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는 것들
2013-12-16 17:24:10최종 업데이트 : 2013-12-16 17:24:1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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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바깥출입이 부쩍 줄었다. 게다가 눈이 놓지 않고 얼어붙어 있는 거리를 함부로 다녔다가 본전도 못 찾는 일을 당할까 내심 나가고 싶어도 자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는 것들_1 고등학교를 동해에서 다닌 우리들은 토요일이 되면 묵호에 있는 중앙시장에 자주 갔었다. 토요일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위해 일주일 동안 적게는 몇백원에서 돈천원까지 계를 모아서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닭발이나 떡볶이, 잡채말이, 호떡 등 각종 분식집을 투어를 하곤 했었다. 그 시절 우리만 유별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근 학교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고 영화관도 있어 더 주말 중앙시장은 학생들 천지였다. 그때는 영화관도 고등학생들에게는 출입제한 지역이라 교외지도 선생님들 눈을 피해 영화를 봤었는데 월요일 등교하고 나면 어떻게 알았는지 선생님의 호출에 간담이 서늘해지곤 했었다. 날 잡아서 시장에 왔는데 그냥 돌아가겠는가? 학교에 간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위해 포장한 만두와 찐빵을 들고 못골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에 보지 못했던 호떡이 눈 안에 들어왔다. "얘들아. 신기하다. 기름 안 넣고 하는 호떡인데 한번 먹어올래? 하나씩 주세요" 배부르다고 가장 먼저 말한 친구가 호떡을 받아들고는 "맛있는데"한다. 호떡 안에는 소와 견과류를 함께 넣어 처음 맛은 달콤하고 뒷맛은 고소했다. 월요일 오전이었지만 시장을 내왕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속이 다 비칠듯 투명하게 보이는 새끼 꼴뚜기, 싱싱한 물미역,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가게를 지나 정작 목표로 했던 어묵 가게 앞에 도착하여 망설인다. "너. 어묵 먹을 거야? 매운 어묵으로 우리 하나씩만 먹고 가자" 고개를 가로 젓는 것을 보고도 무시한 채 손에 쥐어준다. "맛있지? 정말 맛있지? 이건 진짜 oo어묵이래. 다른 어묵이랑 달라서 생선살이 확실히 많이 들어 간 것이 느껴져. 겨울에 먹으니까 정말 더 맛있다. 그치?" 누가 보면 주인인줄 알겠다. 유난히 어묵을 좋아한다는 막내를 위해서 포장 어묵을 구입하고 우리에게도 막무가내로 하나씩 손에 쥐어준다. 전통시장이 가까이 없는 지역에 살다보니 대형마트만 주로 이용한다는 친구는 오늘 오전 못골시장 먹을거리 투어로 신세계를 발견한 듯하다. 보는 것마다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이고 물건들이 싱싱하고 좋다는 예찬의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셋이라 먹을 것에 목숨 건다는 친구는 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붕어빵까지 사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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