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율전화장실(장안구 율전동 281-5)은 청결면에서 전국 어느 화장실에도 뒤지지 않는다. 새벽6부터 밤9시까지 3시간 마다 화장실을 화장실을 청소하고 작성하는 점검표 깨끗하고 정갈한 율전동화장실은 이용객의 기분을 쾌적하게 만든다. 율전동 화장실 관리인 박상례씨. 일자리가 있어 즐겁다는 그는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율전동화장실 마당. 관리인의 휴식공간이 들어오기 충분한 공간이 놀고 있다. 실제로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환경관리자 박상례씨를 만났다. 교통사고로 고관절쪽에 장애가 있다는 박씨는 남자화장실의 출입문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화장실이 정말 깨끗해서요"라는 시민기자의 말에 쑥쓰러운듯 "아유, 그래요? 고마워요"라며 되려 감사인사를 하는 첫인상이 인상적이었다. -화장실 올 때마다 잘 정돈되어 있어 이용객이 없어 지지분해 지지 않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요? 아유, 이용객이 많아요. 특히 남자화장실은 말도 못해요. 새벽에 나와 보면 입구에다 술먹고 개워낸 것들, 어떤 때는 보면 입구에다가 큰 일까지 봐 놓는다니까. -입구에다가요? 그거 다 손수 치우시는 거잖아요. ►그치. 주말끼고 월요일날 새벽에 나와보면 가관도 아니야. 여기 이용객 많아. 대학교도 있고 지하철역도 있고 근처에 가게들도 많잖아. -힘드신게 한 두가지가 아니겠어요. 뭐가 가장 힘드세요? ►우리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새벽에 나오는 게 고역이야. 특히 겨울에 눈 많이 올 때, 그래도 새벽 6시에 나와야 하니까 나오는데 미끄러워서 여기까지 오는데도 한 나절이야. 또 몸이 성하지 않으니까 다치거나 그러면 또 안되잖아. 그런거지 뭐. -근데 꼭 새벽 6시에 나오셔야 해요? 출근시간에는 사람들이 출근하느라 공중화장실 이용할 일이 많지 않을텐데, 오전 9시까지 나오면 안되나? 아니면 일반인들 출근시간에 맞추지... 그런거 건의 해 보셨어요? ►그러면 좋은데 어디 그렇게 되나. 그러다 안 써주면 어떻게(하하) 날씨가 궃을 때 빼고는 괜찮아. 그래도 써주는 게 어디야. 이것도 자리가 없어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해. 그런 사람들 생각하면 열심히 해야지. -새벽에 나오셔서 밤9시까지 계신다는 건데, 쉬실 곳은 있으세요? ►있어. 남자화장실 한 쪽에 관리인 대기실이 있어. -남자화장실에요? ►(하하) 거기에 대기하고 있는 게 좀 그래. 남자들 볼 일 보는데 들어가기도 뭐하고. 거기서 쉬다가 누가 들어 올 까봐 나오지도 못하고 있고. 그 사람들은 내가 그 안에 없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아무말이나 막 하는데 그거 듣는 것도 참 그래.(하하) -관리인이 여자인데 여자화장실에 쉴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게 당연한 건데. 여기 보니까 화장실 외부에 공간도 많던데... ►이 화장실이 지어진지 좀 되어서 그런가봐. 그래도 쉴 공간이 있는게 어디야. 그것도 없는 화장실도 많다는데. 시민기자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는 질문에 박상례씨는 오히려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삶의자세가 녹아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열악한 상황에 마음을 쓰이는 시민기자에게 웃으며 그래도 청소하고 나서 깨끗한 화장실을 보면 신난다고 하는 모습에서 어려운 일은 피하고 하고 싶고 좋은 일만 하려고 하는 요즘 젊은이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햇빛이 좋을 때 휴지통을 말려야 한다고 서두르며 화장실로 들어가시는 바람에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인터뷰를 끝냈다. 사람들은 깨끗한 화장실만 본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더러운 곳이 화장실이다. 더러운 곳을 깨끗한 곳으로 만드는 과정속에서는 일반인이 생각해 본 적 없는 사소한 것들부터 꺼려지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청소아줌마라고 부른다. 청소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과 수고 그리고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자주 잊어 버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힘든 일이 화장실 관리이다. 조금만 소홀해도 금방 표가 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티가 나지 않는 일이 화장실 관리이다. 서양은 육체적 노동에 대한 대가를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피하는 일은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함께 손잡고 가야 할 사람들에게 너도 나도 하기 싫은 일을 맡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힘들어도 재밌어. 나같은 사람 어디서 써주겠어. 그런데 이렇게 나와서 일할 수 있는게 어디야.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그래서 나는 청소하는게 즐겁고 재밌어" 박상례씨의 마지막 말 "나같은 사람 어디서 써주겠어"라는 말이 계속 맴돈다. 취약계층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선심쓰듯 일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부탁하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와 역할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과 체계의 확립된 환경에서 박상례씨가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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