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고양이를 추억하다
아파트에 나타난 길 고양이 가족과의 두 달 반
2013-10-08 06:52:46최종 업데이트 : 2013-10-08 06:52:46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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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주택 할 것 없이 길 고양이들이 많다. 쓰레기봉투를 배회하는 고양이는 산책을 하는 애완견 못지않게 자주 보게 된다. 지난 여름, 고양이를 추억하다_1 생각보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관리인에게 쫓아 달라고 요청하세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등... 수십 개의 댓글 가운데 이런 글이 또 눈에 띄었다. '고양이는 도시 생태환경 동물로 인정 되어 원래 주인이 없고 유기라는 개념이 없는 독립 개체로 우리와 함께 이 땅의 또 다른 주인으로 살아가는 동물이에요...그런 동물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신고하면 유기한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찾아 갈 사람도 없어 2 주 공고 후 안락사 돼요' '안락사'라...안 그래도 길 고양이의 수명이 길어야 5년이고, 대부분 2~3년 안 밖이라고 하던데, 신고 한 번 했다 '안락사' 된다면 이 또한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 같은 생명 끼리 너무 팍팍하게 굴지 말자, 이렇게 맘을 먹으니 고양이가 그리 무섭지 않았다. 사료 그릇이 매일 한두 개 씩 늘어있는 걸 보면, 아파트 이웃 가운데도 녀석의 팬이 꽤 늘어 난 모양이었다. 난폭하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에게 그냥저냥 나도 익숙해졌다. 지난 여름, 고양이를 추억하다_2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며칠 보이지 않았다. 사료 그릇에 사료도 그대로..드디어 딴 곳으로 갔나 했더니 새끼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이웃을 통해 들렸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파트 화단에 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여름, 고양이를 추억하다_3 고양이 새끼는 동네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됐다. 우리 동 화단으로 고양이를 보러오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마치 작은 동물원이 된 것 같았다. 장난치며 꿈틀대는 녀석들 앞으로 사료 그릇, 물그릇이 쭉 늘어섰다. 내가 사료를 주지는 않지만 한 달 여 동안 고양이 가족을 지켜 보다 보니, 정이 붙었나 보다. 안 보이면 궁금하고 보이면 '안녕 야옹아' 하고 지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추석 연휴도 지나가고 그동안 새끼 두 마리는 누군가 키우겠다며 가져갔다는 얘기도 들렸다. 더위가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아파트 입구에 이런 공고가 붙었다. 지난 여름, 고양이를 추억하다_4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시오...그 것이 고양이를 진정 위하는 길이오' 예상했던 일이긴 했다.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고양이 분변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했고, 고양이 사료 그릇이 널 부러진 모습이 지저분하기도 했다. 공고가 붙은 뒤 사료 그릇은 싹 사라졌고 나는 고양이 분변 냄새를 없애는 방법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고양이 새끼가 어디로 갔는지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게 됐고, 눈에 띄게 줄어든 먹이에 아쉬울 법도 하건만, 어미 고양이는 여전히 어슬렁어슬렁 아파트 입구에서 눈도장을 찍고 있다. 낙엽이 떨어지고 추위가 닥치면 이 녀석 어떻게 살아갈까 이젠 걱정도 된다. 생명이란 그런 것 같다. 지켜보면 안쓰러운 것. 올 여름을 보내며, 뉘 집 아이는 학원을 몇 개씩 다니고, 뉘 집 남편은 건강이 안 좋아 수술을 하고, 이런 복작거리는 사람들 얘기를 잠시 비켜나 '생명'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 고양이가 참 고맙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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