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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촌닭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2010-07-19 11:36:53최종 업데이트 : 2010-07-19 11:36:53 작성자 : 시민기자   백미영

차창 밖은 온통 여름색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빛으로 조화를 이룬다.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처럼 각각 사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같은 옷인데도 세련돼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촌닭 같은 사람도 있다. 여기서 촌닭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은 세련되지 못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을 가리켜 촌닭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정말로 시골에서 자란 촌닭은 어리석고 세련되지 못했을까.....

어느날 여름, 춘천에서 배후령 고개를 넘어, 양구 추곡터널을 지나면서, 오른쪽의 계곡으로 들어섰다. 무더운 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갑고, 공기도 맑은 그 계곡에 친구 동생이 방갈로를 멋지게 만들어 놓고, 산기슭에서는 뱀닭을 키운다. 뱀을 먹고 자란 닭이라고 해서 뱀닭이라고 하는데, 이 닭이 바로 깡촌에서 자란 촌닭이다. 

복날 촌닭이라고 놀리지 마세요_1
날세고 약삭빠른 촌닭

보양식으로 좋다고 소문으로만 듣던 뱀닭도 먹어 볼겸 여름휴가를 그 곳으로 정하고 떠났었다. 
산 속에 들어가 보면 뱀을 먹은 촌닭들이 야생 닭처럼 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산 속에서 방가로 앞마당으로 내려와 닭 밥그릇에 담아둔 음식을 몽땅 먹어 치우고는 개 밥그릇에 있는 것까지 먹는다. 
개가 이를 보고 촌닭을 쫒아내려 하자 닭은 날개를 날세게 파닥파닥거리며 개를 오히려 쫒아내고는 개 밥마저 다 먹어 치우고는 다시 산 속으로 들어 갔다. 

도시도 아닌 이 산촌에서 자란 닭이 이렇게 똑똑하고 날쌘줄은 꿈에도 몰랐다. 
야성적인 이 촌닭은 들로 산으로 싸질러 다니며 벌레도 잡아 먹고, 곡식도 쪼아 먹고, 심지어 돌까지 주워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꽤 약삭빠르다. 산 속에 있는 촌닭 한 마리를 잡는데도 몇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어찌나 빠른지 손에 잡힐듯 잡힐듯 좀처럼 잡히질 안았다. 또 병아리를 거느리고 다니는 어미닭만 해도 그렇다. 공격해 오는 개를 보면 병아리 한 마리라도 다칠세라 목숨을 걸고 개와 싸우는 걸 보면 도회지 닭과는 비교도 안되었다.

도회지에는 닭이 없겠지만, 서울시 개봉동에 사는 큰시누이님의 주택 옥상에는 닭장이 크게 만들어 놓여져 있다. 양계장은 더 하겠지만 비좁은 곳에서 주는 사료만 먹고 살아서 약삭 빠르지 못해, 끽 소리 한번 못하고 잡혀 나오니 이 닭이야말로 촌닭이 아닐까.

근육으로 똘똘 뭉친 촌닭이 똑똑하고 약삭빠르기만 한데, 어찌해서 세련되지 못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촌닭이라고 하는걸까?

가끔씩 친구 동생이 뱀을 잡아다 산 속에 있는 닭장에 넣어 주면 닭들이 뱀도 쪼아 먹는다. 닭이 뱀을 먹으면 닭이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어 보기에 좀 징그러웠고, 뱀고기의 열이 높아 저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며칠이 지나면 닭털은 다시 정상으로 돋아 나온다고 한다. 털이 나오기 전에는 닭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그날 밤 우리는 뱀을 먹고 자란 뱀닭을 잡아 장작나무를 때는 아궁이위에 가마솥을 올려 놓고, 가마솥에 뱀닭과 엄나무와 황기도 넣어 푹 삶아 건져낸 뒤 고기는 뜯어 먹고, 남은 국물도 죽을 쒀서 맛있게 먹었다. 산에서 야생닭으로 길러서 그런지 육질이 쫄깃 쫄깃하고 담백한게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복날 촌닭이라고 놀리지 마세요_2
육질이 쫄깃쫄깃한 녹두삼계탕

복날인 오늘, 촌닭이던 양계장 닭이던 한 마리 사서 삼계탕을 끓여야겠다. 시골에서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먹는 맛 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정성이 담긴 나의 표 녹두삼계탕을 끓여야겠다, 녹두삼계탕이라고 해서 별다른것은 아니고, 일반 삼계탕 재료에다 녹두만 더 첨가해 넣으면 녹두 삼계탕이다.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고, 어벙벙해 보인다고 촌닭 촌닭하지 마시길... 촌닭은 센스있고 날쌔고 약삭빠르다.

초복, 촌닭, 뱀닭, 삼계탕, 백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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