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미학(美學)은 어머니의 마음
집집마다 키우고 있는 채소, 풍성한 식탁이 그려져
2013-06-27 15:27:00최종 업데이트 : 2013-06-27 15:27:00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
시골 집 대문 앞에 어머니가 자손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텃밭 '텃밭'이란, 그야말로 집 안 뜰 한편이나 귀퉁이에 작은 밭을 말한다. 요즈음은 이런 텃밭의 개념이 달라졌다. 흔히 주말농장이라고 해서 집에서 떨어져 있는 밭을 임대해 일 년간 농사를 짓기도 하니 말이다. 또는 대문이나 벽 밑에 화분 등 여러 가지 식물을 키울 용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집안에서 먹을 수 있는 채소 등은 스스로 키우기 시작했다. 집터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마당에 깔라놓았던 보도블록 등을 들어내고, 그 곳에 채소 등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농산물까지 수입품이 급증하자, 이제는 가족들을 위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를 한다는 것이다. 집 옆 땅에 마련한 전형적인 텃밭 마음에 담겨있어 더욱 아름다운 텃밭들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땅 한 뙈기도 함부로 놀리는 법이 없다. 고추를 심거나 상추, 혹은 옥수수라도 심어 놓는다. 상추 같은 것이야 여름 내내 즐길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움이다. 멀리 타지에 나가있는 자녀라도 찾아오면, 정성스레 텃밭에서 가꾼 상추며 고추 등으로 정성어린 밥상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집 뒤편 비탈에는 호박을 심는다. 이 호박 역시 가을이 되면 대개 자손들에게 나누어 줄 용도로 사용한다. 몇 포기 심지 않은 옥수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머니의 텃밭에는 별별 것들이 다 심어져 있다. 그리고 그 몫은 순전히 자녀들의 것이다. 손수 품 들여 농사를 지은 것을 자손들에게 나누어 주는 어머니의 마음. 텃밭에 정겨운 것은 바로 그런 마음이 함께 자랐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화분 텃밭 "그거 거름만 준 것이야" 어머니의 텃밭은 조그맣지만, 그 안에 들은 내용물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지다.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등 굽은 어머니가 산에서 부엽토 한 삽을 떠 오시느라 땀을 흘리신다. 그리고 그 부엽토를 텃밭 여기저기 소복하게 쌓아준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이다. "어머니, 채소가 참 자랐네요." "그거 비료 안 준 것이지. 아이들이 먹을 것에 벌레 좀 생긴다고 비료를 주면, 우리 아이들이 안 좋아질 것 아녀. 그래서 벌레도 내가 다 손으로 잡아주어" 어머니의 마음이 고맙다. 자손들에게 화학비료를 준 채소를 먹이지 않겠다고 뙤약볕에서 채소의 잎을 들춰가며 벌레를 잡고 있는 노모의 마음을 자식들은 제대로 알기는 할까? 텃밭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런 마음 때문이다. 가끔은 노는 땅을 이용한 텃밭도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다 벌레를 잡겠다고 텃밭에 친 화학약품 시골에 텃밭이 있다면, 도심에는 작은 공간마다 놓인 화분 텃밭이 있다. 화분이나 스티로폼 빈 박스를 이용한 텃밭들은 별별 것이 다 심어져 있다. 심지어는 작은 스티로폼 상자에 고구마도 보인다. 요즈음 도심의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채소들 덕분에 한결 기분이 맑아지는 듯하다. 그런데 한 곳을 보니 잎에 무슨 허연 반점들이 보인다. 벌레가 생긴 것을 걱정해, 화학약품을 준 것 같다. 집안 식구들이 먹을 것에 저렇게 잘 키운 채소에 화학약품이라니. 괜한 걱정이 앞선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곁으로 지나는 어르신이 한 마디 하신다. "집에서 잘 키운 채소에 저렇게 화학약품을 주면 우짜노? 그냥 벌레 좀 먹어도 가족들이 먹을 것인데, 함께 나누어 먹어야지" 자연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키운 채소. 그리고 그 텃밭에서 함께 자란 어머니의 마음. 텃밭의 미학이란 바로 그런 마음일 것이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