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죽인 범인 25년만에 대면한 누나 "지금도 벌벌 떨려"
1990년 이천 공기총 살인사건 첫 공판…피고인 측 혐의 전면부인
2016-04-07 13:50:10최종 업데이트 : 2016-04-07 13:50:10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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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죽인 범인 25년만에 대면한 누나 "지금도 벌벌 떨려" 1990년 이천 공기총 살인사건 첫 공판…피고인 측 혐의 전면부인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벌써 25년이 지났는데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범인을 보니 지금도 그저 벌벌 떨려요." 1990년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공기총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종만(55)씨의 첫 재판이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승원) 심리로 7일 오전 11시 열렸다. 김씨는 1990년 5월7일 오후 9시께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방죽에서 공범 김모(48)씨와 함께 A(당시 22세·성남 K파 조직원)씨를 공기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 등은 당시 훔친 승용차를 A씨에게 판매했다가 잔금 30만원을 받지 못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 김씨는 같은해 8월 검거돼 살인범행을 시인했고, 주범을 일본으로 도주한 김씨로 지목했다. 그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지금은 출소했다. 피고인 김씨는 작년 말 우리 경찰과 공조한 일본 경찰에 잡혀 송환돼 25년만에 재판받게 됐다. 법정에는 김씨 가족들의 모습과 함께 25년전 숨진 피해자 A씨의 친누나와 조카의 모습도 보였다. 법정 밖에서 만난 친누나 B씨는 "가슴에 묻은 동생인데 작년 말 김씨가 일본에서 소환됐다는 기사를 보고 또다시 슬픔이 몰려왔다"고 입을 열었다. B씨는 "당시 동생이 폭력조직 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떳떳한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임감 강하고 나에게는 정말 착하고 좋은 동생이었다"며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재판에서 검사가 밝힌 공소사실을 듣고서야 친동생이 어떤 방식으로 살해됐는지 자세히 알게 됐다며 "쓰러진 동생의 머리를 향해 공기총을 5번이나 쐈다는 소리를 듣고 몸이 벌벌 떨렸다"고 했다. A씨 유족은 사건이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 사건을 파헤치기 어렵겠지만 이번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했다. B씨의 아들인 C씨는 "자동차 절도범들이었던 피고인이 당시 성남지역 폭력조직 행동대장을 살해하고 여권을 위조해 아무런 자금도 없이 일본으로 도주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분명 뒤에서 사주한 사람이 있다고 본다. 주변에서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들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주범 김씨에게 원하는 것은 진실을 말해달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중학교 동창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실은 또다른 공범과 피해자가 동창관계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에 쓰인 공기총은 피고인이 아닌 공범 명의로 된 것이다. 피고인은 단지 살해현장을 목격했을 뿐이고 이후 공범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후한이 두려워 일본으로 도망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당시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주범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줄 만한 참고인들의 진술이 최근 들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무죄' 근거로 내밀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 김씨의 억울함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의 구속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반 형사재판 절차에 따라 공판을 진행했다. 앞으로 이어질 공판에서는 피고인 김씨를 주범으로 지목한 공범 김씨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할 예정이다. young8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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