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폭설, 와도 너무 많이 왔다
1미터 넘게 내린 영동지방 눈
2014-02-10 09:19:27최종 업데이트 : 2014-02-10 09:19:27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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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이란 말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표현되었던 인사였다. 밤사이에 내린 눈이다. 아파트에서 바라본 설국. 동해시 북평동 설산. 삼척시 미로면 강원도 폭설, 와도 너무 많이 왔다_3 강원도 폭설, 와도 너무 많이 왔다_4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온통 하얗고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들은 두껍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토요일까지 트랙터와 트럭을 이용하여 아파트의 눈을 옮겨 날랐는데 이곳도 더 이상 적재할 곳이 없는지 일요일부터는 제설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온통 하얗게 변한 동화 속의 세상, 아이들의 눈싸움, 영화 러브스토리 등 설국(雪國)으로 연상되는 서정적인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하늘이 뚫어진 것처럼 쉬지 않고 내리는 눈은 그저 '징글징글'하다는 말로서 갈음했다. 예전에도 동해 삼척에는 4월까지 눈이 내렸었다. 첫눈은 다른 지역에 비해 늦은 12월 말에 내렸고 설 명절을 지내고 남쪽지방에서 봄꽃소식을 전할 때도 급작스럽게 눈이 내려 살구꽃이나 복숭아꽃이 냉해를 입기도 했었다. 지난 2010년 설날에도 눈이 매우 많이 내렸었다. 오랜만에 많은 눈을 보는 아이들은 눈밭에서 동기들과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즐겁게 뛰어 놀았지만 집집마다 어른들은 제설 도구를 하나씩 들고나가 저마다 집 앞 고샅길의 눈을 치우는데 오전을 허비하고 귀경시간을 미루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많이 내리면 비료부대에 보릿짚을 넣어 썰매를 만들어 하루 종일 눈밭에서 놀았었다. 모닥불을 쬐다가 양말을 태워먹기가 일쑤였고 눈밭에서 뒹굴다보면 속옷까지 흥건히 젖어 피부가 시달려 쓰라린지도 모르고 놀았다. 해질녘에야 패잔병 몰골로 들어가 부모님의 걱정을 들었지만 아궁이 가에서 말린 뽀송한 신발을 신고 다음날에 또 비료부대 썰매를 옆에 끼고 눈밭으로 향했던 기억이 아득하게 떠오른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는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번에는 눈이 내려도 야속하게 정말 많이 내린다. 우주여행을 하고 온갖 스마트한 세상에 사는 인간들을 참 작게 만드는 자연이다. 자연은 비가오지 않아서 기우제를 지내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던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로 다시 되돌려 놨다. 눈이 언제쯤이면 그칠까?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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