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한 짧은 가을여행
물향기 수목원에서 일상이 더욱 소중함을 느끼다
2013-10-25 00:01:39최종 업데이트 : 2013-10-25 00:01:39 작성자 : 시민기자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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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을의 절정을 지나고 있다. 아빠가 병원 진료 때문에 수원에 오시게 되었는데, 무엇인가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근처의 수목원을 찾았다. 차로 20여분을 가면 나오는 오산 물향기 수목원. 신랑과 주말에 두 번 정도 와본 적 있다. 그리고 2년 만의 방문인가? 아빠와 함께 한 짧은 가을여행_1 아빠와 단둘이서 이런 데이트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아빠가 편찮으신 것은 안타깝지만, 진료 등으로 집으로 오실 일들이 있어서 이런저런 추억을 만들 일들도 생기는 것 같다. 건강하실 때면, 수목원 전체를 다 돌고도 에너지가 있으실텐데, 천천히 걷게 되다보니 두 시간을 쉬엄쉬엄 해서 수목원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조금만 나와도 멀리 나온 것 처럼 좋네!"라고 하니, 아빠는 "멀리가야 좋은 건가?" 하신다.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은 뭔가 특별하고, 멀리 있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되곤 하는데, 지혜로운 말씀이시다. 우리집 뒷산은 무시하게 되고, 먼 지역에 있는 뒷산은 특별해 보이는 것 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길가에 핀 클로버를 보니 또 네 잎 클로버를 찾는 내가 있다. 행운의 네잎 클로버 보다, 행복을 의미하는 세 잎 클로버에 눈을 둘 줄 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또다시 특별한 행복을 기대하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아빠와 함께 한 짧은 가을여행_2 수목원의 가을은 가장 화려한 때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는 행사장 같다. 조만간 단풍의 절정을 향해 갈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반 이상의 단풍나무들은 이미 축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단풍나무길을 걷다보니 내 마음도 화사해 지는 것 같다. "이렇게 멋진 빛깔을 가진 모습도 있다구!"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아빠와 함께 한 짧은 가을여행_4 쉬면서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 사진을 찍어드리고, 아빠도 사진을 찍어주신단다. 각도를 맞추는 것도, 카메라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사진을 찍기도 전에 카메라 화면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불편한 손으로 이리저리 사진 찍기 시도를 하다가 드디어 멋진 사진이 찍혔다. 서로 만족하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주말 같으면 자리 잡기도 어려웠을 원두막도 비어있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준비해온 과일과 음식을 먹으며 가을을 만끽한다. 아빠와 함께 한 짧은 가을여행_3 중턱까지 오른 수목원에서 이제 다시 내려갈 시간이다. 유치원 아이들의 웃음 바이러스를 받으며 연못까지 내려왔다. 어느덧 해가 져 간다. 갈대에 가을의 시간이 흩날린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든 잡아보고 싶어진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수목원과 헤어질 준비를 한다. 집으로 가는 길. 아빠가 문득 "언제 또 이런 날이 올까?" 하신다. 건강에 자신이 점점 없어지면서 좋은 순간에는 이런 생각들이 드시나 보다. "그럼, 또 많은 거 해야지~" 가끔씩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가야 좋은 건가?' 하시는 아빠의 말씀처럼, 중요한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세 잎 클로버처럼, 도처에 널려있는 행복을 행복으로 발견하는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빠와의 짧은 가을 여행이었는데 가을도 느끼고,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가을이 점점 짧아진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가을을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행복한 가을이 될 것 같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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