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기 참 좋은 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조조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오랜만에 따스한 봄빛을 만끽했다. 이른 아침과 밤에는 찬기와 바람으로 아직도 두꺼운 옷을 벗지 못하고 있지만 낮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겉옷을 벗어 들고 다녀도 어색하지 않은 날씨다. 정겨운 봄 꽃이야기_1 정겨운 봄 꽃이야기_2 바라보고만 있어도 황홀함에 빠질 지경이다. 개나리를 배경 삼아 정자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봄바람과 함께 느껴본다. 간질간질 기분 좋은 봄바람, 아직 푸르름이 더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어느새 신록이 짙다. 달콤한 꽃향기와 상큼한 풀내음이 어느새 "행복해"를 연발하게 했다. 정자 기둥에 기대어 노란 꽃물결에 빠져 있다가 일어서려는데 "아이 깜짝이야" 밟을 뻔 했다. 발밑에 보라빛 작은 꽃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제비꽃이었다. 꽃의 모양과 빛깔이 제비를 닮아서 꽃 이름을 제비꽃이라 했을까? 겨울나러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무렵에 꽃이 핀다고 제비꽃이라 불리어 졌을까? 지천으로 널려 있던 제비꽃은 어린 날 소꿉놀이에 밥으로 많이 쓰던 꽃이었다. 꽃잎이 작아서 작은 그릇에 담아도 넘쳐나지 않아서 좋았다. 흔하지 않은 보라 색깔 꽃잎이 도도해보이기까지 했었다. 고급스럽거나 귀한 색깔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생활에서 보라색을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땅바닥에서 붙어 키가 작아 잘 보이지도 않아 어느 발밑에 봉변당할지 모르는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찬찬히 보면 여자아이의 볼륨 들어간 원피스를 보는 것 같다. 동글동글 모나지 않은 꽃잎은 날카로운 제비의 부리를 연상하기는 어렵다. 맑고 티 없는 순진한 처녀의 볼이 연상되기도 하는 정이 가는 꽃이다. 정겨운 봄 꽃이야기_3 집 앞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많이 뛰어 노는 것을 보니 정말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이마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급하게 공을 이리저리 몰고 가는 아이의 발기술에 생동감과 힘이 넘쳐난다. 우리 옆에, 앞에 또 발밑에도 봄이 왔다. 잔인한 사월은 물러가라. 짧은 봄인 만큼 더 행복하고 밝은 사월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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