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 홀에서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패션쇼가 열렸다.
APEX 27th 'RUN A WAY'는 9개의 주제를 담은 스테이지로 나뉘어져 진행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천년학, 팩토리걸, 인셉션, 시계태엽 오렌지, 리플리, 미드나잇 인 파리, 아이언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과 같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주제를 정해 패션쇼가 진행되었다.
과거 'GENERAL IDEA'의 디자이너 최범석의 저서에서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영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부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소위 '팬'이 되었기에 이번 쇼에 특히나 기대가 컸었다.
사회자의 안내가 끝나고 꺼진 불이 다시 들어오면서 쇼는 시작되었다. 웅장한 음악소리와, 90명의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워킹을 시작하자 객석에서는 플래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 패션위크를 처음 참가했던 그날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특히 런웨이에 오른 옷들 대부분이 기성복에 꾸뛰르적인 감성을 담아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였다. 너무 많은 표현에 집중하다보면, 투머치가 될 수 있는데 조절을 잘 해낸 것 같다.
이번 서울여자대학교 패션쇼에 참여한 김해인 디자이너는, 전국 패션 연합회에서 처음 만나 친해지게 된 누나인데 새장을 연상케 하는 볼륨감 있는 스커트를 만들어 실력을 뽐냈다. 옷을 만드느라 밤을 새가며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 한쪽이 찡하면서 괜스레 옷이 더 빛나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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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경희대학교에서 스터디를 하며 졸업 패션쇼를 준비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고, 필자의 선배들이 졸업 패션쇼를 준비하는 것도 보았었는데 손이 상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웠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의류학과 생활의 마지막 단계이면서, 꽃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졸업패션쇼/전시회이기에 젊은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패기 넘치는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패션쇼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가톨릭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패션쇼에 서리라 생각하니 하루빨리 입대를 하여 돌아와 꾸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개인 디자이너가 목표가 아닌 친구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에 더 힘찬 박수로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의 도약에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 할 테니 말이다.
돌아오는 길, 작년 전국 대학생 패션 연합회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패션쇼에 섰던 기억이 났다. 피날레에 디자이너들과 함께 무대 위에 서는데 온몸이 떨려 제대로 앞을 쳐다보지도 못했었는데, 오늘 누나들은 웃으며 즐거워 보였다.
세 차례로 나누어 쇼가 진행되어 여러모로 피곤할 것 같은데, 즐겁게 잘 마무리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랜만에 좋은 경험을 하였다.
고통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말도 있듯이, 과정이 힘들었어도 어떠랴! 모두들 즐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