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초청 송년 북토크 콘서트... "시인은 살기 위해 쓰는 것"
광교홍재도서관에서 열린 '송년 북토크 콘서트' 성황리에 끝나
2024-01-02 09:29:33최종 업데이트 : 2024-01-02 09:29:3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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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교홍재도서관은 '송년 북토크 콘서트' 진행했다
책을 노래하는 '서율'과 함께한 북토크 콘서트는 'Happy, Bubble', '신호등', '새로운 길',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문을 열었다. 초대 낭송으로 심춘자 시인이 '오늘의 약속', 천성희 시인은 '틀렸다', 진순분 시인은 '바람이 붑니다'를 낭송했다. 행운권에 뽑힌 16명에게는 시인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시집을 증정했다. 나태주 시인과 시 낭송가 앞 오른쪽부터 나태주시인, 심춘자시인, 천성희시인 뒷줄 오른쪽 진분순시인 정현주 낭송가
진행자는 강연을 가는 길을 여행이나 소풍이라고 비유한 시인의 시 '강연 출근'을 직접 낭독해 주기를 요청했다. 시 '강연 출근'을 낭독하기 전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일 년에 200회 정도 강연을 한다. 언젠가 미국에 있는 문학관에 강연 갈 때 아내와 동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쓴 작품이다. 아내는 평생 직장 생활도 안 했는데 그 이후로는 출근해야 되겠다면서... 시장으로, 미장원으로 출근해야겠다고 했다. 나름대로 의미를 붙인 것이다. 돈 벌고 계약하는 것만 출근이 아니라는 생각이 밑에 깔렸지 않았나 싶다." 홍재도서관은 통층으로 되어 있는, 굉장히 건물이 비현실적으로 돼 있다. 그 대신 1층 2층 층층을 다 삭제하고도 남는 멋이 있고 여유가 있다
이 시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려면 세 가지 축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광교홍재도서관 오는 길은 어땠는가? "오늘도 축복이다. 첫 번째 장소의 축복이다. 여기 홍재도서관은 통층으로 되어 있는, 굉장히 건물이 비현실적으로 돼 있다. 그 대신 1층, 2층, 각 층을 다 삭제하고도 남는 멋이 있고 여유가 있다. 우리는 한 층에 앉아 있지만 네 층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시간의 축복, 12월 말 세모의 시간 함께 있음에 축복, 살아 있음의 축복이다. 80세 정도 되면 죽어도 괜찮은 나이다. 살아있는 축복이 엄청나다. 어른들도 그렇고 청춘들도 그렇고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기를 바란다."
산문에서 처음 시를 쓰고 시인이 된 계기가 사범학교 1학년 때 만났던 여인 때문이라고 했다. "좋아했던 그 여자를 1960년에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여자가 많이 좋았다.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났다. 여자 동창이 만나게 해주었는데 안 갈 걸 그랬다. 머리카락이 완전 백발이 되었더라. 그렇게 예뻤던 열여섯 살 소녀였는데 완전히 우리 같이 할머니가 되었더라. 내가 맨날 보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었다. 결론은 첫사랑은 옛 마음 그대로 있을 때가 좋다."
