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잡동사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캘스퍼가 피어올리는 불의 힘에 의해 네 개의 닭다리로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성의 모습이다. [칼럼] 움직이는 성_1 중세의 여인 이자벨은 글을 쓰는 법과 숫자 세는 법을 알려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자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중세의 삶 속으로 빠져든다. "나는 중세의 기사이다. 지금부터 기사 교육을 실시하겠다." 중세의 기사는 5명의 소년들을 상대로 기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작한다. 당시 기사를 지원한 소년들은 8살부터 성에 들어와 잔심부름부터 시작해 말을 다루고 칼을 쓰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아, 어여쁜 아가씨들은 소중한 머리를 자르면 안 되기 때문에 기사가 될 수 없어요." 기사의 말에 소녀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드디어 기사에게 작위를 수여하는 장엄한 의식이 시작된다. 다음 방에서는 중세의 요리사가 향신료와 채소, 요리 기구 등을 잔뜩 늘어놓고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건 생강, 이건 겨자, 그리고 이 풀은 회향풀이라고 하죠. 여기 렌즈콩이 잔뜩 담긴 바구니에서 돌을 골라내 볼까요?" 전문 연극배우들의 섬세한 몸짓과 과장된 말투는 방문객들의 흥미를 자아낼 뿐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방문객들은 안내원의 지루한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중세시대로 시계를 돌려놓고 함께 놀이를 즐긴다. 이 성에서 아이들은 친구들을 초대해 특별한 생일잔치를 열기도 하는데, 1인당 1만 원 정도를 내면 중세의 복장을 하고 성 안을 뛰어다니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성에서는 매달 축제가 벌어지며 수시로 중세 음악제나 놀이터, 장터, 공연 등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쟁의 상흔과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던 순박한 백성들의 삶을 몸으로 기록하며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 온 든든한 성. 아무런 장식이나 유물도 없이 남아 있는 성을 구심점으로 오늘날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일상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이렇게 중세의 성은 유구한 역사를 안은 채 현재와 어우러지며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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