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金사기단' 얼굴 알아도 공개수배 못하는 이유는
"사진 수거 못하면 공개 금지" 황당한 경찰 내부규정
전문가 "수단 매몰돼 현실 고려못한 규정…개선해야"
2016-04-08 16:39:19최종 업데이트 : 2016-04-08 16:39:19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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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金사기단' 얼굴 알아도 공개수배 못하는 이유는 "사진 수거 못하면 공개 금지" 황당한 경찰 내부규정 전문가 "수단 매몰돼 현실 고려못한 규정…개선해야"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수원에서 억대의 금 사기를 저지르고 도주한 3인조를 쫓고 있는 경찰이 범행장면이 찍힌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하고도 비현실적인 규정에 막혀 공개수배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사 피해나 사기일당의 해외도피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수원역 근처 커피숍 3곳과 수원 구도심 커피숍 한 곳 등 4곳에서 4명의 부녀자가 잇따라 금매매 사기를 당했다. 이 여성들은 최근 알고 지낸 A씨의 권유로 수차례 금거래에 투자해 돈을 벌게 되자 목돈을 마련해와 각각 2천만∼7천만원까지 투자했다가 총 1억6천여만원을 사기당했다. A씨는 각기 여성과 만나 대화하던 중 일당 B씨가 금을 갖고 찾아오면 여성의 돈으로 금을 매입하고, 다른 일당인 C씨가 금을 사러 오면 마진을 남기고 되팔아 수익을 여성에게 주면서 환심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 4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며, 여성들은 A씨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이였다. 경찰은 A씨가 미리 계획하고 6일 마지막 범행에 목돈을 가져오도록 한 뒤 1시간 만에 4차례 범행해 억대의 돈을 챙겨 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바로 커피숍 CCTV 영상을 분석해 A씨의 얼굴 사진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은 1시간 만에 4건의 피해가 발생한 점을 감안, 유사피해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경기남부청 출입기자단에 사건 발생 사항을 공개해 기사화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내부 규정 등에 막혀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도 피의자 A씨 일당을 공개수배하지 못하고 있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피의자의 경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얼굴을 공개할 수 있으나 사기사건 피의자는 공개수배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다. 간혹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사, 경찰관서 및 공공기관 게시판 등에 부착된 사기범 공개수배 전단은 피의자의 신원(이름, 나이 등)이 확인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얼굴 공개가 가능하나,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은 아직 A씨의 얼굴 이외에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공개수배가 불가능하다. 특히 '경찰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언론매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수배할 경우에는 무단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보안조치된 수단을 이용해야 하고, 게시물 삭제 등의 관리감독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검거 등)공개수배 필요성이 소멸한 때에는 게시물, (방송 등)방영물 등을 회수해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개는 가능하지만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 이용률이 높은 국내 환경에선 한번 배포된 사진이나 영상은 회수하기가 쉽지 않아 활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담당 수사팀 한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공개수배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공개수배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이번 사건 피의자는 범행장면이 버젓이 CCTV에 찍혔는데도 규정 때문에 공개수배를 못하고 있다"며 "비현실적인 내부규정에 막혀 공개수배조차 못하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사는 아직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유사범죄 피해나 피의자 해외 도피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사기사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다면 검거 이후 법적인 근거를 놓고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 공개수배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경찰 내부에서만 피의자 얼굴을 공유해 검거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 인권보호와 신속한 검거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놓고 볼 때 피해자의 입장과 적극적인 수사 서비스 차원에서 피의자를 공개수배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진다"며 "언론에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는 있되 수거가 가능하도록 하라'는 공개수배규칙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수단에 매몰돼 목적 실현이라는 가치를 잃게 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goal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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