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숲, 자연을 읽는 시간>을 만나다
영흥수목원을 걸으며 힐링하는 시민들
2023-11-07 09:55:22최종 업데이트 : 2023-11-07 09:55:16 작성자 : 시민기자 손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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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 있는 <힐링 에세이, 숲> 프로그램 홍보지 지난 9월 7일 <힐링 에세이, 숲>을 즐기는 시민들
참가자들이 처음 만난 9월에는 햇살이 아직 뜨거웠다. 양산을 쓰고 나선 산책길에서 모두 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두 달이 지난 11월 함께 걷는 영흥수목원에는 색색 단풍이 완연하고, 떨어진 낙엽이 우리를 반겼다. 방숙진 강사가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이제 이 가을을 보내야 하네요"라는 말로 시간을 시작했다. 산림치유지도사 방숙진 강사가 마지막 시간을 위해 준비한 향기 가득한 힐링 보자기
계피나무 껍질의 향을 맡아보면서 시작했다. 계피나무 껍질은 돌돌 말린다고 한다. 계피나무를 물에 넣고 끓여보라고 한다. 집 안 가득 퍼지는 계피 향이 겨울을 포근히 감싸줄 것이라고. 수정과를 먹을 때 느껴지는 알싸한 계피 향과 또 다른 향기라고 한다. 카푸치노에 올려진 시나몬 가루만 생각했는데 올겨울엔 집안에 계피 향을 한번 초대해 보려 한다.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 냄새를 맡았다. 솜사탕 향이 난다는 계수나무 잎이다. 국립수목원 초입에 있는 계수나무가 우리나라 여러 곳에 심겨 있는 계수나무의 어미나무(母樹)라고 방숙진 강사가 알려주었다. 목화솜을 보여준다. 어떻게 팝콘 터지듯이 그리 '팡'하고 터질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 속에 까맣고 조그마한 씨앗이 숨어 있는 것까지 보여준다. 목화 솜이불 이야기도 잠시 나누었다.
낙엽이 발산하는 편안한 향을 맡을 수 있는 누리장 나뭇잎의 향기를 맡았다. 한 명이 원기소 냄새가 난다고 했다. 여러 명이 웃으며 공감했다. 어릴 적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허브도 관찰했다. 코가 즐거워지는 바질, 가슴이 시원해지는 민트. 허브는 화분에서도 잘 자라니 한번 키워보라고 권한다. 여름에 시원한 과일청에 한 잎 띄워 마셔보라고 이 가을에 내년 여름을 기약해 본다.
산초 열매다. 남쪽 지방에서는 제피라고 부르는 것이다. 껍질을 갈아서 먹을 수 있는 이것은 호불호가 강하다. "좋은데…", "너무 싫어!", "빼 주세요", "더 주세요" 등. 영어로 toothache라고 한다. 통증을 완화해 준다. 많은 이들의 격한 환영을 받은 이가 등장했다. 쑥 모양의 개똥쑥풀이다. 손으로 비비니 그 향이 더욱 진하게 올라온다. 집안에 두고 싶은 향이다. 노박덩굴이 나왔다. 남쪽 지역에서는 각시꽃이라고도 부른다.
마지막을 장식한 이는 남천 나무이다. 빨간 열매와 앙증맞은 고운 색의 나뭇잎이 남천 나뭇잎인 것을 알았다. 오가며 보았을 텐데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랐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 이제는 길을 걸으면 눈에 보이는 나무와 풀 그리고 꽃의 이름이 궁금하고 <힐링에세이 숲, 자연을 읽는 시간>에 만난 이들을 찾아보게 된다.
산림치유지도사 방숙진 강사가 선물로 준 도토리 키 링
방숙진 강사가 참여자들에게 손수 만든 도토리 키 링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정성으로 이 가을을 한 움큼 담아주었다. 손에 들고 깔깔 웃으며 인증 사진을 남겼다. 영흥수목원을 잠시 걷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11월인데 낮 기온이 25도다. 이상한 날씨 속에서도 수목원 산책길은 더없이 즐거웠다. 대왕참나무, 벚나무, 아까시나무, 누리장나무를 눈으로 보고 나무껍질을 쓰다듬고 나뭇잎을 조심스럽게 들고 향을 맡았다. 그 자리에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하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 가을에 내년 봄을 준비하는 그들의 부지런함과 바쁨에 우리 모두 놀랐다.
영흥수목원을 걸으며 힐링하는 모습 <힐링 에세이, 숲> 참가자의 소원이 가득 담긴 도토리를 품은 찰흙을 숲으로 던지기 전에 모아서 찰칵!
가든 교육장으로 돌아와 신혜우 식물학자가 쓴 『식물학자의 노트』 중 향기의 숲(p. 173)을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었다. '아~!'하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방숙진 강사의 이야기와 함께 직접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만지고 향을 맡고, 자연 속을 걸으며 그 친구들을 만나보고, 다시 책 속에서 글과 그림으로 만나니 쏙쏙 들어온다. 이래서 예습, 복습, 학습의 3습이 필요한가 보다. 일주일 후에 기억이 가물가물하지 않으려면 책도 들여다보고, 영흥수목원 산책도 자주 해야겠다.
총 8번으로 구성된 <힐링에세이 숲, 자연을 읽는 시간>을 추억하며 소감을 나누었다. 모두가 소풍 오는 마음으로 참여한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즐거웠다고 한다. '2023년 가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 시간이 떠오를 거라고 말한다. '산책하듯 거닐며 나무도 둘러보고, 소풍 가는 마음으로 낭독하고 나와 만나는 시간'이라는 홍보지 문구가 200퍼센트 실현되었다. 숲은 나에게 '생존'이고, '명상'이고, '옹달샘'이고, '호흡 같은 곳', '벅찬 즐거움'이라고 했던 시민들이 까르르 웃음소리를 내며 자기를 치유하고 함께한 이들을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의 프로그램 담당자 박찬선 연구원은 "힐링에세이 숲은 '힐링'이라는 말이 너무 닳아 무색해진 때에 '힐링'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몰랐던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고 나뭇잎을 가만히 살피는 사이 이 세계에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도, 동물도, 곤충도 함께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어 늘 풍성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리를 다쳐 깁스하고도 참여 의지를 불태워 마지막까지 참여한 시민도 있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너무 허전할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내년에는 일월수목원에서 방숙진 강사를 만나고 싶은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숲에서 우리가 만난 자연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수목원을 조성해 준 수원시와 그 자리에 있는 수목원이 참 고맙다. 시간을 만들어 준 방숙진 강사에게 감사하다. 시간과 사람과 자연을 엮어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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