등단한 지 내년이 되면 53년이 된다. 인간의 삶으로 치면 지천명을 넘긴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긴 세월인가? 시인의 책에서 보니까 손가락 지문이 다 없어졌다고 하더라. 청년 시인 나태주와 지금의 시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냥 막 얘기한다면 그냥 무명 시인이었는데 이제는 홍재도서관까지 초대되는 시인이 되었다.(웃음) 예전에는 시집 낼 때 자비 출판을 했는데 이제는 출판사에서 내주는 시인이 되었다. 73년에 시집을 낼 때 16만 원이었다. 친구들에게 등기로 책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그때 시집 한 권 가격이 600원이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80만 부가 팔렸다. 얼마 전 일본에 갔는데 내 책 번역된 것이 세 권이 있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열 번 찍었다고 한다. 10만 부 정도 팔렸다고 한다. 이제는 일본에 가서도 내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프닝 공연 때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소개하면서 터닝포인트 말씀을 드렸는데, 시인의 산문집을 보니까 시인은 쉰 살 무렵에 슬럼프, 시인은 이것을 시인으로서 내리막길에 있었다고 표현했다. 이때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했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하다. "터닝포인트는 여러분들한테도 있는데 다만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터닝포인트를 달리 말하면 위기이다. 인생의 실패, 어려움, 어떤 고난을 터닝포인트라고 한다. 원인은 위기이고 실패인데 다시 바꾸면 그게 터닝포인트가 된다. 고등학교 때 만나던 여자 때문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시인이 되었다. 나의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한 여자한테 버림받은 순간 시인이 되었고, 10년 뒤에 한 여자의 선택을 받는 순간 남편이 되었다. 내가 쓴 시의 내용이기도 하다. 김용택, 함민복, 안도현 이런 후배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늦게 초대받는 사람이 되었다. 이것이 터닝포인트가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왜 쓰는가 시를 왜 읽는가라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먼저 시를 왜 쓰는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질문을 드려보고 싶다. 그 답으로 마음에 빨래라는 표현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작은 것을 보면 확장되고 점점 커지고 나아지고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시와 노래는 메이저가 아니고 마이너 상태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나 어떤 상황을 메이저 상태로, 안 좋은 상태를 좋은 상태로, 실패를 성공으로, 어두운 날을 밝은 날로 바꾸고 싶어서 노래와 시가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 있는 청춘들이 BTS 노래에 열광하는 이유는 노래로 인해 마음이 밝아지고, 어둡고 실패하고 그만 살 것 같어도 이 노래를 들으면 살 것 같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시인은 시를 왜 쓰는가? 뮤지션이 청중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연주를 하면 본인이 따뜻해지고 좋아지고 희망이 있고 힘을 얻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인도 독자를 위해 시를 쓰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시를 쓰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왜 쓰는가? 살기 위해 쓰는 것이다. 안 쓰면 죽을 것 같으니까 안 쓰면 못 견딜 것 같으니까 살기 위해 쓴다. 그것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빨래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마음이 지저분하고 어두워지고 마음이 흐려질 때 내 마음이니까 살아야 하고 씻어야 하고 빨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제일 좋은 영혼의 빨래는 노래이다. 음악은 들으면서 영혼이 맑아지고 밝아진다. 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울한 상태에서 명령한 상태로 죽고 싶은 상태에서 살고 싶은 상태로 바꾸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것이다. 이것을 기교를 부려서 말한다면 마음의 빨래다라고 말한다." 시를 읽어서 마음이 풀리고 우울한 마음이 좋아지고 살 것 같다면 그게 진짜 좋은 시다. 시가 사람을 살린다. 좋은 시란 무엇보다 시를 모르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시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문학평론가라든지 시인의 권위에 눌려서 그들이 뽑은 시가 좋은 시이고 그걸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라는 건가? "당연하다. 진짜 좋은 시는 시인한테 좋은 시여야 하는가? 독자에게 좋은 시여야 하는가? 나는 짧고 쉽게 단순하게 임팩트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를 모르는 사람이 이것이 '시다'라고 느껴야 한다. 시를 아는 교수, 기자, 평론가 이런 사람만 아는 시는 좋은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꼭 필요한 시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시가 정말 필요한 것이다. 유명한 시가 아니다. 유명한 시인의 시가 아니다. 이제는 유용한 시, 필요한 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시를 읽어서 마음이 풀리고 우울한 마음이 좋아지고 살 것 같다면 그게 진짜 좋은 시다. 시가 사람을 살린다. 언젠가 내가 힘들었을 때 누군가의 시가 나에게 와서 나를 살렸던 것처럼 나의 시도 누군가에게 가서 살려야 된다. 그래서 나의 시는 약이라고 본다." 심춘자 시인은 '오늘의 약속'을 낭송했다
16명을 호명했고 번호를 부를 때마다 당첨된 관객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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