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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새댁의 첫 번째 설맞이
아내의 세배 돈, 어디다 쓸까?
2013-02-13 16:28:33최종 업데이트 : 2013-02-13 16:28:3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유없이 들뜨고 기분좋은 날이었다. 
궁핍했을 어린 시절이지만, 기억 속에서 설날과 추석은 항상 풍요로움이 넘쳤고 설렘이 넘쳤다. 그 어느 곳에서도 모자람이란 단어를 가까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지금은 아련한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명절의 기억이다. 특히 예년에 없이 추웠다고 하는 설날이었는데 어린 날의 기억 속에서 추웠다는 기억은 없다. 
분명히 지금보다 눈도 더 많이 오고 추웠던 지난 날 같은데......,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운 모양이다. 

시민기자도 이번 설날을 맞아 네팔인 아내에게 세배와 성묘문화 그리고 덤으로 귀성문화를 알려주고자 했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발전과 변화를 더욱 상세히 알게 되었다. 
8월 밤늦게 수원터미널을 이용해 광주로 갔다가 11일 오후 2시30분 수원으로 출발했다. 
오고 가는데 걸린 시간은 총9시간, 태평한 시간이다. 단단히 준비를 한답시고 계란도 삶고 간식도 준비했다. 그런데 그대로 고향집에 까지 배달한 음식이 되고 말았다. 

외국인 새댁의 첫 번째 설맞이 _1
설 전날 아내와 서해를 구경하고 있다. 바다를 본 아내의 표정이 매우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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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새댁의 첫 번째 설맞이 _2
설날 세배를 받고 나서 조카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웃자.
 
사통팔달 그 이상으로 훤히 뚫린 고속도로와 국도들이 추억의 귀성길을 체험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출발 전 아내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매탄동 시장 인근의 미용실을 찾아 머리 손질을 했다. 매우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아내와 곧 매탄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주자고 미용실을 나오는데 이미 골목시장은 북새통이었다. 
매탄 시장 아케이드를 지나 아주대 삼거리까지 할 일 없이 오가며 설 준비에 바쁜 수원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 부부는 특별한 준비없이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대신했다. 

만두를 사고 생닭을 샀다. 만두는 찌고 닭은 삶아서 여행 중 먹자는 것이었다. 
나중에 다른 간식이 추가되고 만두는 저녁 식사로 대신했다. 아내는 무언지 모를 즐거운 긴장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이제 취업을 해서 일하기 시작한지 세 달이 되어간다.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두 번 받은 월급은 네팔인 아내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 

고향길에 부모님을 위해 준비할 선물에 대해 묻기도 했다. 형제가 많으니 우리가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으리라 말했다. 
그러나 조카들이 많으니 세배 돈을 꼭 챙겨야한다고 알려주었다. 설 전날 도착한 것으로 아들과 며느리의 도리를 하고 음식 장만은 구경꾼으로 충분했다. 고향집에 사시는 개화한 늙은 시어머니 덕분에 모든 것이 용납되니 그 또한 다행이다. 

외국인 새댁의 첫 번째 설맞이 _3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둘러보는 외국인 아내 먼주 구릉.....앞에 서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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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새댁의 첫 번째 설맞이 _4
내가 태어난 마을 뒷동산이다. 산 아래 보이는 마을이 내가 태어난 곳이고 멀리보이는 들판은 간척되었다. 어린날은 바다였다.
 
다른 형제들을 기다리며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과 한 방에서 뒹굴며 텔레비전을 보고 음식을 나눠먹는 자유를 누렸다. 
모자란 처지의 시인에게 금상첨화의 시대인 것 같다. 아내도 부모님들도 모두가 격의 없이 밝은 날이니 말이다. 

다음날 세배를 하고 우리가 세배를 받을 차례다. 
내심 첫 설날이니 부모님들께서 혹시 이벤트 하나 해줄까 기대를 했지만 허사였다. 작은 세배 돈이다. 우리는 줄지어선 조카들에게 세배를 받으며 기쁨을 함께 했다. 아내도 세배 돈 주면 느끼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다. 가족과 형제 그리고 이웃에 대해서......, 

새로운 한국문화, 오래된 한국문화를 배운 하루다. 
곧 형제 중심으로 성묘를 가는데 아내도 따라 나섰다. 어린 시절 모든 추억이 서린 산과 들길을 함께 걸었다. 곧 아내와 떨어져 지내게 될 일이 서운하지만, 결혼 후 가장 뜻 깊고 의미있는 산책길이었다는 생각이다. 

세배와 성묘를 마치고 가까운 산사의 스님을 찾아 세배를 드리고 두둑한 세배 돈도 받았다. 처음 받은 세배 돈으로 아내는 무엇을 할까? 난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하라고 권하고 있다. 
모든 것이 서툰 일상이지만 처음인 사람이나 오래된 사람이 하는 도리는 크게 다를 일이 없다는 것이 이번 설을 지내며 느끼는 바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에 곧은 이치를 지켜가는 정성을 다할 때 기쁨이고 행복이고 찾아든다 믿는 마음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재차 시민기자가 독자 여러분께 절(세배)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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