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독서토론이 가능하냐구요? 독서토론을 처음 경험한 시각장애인 소진원 님. 밝은 표정으로 사진찍기를 원하셨다 중도실명 장애를 겪고 계신 손진원 님의 말이다. 시각장애인이 되기 이전에는 군인이셨다고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을 손에 가진 듯 씩씩하고 당당한 분이었다고 한다. 사고로 실명을 한 후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장애 때문에 가족에게 고통을 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실명 후 다시 재활교육을 통해서 안마를 배우게 되었고, 그것으로 평생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잘 했다고 말하신다. 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마음과 가치관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독서토론은 한국 단편소설을 텍스트로 하여 이루어졌다. 김훈, 박완서, 신경숙, 성석제, 김애란, 김영하, 박민규 등의 현대작가들이다. 그리고 소설 모두 단편으로 지정하여 금방 읽을 수 있는 텍스트를 선정했다. 그래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게 하여 참여율을 높였다. 단편이지만 압축된 스토리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서울에는 두 곳의 시각장애인 복지관이 있다. 다양한 복지관 내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이처럼 독서와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첫 시도였다고 한다. 보통 도서관에서 독서토론 강좌 및 모임들이 있지만 장애를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독서관련 프로그램들은 전무하다. 시각장애인들이지만 독서경험은 깊을 수도 있다. 중도실명장애인 박권찬 님은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다독가였다.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다. 복지관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로 책을 제작하고, 음성 파일로 만들어서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빌려주기도 한다. 장애인들도 독서할 수 있는 기회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과 독서토론을 하다 토론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깊어지고, 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사람을 통해서 배우고,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온 몸의 감각으로 읽을 수 있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장애가 있든 없든 책은 놀라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시각장애인들과의 독서토론 경험은 다양한 배움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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