 만나러 다닙니다_3
금산사의 역사를 알려주는 '당간지주'와 고목들이 운치있다

그렇지만 긴 역사에 걸맞은 우리나라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미륵 삼존불'을 모신 미륵전 국보 62호부터 노주, 당간지주, 석련대, 오층석탑, 방등계단 등 보물 10점 등을 보유하고 있어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의 발길을 분주하게 만든다.

우리 문화재의 품격을 꼭 국보와 보물을 몇 점 보유하고 있느냐에 한정지으며 사찰의 격을 따지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왕이면 알고 보는 것이 기쁨이 더 크다. 

금산사의 소소하고 작은 석탑이나 노주 등도 귀하지만 미륵전 안에 모셔진 삼존불과 방등계단이 압권이다. 
밖에서 보면 팔작지붕으로 3층을 이루고 있지만 안에 들어서면 일층의 구조다. 그 안에 모셔진 39척의 '미륵 삼존불'을 만나는 순간 온통 세상이 하얗게 변모한다.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절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곳이랄까. 방등계단 또한 조상들의 솜씨에 고개가 숙여진다.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에는 용담사지 석불입상이 있다. 보물42호로 고려시대 화강암으로 조성된 석불로서 전 높이가 장작 6m의 입상이다. 
이 또한 미륵 세상을 꿈꾸는 석불로서 보호각 개축과 함께 문화재 발굴조사중이라 다소 정신이 없지만 만나는 순간 '아하~ 이럴 수가!'란 감탄사가 흘러나오며 합장의 예를 갖추게 한다. 매우 작은 절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운만큼은 대가람 못지않게 대차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승가공동체에 귀의하는 '삼귀의 의식!'. 
부처님은 형상이 없는 분이다. 그리하여 중생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불상을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사바세계에서 오신 석가모니 부처님, 동방국토의 약사여래불, 서방국토의 아미타불, 미륵불인 미륵불, 법신불인 비로자나불 등을 모셨다. 

요즘 '불국토'를 만나러 다닙니다_4
용담사 '석불입상', 실제로 규모가 대단하다.

여기서 미륵불은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보살가운데 하나로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다. 우리나라 민간신앙에 깊이 배어있는 사상으로 곧 희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미륵불을 모신 곳마다 참배객들의 진실한 모습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찰여행에서 오는 기쁨, 행복해

올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도 혹한과 폭설이 잦은 겨울이었다. 그랬던 겨울도 자연의 순리를 어길 수는 없는가 보다. 
사찰에서 만난 봄의 소리는 앙상하게 다물었던 나뭇가지 끝에서 그리고 처마의 낙수소리에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등산객들의 형형색색 옷차림과 가벼운 발걸음 등 곳곳에 서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찬바람이 잦아들지는 않았지만 천년고찰 둘레길과 산책길을 걸으며 호젓함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새해맞이다운 희열이었다. 자연의 맑은 기운이 몸에 깃들며 눈을 밝게 해 주고 더불어 가벼워진 몸은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무거움을 벗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올 한해는 이렇게 보내고자 결심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우리나라 전 국토에 산재한 크고 작은 사찰을 찾아서 마음의 여유를 찾겠노라고. 
또한 그곳에서 향기로운 봉사의 정신, 이웃과 함께하는 화합도 배워보겠노라고. 절집의 경쾌한 풍경소리가 지금도 귓가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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